한옥 정의 논란…변형가능성 어디까지 열어둬야 하나

‘문화재한옥’과 ‘현대한옥’ 구별 필요…한옥단지 만들 새로운 접근법 찾고, 미래한옥 만들어야 장영호 기자l승인2018.11.0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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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보존지구가 ‘한옥’이 없는 곳을 만든다?
한옥 정의·정체성 논란은 현재진행
‘①전통한옥만 한옥으로 볼 것인지
②현대한옥 인정범위 어디까지인지’ 정리 필요
“전통 훼손 않는 새로운 건축기술 폭넓게 사용토록 해야” 지적도

▲ 전주한옥마을 전경 전주 한옥마을에는 30만제곱미터에 조선시대부터 근대, 현대까지 이어지는전통 한옥 600채가 있다. 지난해 1000만명이 다녀갔다. (사진 : 전주시청)

한옥의 범위를 어디까지 규정, 허용할 것인가? 한옥의 법률적 정의를 살펴보면, 건축법 시행령 제2조(정의)에서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주요 구조가 기둥·보 및 한식지붕틀로 된 목구조로서 우리나라 전통양식이 반영된 건축물 및 그 부속건축물’로 정의된다.

크게 구조방식, 재료, 형식 세 가지 기준으로 한옥을 규정한다. 한옥건축기준에서도 크게 주요구조부, 지붕, 외벽 및 창호, 설비, 마당 및 담장으로 구분해 한옥의 형태·재료·성능 등의 기준을 정하고 있다.

2000년대 초부터 서울시, 전북 전주시, 전라남도가 전통한옥의 계승과 발전을 위한 선도적 역할을 하며 한옥 신축·수선을 위한 비용을 지원하는 정책을 폈다. 사실 한옥대중화에 가장 큰 제약은 건축비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지자체별 조례가 제정돼 운영중인 곳만 해도 약 50개가 넘는 상황이지만, 지원대상은 하나 같이 ‘목구조에 한식기와를 사용한 건축물’로 일률적이라는 점이다.

A건축사는 “건축이 다양성을 기반으로 상호영향을 주고 받는 것인데, ▲ 전통한옥만 한옥으로 볼 것인지 ▲ 과연 어디까지가 개량한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 한옥의 개념을 현대화하는 경우 과연 어디까지 현대화의 범위로 보고 인정할지 정리가 아직 안돼 있다”며 “최근 심의에 허용되는 재료를 두고 마찰을 빚었는데, 경기도 ○○시의 경우 한옥보존지구로 지정했지만 역설적이게도 한옥이 하나도 없는 곳을 만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B건축사는 “비용지원을 받는 것과 받지 않는 차이를 분명히 둬야 하고, 일부 시는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어놓고 비용지원을 받지 않음에도 콘크리트 건물인데 무조건 한옥지붕을 얹으라고 강제하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다. 각 지역 생활방식에 따라 특색에 맞춰 다양성을 갖고 발전되게 해야 된다”고 말했다.

한옥을 보수적으로 정의할 것인지 변형의 가능성을 어디까지 열어둘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한쪽에서는 환경·생활방식에 따라 한옥이 한 가지 모습으로 획일화돼선 곤란하다는 주장이, 다른 한쪽에서는 한옥의 정체성이 훼손되는 걸 경계하며 옛 것을 고수하는 측이다.

2015년 국토교통부에서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른 ‘한옥건축기준’ 제정 당시에도 한옥을 지을 때 목구조·철골조가 병합된 복합구조로 하는 것을 두고 한옥 정체성 훼손 논란을 빚었다. 당시 전주시는 “한옥의 정체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강하게 반대했다.

한옥의 대중화를 위해 또 하나의 문제는 다른 법과의 상충문제다. 현행 건축 관련 법령은 철근콘크리트조의 다층 현대건축을 기준으로 규정돼 한옥의 구조·재료·형태적 특수성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 단독주택이면서 목구조로 지어지는 한옥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인데, 특히 한옥은 한옥의 구조적 특성을 반영한 ‘한옥구조기준’도 현재 없다.

김준봉 한국현대한옥학회장은 “정부 지원하에 한옥을 국가 정책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많은 비용이 투입됐지만, 한옥의 대중화 보다는 연구를 위한 연구 중심으로 이뤄진 게 사실이다. 한옥은 엄연히 집이다. 지역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한옥을 문화재 전문가가 해야 되는 걸로 인식하는 게 한옥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문화재한옥과 이 시대의 한옥은 엄연히 구별돼야 하고, 전통의 의미를 특정 시대, 특정 구조, 특정 형태로 규정해 전통의 복원위주로 현재 한옥을 이끌어 가면 한옥의 대중화와 계승발전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덧붙여 “특정 틀로 제한하거나 과도하게 구조와 형태, 재료를 제한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문화재를 복원하려고 한옥단지를 만드는 것은 아니지 않나. 전통의 의미를 살리면서도 현대인의 생활·현대적 용도에 부합하는 현재의 평면형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하고, 현대적 공법사용이나 좁은 대지를 활용할 수 있는 지하층 한옥, 2∼3층의 복층형 한옥 등 전통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는 새로운 건축기술이 폭넓게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처럼 획일화된 방법으로 피상적으로 규제하면 한옥발전은 요원하다”고 전했다.

또 “전통의 본질을 나타낸다면 현대적 재료도 사용될 수 있도록 개방할 필요가 있다. 본질적 한옥 전통의 의미를 담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하며, 이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고, 다양한 한옥전통을 시대에 녹여낼 수 있는 현대건축 전문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영호 기자  yhduck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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