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스타디움(stadium)을 채울 수 있는 대중가요 아티스트는 10여명 수준이다. 아주 유명한 팝 가수여도 혼자 경기장을 채우기 힘든 경우가 많아 다른 아티스트와 협업하기도 한다. 단독으로 스타디움을 채울 수 있는 가수들은 대부분 2∼3개월 정도 티켓을 오픈한다. 하지만 BTS(방탄소년단)는 다르다. 무대가 잘 보이지 않는 시야 제한석까지 포함해 뉴욕씨티필드의 4만7000여 좌석을 불과 20분 만에 매진시켰다. 특히 한국어로 노래를 부른 가수가 아시아를 넘어 서구시장을 휩쓸었다는 점에서 BTS의 성과는 독보적이다.
어떻게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 경영학을 연구하는 필자 입장에서는 던지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로 진심을 꼽을 수 있다. 다른 그룹이 BTS처럼 직접 노래를 만들고 칼 군무를 연습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활발하게 소통하는 모습을 따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진심이란 키워드는 모방이 극도로 어렵다.
BTS는 연습생 시절부터 자신의 진짜 감정과 생각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훈련을 이어갔다. 물론 초기부터 진심을 음악으로 표출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BTS 멤버들은 자신의 진짜 솔직한 생각과 감정 보다는 남들에게 멋있게 보일 수 있는 가사와 음악을 만들었다. 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방시혁 대표는 가식이 담긴 음악은 모두 ‘빠꾸’시켰다. 결국 멤버들은 진짜 고민과 현실을 담은 가사를 만들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 음악을 만들었다. 전문 작사가나 작곡가가 만든 음악을 완벽하게 소화해 퍼포먼스를 보여준 팀과 달리 BTS는 내면의 목소리를 담은 음악을 만들었고, 이런 진심은 지역과 문화를 뛰어넘어 전 세계 청춘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팬들과의 소통에서도 BTS는 진심을 있는 그대로 출력했다. 음악을 팔기 위한 수단으로서 팬들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들과 공감하고 위로하며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진심을 갖고 팬들과 만났다. 그리고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때로는 예능 콘텐츠를, 때로는 먹방 콘텐츠를 만들었고 심지어 단편 영화를 제작해 소셜 미디어를 통해 팬들과 소통했다. 이런 강력한 콘텐츠 파워는 팬들과의 극도로 높은 수준의 교감을 형성하는 원천이 됐다. 결국, 팬들은 놀라운 결속력을 보이며 BTS의 성공을 지원했다. 파괴적 혁신이 빈발하는 초연결 시대지만 가장 모방하기 힘든 경쟁우위의 원천은 진심에 있다는 점을 BTS는 현실에서 입증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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