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그렇게, 선유도 仙遊島

정익현 건축사l승인2018.10.1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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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무엇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음으로써
섬이 섬으로
온전히 남을 수 있기를


창에 스미는 햇빛-
가을빛이 곱다. 가을의 상징이 파란 하늘, 곱게 물든 단풍이라면 푸른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풍경도 가을이겠구나 싶어 10월 초 전부터 생각했던 선유도 길에 올랐다.
선유도는 어린 시절 내게 그저 막연한 동경의 섬이었다. 선유도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1969년 제작된 영화 구봉서, 문희 주연의「수학여행」이었다. 도서벽지인 선유도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서울 수학여행을 담은 영화였다. 나는 이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선유도라는 이름에서 오는 호기심과 섬에 대한 아스라한 동경은 지금까지 남아있었다.
선유도 입구 백사장이 보이는 주차장에 내리니 사진으로만 보아왔던 명사십리 백사장과 바위산 망주봉(望主峰)이 눈앞에 그림처럼 펼쳐진다. 구불8길(고군산길) 첫 걸음에 제일 먼저 마주친 것은 짚라인 타워였는데 여기에 꼭 짚라인을 설치했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망주봉으로 가는 길은 들어가고 나오는 차량, 자전거, 삼발이 전기차와 사람이 뒤엉켜 흙먼지가 날리며 북새통이었다. 분명 섬은 북적이는데 나처럼 걷기위해 온 사람은 거의 없었다. 망주봉을 우측으로 돌아 작은 마을을 지나 전망대에 오르는 길은 가파르다. 그러나 높이에 따라 새롭게 펼쳐지는 경치에 힘든 줄 몰랐다. 대봉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망주봉, 선유봉, 대장봉이 활처럼 휘어진 해안선을 따라 알맞게 자리한 것이 이름 그대로 신선이 노니는 선유(仙遊) 그 자체였다. 손바닥만 한 스케치북에 펼쳐진 비경을 그려냈으나 그 느낌을 다 담아내기엔 내 솜씨는 턱없이 부족했다. 산에서 내려 왔을 때 시간은 이미 오후 3시가 넘어 우선 숙소를 정하고 펜션 주인이 알려준 망주봉이 끝나는 백사장 언덕에 서서 저녁노을이 만들어 내는 장관을 마음껏 눈에 담았다.
다음 날, 오늘은 또 어떤 풍경을 만날까하는 기대감에 부풀어 옛날에 세워진 장자교를 사뿐히 걸어 장자도를 지나 대장봉전망대에 도착하니 또 다른 풍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걸었던 대봉전망대 길과 망주봉이 한 눈에 들어오고 바로 눈앞에 장자대교와 장자도가   손안에 잡힐듯하다. 멀리 신시도의 월영봉까지 크고 작은 산과 섬들이 옹기종기 자리한 고군산군도의 풍광은 어제 보았던 대봉전망대에서의 경치와 오버랩 되어 이 아름다운 광경이 오래 오래 여기에서 지속되기를 경건한 마음으로 빌었다.
옛날 고려시대에 선유도는 군산도였다. 기록을 보면 이 곳 선유도는 해상교역의 거점 기지로 외국 사신단과 상단 등이 머물렀고 조선시대에도 중요 항구로 활용되었다 한다. 따라서 선유도는 역사성을 갖는 ‘이야기가 있는’ 섬으로서 단순한 해양관광을 위한 무분별한 개발보다는 역사와 문화 콘텐츠를 담는 개발과 보전이 병행되어야 한다. 다리를 놓으면서 그동안 소외되었던 섬사람을 위한 주민 소득증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외치지만 난개발과 투기꾼이 활개치고 결국 다리는 도시 사람을 섬으로 부르고 섬사람은 섬을 떠나게 되는지도 모른다. 도로공사가 2009년 착공되어 2017년 완공까지 9년이란 기간이 있었지만 이곳에 와 보니 전혀 준비된 것 없이 ‘훅’하고 관광객이 밀려온 느낌이다.
자꾸만 무엇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음으로써 섬이 섬으로 온전히 남을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 이 풍경이 세월이 지나도 한결 같은 모습으로 거기 그렇게 있어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정익현 건축사  예전 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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