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정책(안), 현실과 동떨어진 잘못된 정책…국민 부담만 가중

준비도, 대안도 허술한 ‘포항지진 대책’ 장영호 기자l승인2018.10.0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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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행 신설 강화 규제심사 흐름도>

구조기술사 수 절대 부족, “현실에 맞지 않는 땜질처방 법안”
문제 지적에도 귀닫는 건 각종 부실 부작용 부메랑으로
국토부 내부 심사과정에서도 ‘불합리하다’고 검토돼
“중복규제·제도 작동가능성 불투명, 설계비 정상화하고
필로티건축물 감리공정 시점·범위 구체화하는 게 근본 처방”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31일 포항지진 대책으로 3층 이상 필로티구조 건축물 설계·감리 시 관계전문기술자의 협력을 의무화한 ‘건축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기존 ‘6층 이상 건축물 등에 대한 설계 때 구조기술사의 협력’을 받도록 한 것을 3층 이상 필로티구조 건축물 설계시 건축구조기술사의 협력을 받도록 하고, 해당 건축물의 공사감리자가 고급기술자 이상의 자격을 갖춘 자와 협력토록 한 게 정책의 핵심이다. 포항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필로티 건축물 조사결과 부실설계·부실시공 문제가 발생했는데, 이를 건축설계·감리 때 관계전문기술자의 협력을 확대해 부실을 막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현장에서 제도를 수용할 준비가 돼 있는지, 또 철저한 문제원인 분석과 함께 처방이 확실하고 정확한지 여부다. 핵심을 비켜간 땜질식 처방은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바뀐 제도가 작동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음에도 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현장에선 파열음이 쏟아진다. 정부의 지진대책의 허와 실을 짚어봤다.

◆ “불필요한 규제” 규제심사 의견에도 밀어붙이기…
   현장 곳곳 ‘파열음’ 날라

먼저 원인과 대책이 맞지 않다. 국토부가 작성한 규제영향분석서상의 규제필요성을 보면, 필로티구조 건축물에 대한 조사결과 설계과정에서 기준이 잘못 적용되거나 설계도서와 달리 시공되는 등 ‘부실설계·부실시공’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사고당시엔 현재 마련된 ‘필로티 건축물 구조설계 가이드라인’과 같은 기준이 없었고, 부실시공의 경우도 도면을 무시하고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인데, 문제의 핵심은 외면하고 설계자와 감리자 사이 또 다시 관계전문기술자(구조기술사, 고급기술자)를 개입시켜 불필요한 규제를 만들고 있다.

이미 정부는 경주·포항 지진피해 방지 대책으로 ‘내진기준 강화, 부실시공 방지책 마련, 감리 강화’에 더해 올해 필로티 건축물 구조설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겹겹이 안전장치를 마련, 제도를 시행중이다. ▲ 작년 12월 시행된 내진설계 의무대상 건축물 확대(연면적 500제곱미터→200제곱미터)-<내진기준 강화> ▲ 올해 6월 시행된 건축주 직접시공 건설공사 범위 축소(연면적 200제곱미터 이하)-<부실시공 방지> ▲ 올해 8월 개정된 허가권자 지정 공사감리 범위 조정(주택으로 사용하는 건축물)-<감리강화> 등이 이에 해당된다.

◆ ‘내진기준·무자격 시공제한·감리’ 강화, 필로티 구조설계 가이드라인도 마련
   ‘관계전문기술자’ 협력의무화는 문제핵심 비켜간 ‘이중규제’

국토부 자체규제심사 사정을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국토부 내부에서도 작동가능성 문제를 심각히 고려한 것으로 안다. 내부 심사과정에서도 개선을 위해 설계 문제는 설계자나 인허가 부서의 교육을 통한 경각심 강화, 감리 문제는 공사감독·감리자 책임부여로 사안을 풀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이번 지진대책은 구조기술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건축사사무소 수 약 1만3천개소, 구조기술사 수 402개소)함에도 협력대상만을 확대한다는 것이 가장 큰 패착이라고 건축관계자들은 전한다. 현장에서 제도를 수용할 준비가 안돼 있을뿐 아니라, 또 구조기술사사무소 근무 경력자인 고급기술자에게 구조 관련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자격이 없는 자가 업무를 수행토록 하는 것도 책임문제 등에서 타당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A건축사는 “개정안대로라면 구조기술사 연간 인허가 처리건수가 약 24,000건으로 6배나 업무량이 증가한다. 구조계산서 작성의 병목현상과 구조계산 용역비 상승은 당연한 수순”이며 “현재 벌어지는 안전사고의 본질은 덤핑에 의한 저가설계비에 의한 것임에도 근본문제는 외면하고 그때 그때 땜질식 처방만 남발하고 있다. 개악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내용을 모르는 국민이 지게 된다. 선제적으로 구조기술사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입법예고된 개정안은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과 국토부 자체 규개위 심사를 거쳐 국무총리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시행령 기준이 과도한 규제라고 판단할 경우 국토부에 시행령상의 규제 수정을 권고하거나 강제할 수 있다.

대한건축사협회는 국토부 차관·장관 면담과 전국 17개 시·도건축사회장 방문 등 반대의견을 개진하는 강경태도를 취하며, 그럼에도 국토부가 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집회·시위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 다른 3자 협력 시
   책임소재 불명확, 업무혼란 가져와

조태종 대한건축사협회 부회장은 “감리자인 건축사(특급기술자)가 감리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감리자 보다 전문성이 낮은 고급기술자의 협력을 받는 것 자체가 기술적으로 무의미하며, 다른 3자가 협력하는 게 책임소재도 불명확해지고 업무혼란을 가져온다”고 우려를 표하며 “문제원인이 있으면 원인이 있는 곳에서 풀어야 한다. 감리과정에서 필로티 건축물은 하중이 전이되는 기둥 또는 벽체, 보, 또는 슬라브 철근 배근 시 감리확인 공정을 추가하는 게 현실을 고려한 합리적 대안이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감리자에게 부실 시 공사중지 명령을 즉각 내릴 수 있도록 하고, 불응 시에는 형사고발조치까지 할 수 있는 권한 위임 등 발주처(건축주)에 예속되지 않고 전문적 권한행사를 할 수 있게 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부과해 철저한 감리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의견을 전했다.
 


장영호 기자  yhduck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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