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경영 패러다임은 이성이 감정을 압도했다. 고객은 이성적으로 구매 의사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경영자는 당연히 이성을 기초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중고트럭 한 대로 장사를 시작해 연 매출 100억 원대의 사업을 키워냈다고 말하는 배성기씨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는 ‘트럭 모는 CEO’(OCEO 2018)라는 저서를 통해 흥미로운 일화를 소개했다. 과일 트럭을 몰던 그는 장사 수완이 부족해 초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아주머니가 굶으면서 일하던 그에게 다가와 트럭을 봐줄 테니 김밥 한 줄 먹고 오라고 제안했다. 그런데 아주머니가 과일을 팔자 사람들이 점점 모여들더니 나중에 줄까지 섰다. 그가 장사할 때는 그렇게도 안 팔리던 참외가 갑자기 아주머니 덕분에 인기 상품이 됐다.
잠시 후 아주머니에게 다가가 비결을 물었다. 논리와 이성을 철칙으로 여기는 경영 컨설턴트라면 좋은 입지에서 질 좋은 참외를 공급받아 적정한 가격을 정하고 눈길을 끄는 마케팅 구호를 외치라는 식의 제안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주머니의 제안은 전혀 달랐다. 바로 “웃어라”였다. 장사꾼은 가족에게 비극적인 일이 생겨도 웃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아주머니의 조언을 실천했더니 극적 반전이 찾아왔다. 하루 20만원어치도 팔기 어려웠는데 웃고 난 뒤에는 평균 150만원어치를 팔았다고 한다.
환하게 웃는 표정 하나가 반전을 가져온 것을 이성적 관점에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감정이란 렌즈로 바라보면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많은 사람들은 감각 경험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을 판단한다. 세세한 품질의 차이를 구분할 전문지식이나 시간을 가진 고객은 많지 않다. 대신 고객들은 오감을 통해 받아들인 자극을 토대로 품질을 추론한다. 환하게 웃는 모습은 고객의 감각기관에 긍정적 자극을 줘서 편하게 트럭에 다가갈 수 있게 했고, 품질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도 기여했다. 우리의 제품이 뛰어나다는 것을 아무리 보여주고 싶어도 고객들이 이를 오감으로 느끼지 못하면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제품의 재질, 포장지의 느낌, 제품을 여닫을 때 나는 소리, 향기, 서비스 요원의 표정 등은 과거에 실무자들이 알아서 처리하는 영역이었다면, 이제 의사결정권자들이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챙겨야 하는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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