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건축사들이 세계로 뻗어가는 자양분, 주택금융지원기구

<편집국장-註>
본지가 이번 일본주택지원금융 관련 제도를 다루는 이유는 단독주택 지원이 다양한 경제적 효과를 시장에 가져오기 때문이다. 똑같은 주택 대출이 어떻게 일석 다조의 효과가 있는지 20년간 다듬어진 일본의 정책을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제도가 우리 건축사들의 업역활성화와 밀접하기 때문에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 무지(MUJI) 홈페이지 일본 패션소매회사 ‘무지’는 이런 시장구조를 배경으로 주택사업까지 확장하고 있다. 더욱이 일본 아틀리에 건축사들과 협업은 무지 뿐만 아니라 다수의 주택 건설사들의 사업 행태다.(자료 : https://www.muji.net/ie/)

우리나라와 일본의 주택금융지원기구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국내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일본 기관을 벤치마킹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내와 일본의 주택금융지원기구는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파급력은 사뭇 다르다. 주택 시장이 아파트가 주종인 나라와 단독주택이 주종인 나라라는 시장 배경의 차이가 있지만, 고용 불안과 산업 쇠퇴로 어려움이 많은 우리나라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는 정책이다.
어느 나라나 건축 시장은 고용 효과가 매우 크고, 산업전반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크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여서 매 정권마다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각종 사회 인프라인 토목과 건설에 집중해 왔다.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고도화 되고, 국토이용 관련 도로 등 각종 인프라가 완성된 지금 중복 투자 또는 과잉 투자의 우려가 있다.

사회의 고도화는 산업구조를 빠르게 재편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 흐름의 선두에 있다. 문제는 고도산업 구조에 포함되지 못하는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새로운 산업이 일어나더라도, 대부분의 국민들과는 상관없는 분야다. 이 와중에 흘러넘치는 시중의 유동자금은 주식시장과 부동산으로 이동한다. 부동산은 특히 가장 안정적 자산이어서 시장이 불안전할 때 우선적으로 선택 받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로 인한 주택가격 폭등이다.
정부의 부동산 폭등억제 정책의 첫 번째 타겟이 부동산 대출 억제다. 당연히 효과가 높다. 그런데 시각을 달리 할 필요가 있다. 주택 부동산 대출 억제 대상에서 단독주택을 제외한다고 하면 어떨까?

실제 은행권은 토지가 넓은 단독주택보다 지분이 훨씬 작은 아파트의 대출을 훨씬 많이 해준다. 담보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현저한 환금성으로 대출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단독주택의 토지는 환금성이 떨어질지 몰라도 절대 가치는 결코 낮지 않다. 바로 이점이 일본과 우리나라의 차이다.

▲ 일본은 규모 및 구조면에서 성숙한 모기지 시장을 갖고 있다. 일본 모기지 시장은 미국 다음으로 큰 규모이며, 정부의 주택금융 지원이 강한 국가다. JHFA는 1950년부터 2006년까지 약 1,941만호 주택자금을 공급했다. (자료 : Japan Housing Finance Agency)

◆ 일본 주택금융 내용을 배워라

일본의 주택금융지원기구는 단독주택의 신축과 개보수에 들어가는 비용의 상당금액을 대출해준다. 상환기간도 15∼40년까지나 된다. 금리 또한 1∼2%에 머무른다. 일본의 단독주택 대상 대출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금융기관의 한 관계자는 “일본의 주택금융지원은 대출하는 즉시 시장으로 나온다. 신축이나 증·개축 공사 비용이기 때문에 주택 주변의 중소기업이나 노무자들이 고용되면서 일하게 된다. 통상 주택 하나 고치는 과정을 보면 수십 개의 공정이 투입되며, 전체 공사기간을 보면 수백 명 단위의 인건비가 지출된다”고 말했다.

또 이런 과정은 각종 건자재를 소비케 한다. 즉 개별 주택 대출이 작은 일자리 창출에 매우 유용하다는 점이다. 관련 건자재 산업 역시 자극해서 폭넓은 시장이 형성된다. 단독주택은 표준화 범위가 넓어서 건자재 기업들에게는 생존력이 키워지는 분야이기도 하다.
일본이 90년대 말부터 이런 시장 사이클에 주목해서 단독주택 신축과 증·개축 지원 금융제도를 발달시켰고, 20여 년이 되어가는 지금 상당한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무엇보다 건축사 시각에서 본다면 개별 건축 시장의 확대로 인한 경제적 활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 일본 주택금융지원 제도는 건축사 시장뿐만 아니라
   작은 일자리 산업을 부흥시켜

반면에 국내로 눈을 돌리면 81년 신설된 주택자금 공급을 위한 ‘주택도시기금’이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전담기관으로 지정돼 최근 기존 단순융자방식에서 사업성격에 맞게 출자, 투융자, 보증 등 시장자금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역할은 미미하다. 금융기관 관계자는 “주택도시기금이 설립당시엔 주택자금만을 공급하다가, 경제발전단계와 주택시장 변화에 맞춰 지원대상을 확대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주택도시기금에서 개인이 순수하게 주택 건축자금 용도로 대출받을 수 있는 상품은 ‘다가구주택건설자금’ 상품이 유일하다”고 전했다.

▲ 일본 주택금융지원기구(Japan Housing Finance Agency) 홈페이지_https://www.jhf.go.jp/

보통 단독주택 신축 시 건축자금 대출은 땅이나 주택을 담보로 해서 시중 1금융권을 통해 진행된다. 대출금액은 땅을 담보로 한 감정가의 50∼60%까지 가능하며, 감정가는 통상 공시지가의 120∼130%정도로 잡히는 것을 가정할 때 대출금액이 크지 않다. 또 여기에 신축건물 설계도면에서 방 개수를 공제(보통 개당 3,400만원)해야 한다.

국내 주택 관련 기관들은 임대주택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대기업에만 몇 조의 자금을 대출해서, 특정 대기업의 금고 역할을 하고 있다. 일부 비난으로 대상을 넓혔지만, 작은 일자리와는 전혀 상관 없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할 뿐이다. LH나 SH 등 공기업 역시 공급에만 중점을 둘 뿐 작은 일자리 산업과 전혀 상관없는 대기업 대상 용역만 진행한다.

근본적으로 눈에 띄는 실적과 대형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운영되고 있다. 상대하기 쉬울지 몰라도 이런 접근은 시간이 흐르면 왜곡될 소지가 많다. 임대인들이 시간이 흐르면 행복해 하지 않고 고통스러워 하는 이유가 바로 이점이다. 그렇다고 이들 기업들이 소기업이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아파트 중심의 민간 주택 대출은 어떤가? 이들 아파트 대출은 단지 구입 시에 지원해주고, 다시 은행 등 금융 기관으로 들어가 버리는 구조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국내 아파트 중심의 대출구조는 시장이나 일자리를 전혀 자극 하지 못한다. 중계과정에 일부 금액만 시중으로 나올 뿐이다”며 “이것이 다시 금융권으로 흡수돼 타 산업과 전혀 관계없이 금융기관별 이동을 할뿐이고, 이런 단순 구조는 집값을 자극해서 가격 폭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산업 전반에 영향을 주고 순기능을 자극하는 정책을 도입했다면, 지금과 같은 산업의 절벽과 고용 불안의 극단에 있지 않을 것이다.

◆ 일본 협소주택을 비롯한
   주택건축의 부흥을 자극한 금융정책,
   일본 건축사들이 세계로 진출 한 뒷 배경

일본 주택 작품들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끌게 된 것은 이런 금융제도에서 주택 소유자들이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점이다. 주택 신축의 용이함은 사람들로 하여금 평생 살집에 대한 로망을 자극 했다. 우리도 주택을 고민 하는 사람들이 첫 번째 만나게 되는 난관이 공사금액이다. 아파트에 비해 현저히 낮은 대출은 매매를 생각 안 할 수가 없고,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를 기도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일본은 다르다.

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A건축사는 “일본에서 받는 1%의 신축대출은 굳이 집값이 안 올라도 되는 범위다. 따라서 팔 집을 그리기 보다는 꿈꾸는 집을 계획하고 실행한다”며 “이렇게 시도된 많은 주택들은 전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작품들을 탄생시켜 세계적인 건축사들을 키우는 바탕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켄코쿤마나 SANNA의 성장 배경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이런 경제 정책은 MUJi HOUSE같은 새로운 기업장르를 탄생시켰다. 우리는 어떤가? 그냥 아파트 가격만 올렸을 뿐이다.

주택시장과 구조의 단순화는 25,000명의 건축사들을 생존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관계 인력까지 합치면 80만명 정도에 이른다. 만약 지금이라도 일본식 주택금융지원 제도를 고민해서, 단독주택 신축이나 증·개축 모기지를 지원한다면 내수시장의 부분적 활성화는 가능할 것이다. 정책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 일본의 주택건설사들은 개별적으로 건축사들과 협업관계를 유지하고 있다.(사례 : 스미토모 임업) 자료 :http://sfc.jp/ie/architect

◆ 아틀리에 건축사들과 공존하는 일본의 주택전문 회사들,
   작은 경제 활성화로 지역과 개인에게 도움 줘

각종 금융 지원은 일본의 개인 주택시장을 지속적으로 활성화 하는 배경이 된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부러운 점 중의 하나는 협력관계로 유지되는 일본 주택전문 회사들과 건축사들의 관계다. 영업력은 건축사보다 건설사·분양사들이 훨씬 좋은 것은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마찬가지다. 일본의 주택전문회사들은 자체적인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하고서도, 지역별 건축사들과 협력해서 우수한 작품들을 실현하고 있다.

일본 도쿄의 B건축사는 “무지(MUJI)은 이미 세계적 건축사로 알려진 일본 건축사들과 협력해서 주택디자인을 제공하며, 국제 규모의 작품전을 열기도 한다. 전문 주택 회사인 케라 코무텐(解良工務店)이나 스미토모 임업 같은 다수의 주택 관련 회사의 경우는 아틀리에 건축사들과 협력해서 주택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주택전문회사는 건축사와 대립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간에 협력하는 방식의 사업으로 일본 주택의 양적·질적 수준 향상을 이루고 있다. 이들의 상생관계를 보면 대기업 건축사사무소가 아닌 이른바 아틀리에 건축사들인 개인 건축사사무소들과 협력하고 있다. 국내 LH공사나 SH공사가 해야 할 일을 일본의 경우는 민간 주택건설사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 중심이 아닌 이런 소기업과 상생하는 비즈니스 방식은 일자리나 작은 경제 활성화를 이끌어 내는 유효한 방식이다.

한 컨설팅그룹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우리나라가 현재 극심한 일자리와 기업 양극화로 고용난과 사회 전반의 침체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기존 대규모 개발방식이 아닌 소규모 건축 활성화가 효과적이다”며 “이를 위해 다양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고, 현실적인 금융제도 지원이 절실한 상태다”고 제언했다.     


<일본 도쿄에서 현재 주택대출을 받아 건물신축을 진행중인 A씨 인터뷰>

일본의 대출구조 이해를 높이기 위해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이 실제 일본주택금융지원기구로부터 주택대출을 받아 건물신축을 진행중인 A씨의 인터뷰를 게재합니다.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소개합니다.

Q 단독주택 신축 및 증개축시 대출은 최대 얼마까지 가능한지.
A 특별히 상한(최대 대출액)은 잘 모르겠지만, 차입 상환 가능 금액에 따라 심사가 있다. 은행 기준에 따른 상한이 정해져 있다. 

Q 대출 금리 1∼2%인데, 이게 변동 금리인지 아니면 고정 금리인지.
A 기본적으로 고정금리이지만, 변동금리도 선택할 수 있다. 

Q 주택금융지원기구가 직접 대출을 해주는 건지 아니면 금융기관(은행)을 통해서 해주는 건지.
A 은행(금융기관)을 통해 대출을 받는다. 

Q 지자체와 주택금융지원기구가 같이 5:5? 이런 식으로 대출해주는 건지.
A 부동산 물건에 따라 지자체에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지만, 주택담보대출(주택론)과는 별개다. 대출은 은행에서 받는다.

Q 담보대출인지 신용대출인지.
A 담보대출. 구입 또는 구입할 토지와 신축할(또는 기존건축) 건물을 담보로 주택 대출을 하게 된다.

Q 예를 들면, 땅이 있는 도쿄 거주자 가정의 경우, 주인이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월 급여가 400만원인 경우, 주택을 신축하려고 이 기구에 신청하면 보통 얼마까지 대출이 가능한지. (신용도가 있어야 한다면 A등급이어야만 하는지 아니면 B등급 정도도 되는지)
A 주택담보 대출시 개개인의 급여 등에 따른 신용 평가가 있다. (일본에서) 일반적으로 모기지 대출 금액 기준으로 연봉의 10배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