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세계화

요즘은 ‘친환경’이 가장 뜨는 단어지만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세계화’가 이슈의 중심에 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건축 분야에서 세계화는 아직도 진행 중이고 그 끝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 이다. 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는 중동의 건설 붐이 건축의 세계화를 의미하는 사건이었지만, 요즘 국내 건축사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이다. 건축의 세계화에 동참하여 우리 협회도 국제위원회를 중심으로 그 동안 많은 선배 건축사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지속적인 노력을 해 왔으며 그 결과 아시아의 17개국이 회원인 아시아건축사연합회(ARCASIA)의 회장에 이근창 건축사께서 당선되어 2년간 재직하면서 2008년에 제13회 아시아건축사엽합회 총회를 부산에 유치하여 성공적으로 개최하였으며, 국제건축사연맹(UIA)의 이사(Council Member)에 심재호 건축사께서 당선되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현재 우리 협회는 미국(AIA), 일본(JFABEA, JIA), 유럽연합(ACE), 중국(NABAR)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금년에는 태국(ASA) 및 라오스(ALACE)와 양해각서를 체결하여 교류를 시작하였고 향후 베트남, 멕시코 등과도 교류를 추진 중에 있다. 과거에는 선진국과의 교류를 통해서 선진 시스템을 받아들이고 국제화에 동참하는데 급급했다면 최근의 경향은 개도국과의 교류도 넓혀서 우리의 입지를 강화하고 우리 건축사들의 해외 진출에 도움을 주는 쪽으로 방향을 다각화 했다고 볼 수 있다.

 

건축의 국제기준

건축설계분야의 세계화에 있어서 건축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동성(Mobility)’이다. 즉, 건축사가 어느 나라에서든지 제약 없이 건축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건축사 자격의 상호인증 또는 국제기준에 맞는 자격증이 수반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건축사 자격의 국제기준은 없으며 이를 선점하기 위하여 국제건축사연맹(UIA)을 위시로 선진국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국가 간 협약에 의해서만 건축사 자격의 상호인증이 가능하며 이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으로 자국의 건축시장에 한계를 느끼고 해외에 진출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이다. 건축사 자격 상호인증의 기본이 되는 것은 결국 건축교육의 국제기준이므로 세계 각국은 이를 위해서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발 빠르게(어찌 보면 너무 빠르게) 미국의 교육시스템을 모델로 5년제 건축대학을 받아 들였으며 한국건축학교육인증원(KAAB)을 설립하여 국내 건축대학 뿐 만 아니라 해외 건축대학의 인증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런 기반을 바탕으로 건축교육의 선진국들의 모임인 ‘캔버라 협정’의 일원이 되었고, UIA 교육위원회, UIA 건축실무위원회에 본 협회 국제위원회가 참석하여 우리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으며, APEC건축사 제도를 활성화 하면서 건축사 상호인증에 기반이 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면서 우리의 위상도 몰라보게 높아져서 국제회의 등에서 한국의 발언권도 상당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를 연결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서 우리의 역할에 부합하는 태도를 견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선진국은 높은 수준의 국제 기준을 세우기를 주장하고 있으나 개도국의 경우 국제 기준이 자국의 형편에 비해 너무 높을 경우 일방적인 기준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반대하고 있다.

 

2017 UIA 총회 유치

국제건축사연맹(UIA)은 3년 마다 총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내년인 2011년에 도쿄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차차기인 2017년 UIA총회 개최국을 선정하게 된다. 차기인 2014년 총회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더반에서 개최하기로 2008년 토리노 총회에서 결정되었다. 지난 10월 4일 “건축의 날” 행사에서 최영집 FIKA회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2017년 UIA총회의 서울시 유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여 현재 국내외적으로 유치활동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와 건축단체연합(FIKA)이 유치활동비를 출연하기로 하였고 이 기금으로 연말까지 유치제안서를 전문업체와 함께 작성하고 있으며 각종 국제행사에 참가하여 강약을 조절하면서 유치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국제행사의 유치전은 단순히 유치 도시의 경쟁력과 제안서의 타당성 등 객관적인 평가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며 모든 일이 그렇듯이 결국에는 투표권을 가진 단체의 유력인사와의 개인적인 신뢰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 본 협회를 비롯한 건축단체가 지금까지 쌓아 온 인맥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금년부터는 많은 국제 행사에 본 협회와 한국건축가협회가 FIKA의 이름으로 동시에 참가하면서 상호간에 깊은 신뢰를 쌓아가고 있고 UIA총회 유치활동을 통해서 건축 3단체의 공조가 더욱 강화되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게 될 것이다. 따라서 UIA총회 유치가 단순한 하나의 국제행사 유치가 아닌 이제까지 투자한 국제 활동의 중간 성과라고 여기면서 2011년 9월을 향해서 국제위원들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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