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발주처의 일방 통행? 일방 무시?…‘슈퍼갑’ 공공발주기관 개혁 시급

<건축문화신문>이 제보를 받아 발주처 부당행위 현실을 추적합니다 장영호 기자l승인2018.08.1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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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설계 당선작도 피해가지 못하는 우월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 계약 요구
모범이 돼야 할 공공기관 수퍼갑 횡포,
경영난으로 어려운 건축사사무소 복종해야 살아남아

▲ ○○교통공사 설계공모 당선작 자료 : (주)제이유 건축사사무소, (주)우리동인 건축사사무소

# 최근 ○○교통공사가 발주한 ‘지하철 통합관제센터 신축공사 설계공모’에 당선된 A건축사 (공동수주를 편의상 통칭함)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설계공모 당선에 성공했지만, 계약체결과정에서 무리한 포괄적인 과업 범위 계약 조건들을 요구 받았다.(관련 보도 본지 8월 1일자 보도 참조) 당연한 당선작 계약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일방적 발주담당의 요구인 포괄적인 과업범위에 이의를 제기하며 대가없는 추가업무 요구에 협상했지만, 당선자 설계권에 대한 일방적 무효통지를 받았다. 공사는 일반공개공모방식으로 당선작에게 설계권을 부여하는 설계공모를 공고, 기술검토와 작품심사를 거쳐 작품안을 제출한 A건축사와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A건축사는 건축사법 제19조의3(공공발주사업 등에 대한 건축사의 업무범위 및 대가기준)에 따른 설계비를 산정한 결과 공사에서 제시한 설계비가 기준에 비해 형편없이 낮고, 추가설계업무(친환경인증, BIM설계, DFS검토, CFD해석 등)에 대한 대가 산정이 없기 때문에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문제제기를 했다. 그러나 공사 사업담당자 C씨는 “설계공모지침을 보고 공모에 응모하고선 이제 와서 이의제기하는 경우는 처음이다”며 설계비 재검토는 없다고 으름장을 놓고는 일방적인 계약을 강요했다. 이른바 적자 설계내역서 강요인 셈이다. A건축사는 공사의 부당함에 이의제기와 재검토 요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던 중 아무런 사전 통보 없이 설계권 무효 통보를 받았다.

◆ 건축사의 적정대가 지급 의무화가
   시행됨에도 현장 실무진은 무시

공공발주사업에 대한 건축사의 적정대가 지급 의무화가 시행된 후에도 일부 공공 발주기관들이 과업에 비해 턱없이 낮은 설계비를 책정해 계약을 강요하거나 대가없이 추가업무를 수행토록 하는 횡포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7월말 A건축사의 SNS에는 사인 간 계약인 민간발주사업에서나 있을 법한 ○○교통공사의 설계공모 당선 후 계약직전 대가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설계비 수용요구, 추가업무를 대가없이 강요하는 부당행위 단면이 소개됐다.

통상 설계공모 당선 후 계약을 위한 과업범위와 추가업무에 대해 문의하는 것은 당선자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이다. 계약을 잘못하게 되면 발주처 사정에 따라 계약기간은 고무줄처럼 늘어나고, 재설계에 따른 비용을 지급받지 못한다. 정확한 설계내역서 없이 계약하게 될 경우 추가비용에 따른 손실을 건축사 홀로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갑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공공기관의 부당한 행위는 건전한 중소건축사사무소의 목을 조른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적정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역서 검토가 힘든 중소사무소의 현실을 교묘히 이용해 일단 발주하고 보는 식이다.

◆ 모범이 돼야 할 공공발주기관은 계약의 상호주의를 무시,
   불공정한 처사 일상화

특히 ○○교통공사는 당선 후 계약체결 과정에서 일방적인 업무진행을 해 건축사와 업계관계자들 사이에서 빈축을 사고 있다.

계약은 상호주의적이어야 하지만, 공사는 설계비 산정 문제제기에 대해 “설계내역서상 추가업무별도 표기는 안되니 이를 삭제하라”며 계약상대자가 대가없이 과외업무를 일방적으로 부담할 것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수용하지 않자 발주기관의 요구일로부터 10일 이내에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설계권 무효 처분 결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관계자에 따른 본지 확인결과 계약체결 진행과정에서 계약담당자가 출장하는 등 시간이 지체될 수 밖에 없었고, 특히 공사는 전자계약 초안 등 계약서 관련 어떠한 서류도 발급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A 건축사는 “일방적으로 작성한 과업지침서를 세부적으로 명기해야 하지 않겠냐고 문제제기를 한 걸 두고 사업담당자는 ‘이런 사무소는 처음 봤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면 알아서 해줄텐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선 후 계약서 체결 이행을 위해 성실히 노력했음에도, 계약체결의무기한을 넘겼다고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해놓고는 ‘이제는 후순위자와 계약을 협의하겠다’고 전해왔다”며 “공공기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지 상대적으로 약자인 건축사사무소의 신뢰를 저버릴 수 있는지 안타깝다. 차제에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제도와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고 쓰린 속을 내비쳤다.

사실 공공, 민간사업 가릴 것 없이 저가설계비 발주관행은 건축계가 반드시 타파해야 할 적폐중 하나다. 특히 ○○교통공사의 횡포는 지금 시장에서 발주기관이 실제로 행하는 발주과정의 여러 불공정 행위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공공발주사업이 입·낙찰과 계약 등 진행과정이 객관적이고 체계적이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점 ▲ 사업담당자가 일방적으로 부당한 계약내용 체결을 강요한 점 ▲ 공공기관에서 예산절감에 급급한 나머지 건축물 품질은 뒷전인 채 건축사사무소를 용역주는 하청업체로서만 대한 점 등 문제의 사안은 심각하다.

미국에서 건축사사무소를 운영중인 미국건축사 다니엘 김은 “미국의 경우 발주처는 건축의 완성도와 품질을 우선으로 하며 공정한 거래와 계약을 진행해서 별다른 이의제기가 없다”며 “한국은 왜 공공 발주기관이 민간에서나 있을법한 악습과 적폐를 앞장서서 진행하는지 의아할 뿐이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공공발주사업에 대한 건축사의 적정대가 지급 의무화를 골자로 한 건축사법이 작년 12월 시행된 후에도 공공기관이 이를 준수하지 않은 것은 엄연한 불법행위다.

이를 두고 건축사들은 건축계가 겪는 부당한 처사에 대해 중지를 모아 제도개선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좋은 건축물은 우리 건축문화를 홍보할 표상임에도 단순히 예산절감 수단으로 간주하는 발주자들의 태도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건축사들은 “발주자의 권한을 견제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고, 관련법 개정 등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발주처 횡포 근절을 위해 기재부·국토부 등에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불공정 계약 관행개선 TF 가동, 감사원 공기업 대상 현장조사 등 정부가 나서서 ‘수퍼갑 횡포’에 대한 적정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영호 기자  yhduck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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