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는 일
- 임경섭

살아 있는 한
넘지 못할 국경 한군데쯤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
그러나 넘으려 하지 않는 국경은
누구에게도 없네

세 살 난 쿠르디는
가족과 함께
만선이 된 조각배를 타고
에게해의 광활한 국경을 넘고 있었다

우리 단지 아이들이
가방을 메고
시끄럽게
교문을 들어서고 있을 즈음이었다


- 『우리는 살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 / 임경섭 시집 / 창비시선 / 2018년
한 장의 사진이 세계인들의 마음을 움직인 예는 많다. 그러나 꿈꾸듯 바닷가 파도에 밀려온 한 어린이의 죽음은 유럽의 난민 정책을 바꿔 놓았다. 알란 쿠르디는 시리아의 쿠르드계 세살배기 어린이다.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가족들과 함께 유럽으로 이주하던 중 지중해에서 배가 난파되었고, 터키 보드룸의 해변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난민 문제는 정치의 문제 이전에, “우리가 어떻게 타인을 환대 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먼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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