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사무소를 개소한 필자는 건축에 입문한 때부터 나중에 나의 이름을 내건 사무소를 운영 한다면, 어느 부분에 초점을 두어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해 왔었다. 또한 대부분의 건축사들이 한번쯤은 생각 해 봤듯이 먹고 사는 문제가 당장 현실인 상황에서, 건축을 대하는 순수함을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에 관한 고민을 가슴에 품고 무작정 전장에 뛰어 들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앞서 나열한 고민들이 현재 진행형이라고 언급 하는 것이 부끄럽기는 하나, 반면에 짧은 기간 동안 건축사로 지내면서 생각해본 새로운 고민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민·관 구분 없이 여러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사회에서 건축사의 발언과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음을 느꼈다. 특히 소규모 관급 프로젝트의 경우에 이미 결정된 과업 내용의 변경은 여러 복합적인 이유(특히 짧은 과업기간)로 관철되기 어렵다는 것과 발주 부서의 수장이 특정 재료를 선호한다고 하여 충분한 고민 없이 단순하게 드래프터처럼 설계를 진행해야 하는 것도 봐왔다.
수년 전 드라마에서 비춰진 건축사처럼, 다방면으로 멋있게 살아가는 건축 전문가로서 삶을 꿈꿨던 필자로서는 일단 드라마 주인공처럼 잘생기지 않았기에 크게 실망스럽진 않다,
하지만 과거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양적 성장 시대에서나 유지되었을 만한 관행이 아직까지도 나타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시기를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바야흐로 소통의 시대를 사는 지금부터라도 주도하여 의견을 개진해야 하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주변을 둘러 봐도 실제로 많은 건축사들이 제도 개선에 대한 의지를 표출하고 의견을 내고 있지만, 각자의 사무소를 운영해야 하는 입장이므로 참여할 수 있는 범위의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시민이 주인인 공공건축물이 소수 담당자의 생각만으로 결정되고 지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기획단계부터 전문가 집단의 참여가 절실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디어만 얻고 버리는 형식의 자문이 아닌 현실적인 보수를 책정하여 기본적으로 발언의 책임을 갖는 형태로써, 각 지역 건축사회에서 주도하여 인력풀을 모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으며, 그 전문가가 꼭 건축사일 필요는 없지만, 건축사만큼 전문가는 또 없을 것이다.
우리의 역할에 대해 꾸준히 고민하고 사유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언에 힘이 실리고, 위상도 세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면 배도 부른 소크라테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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