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구 산전
- 김경훈

우린 아직 죽지 않았노라
우리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노라
내 육신 비록 비바람에 흩어지고
깃발 더 이상 펄럭이지 않지만
울울창창 헐벗은 숲 사이
휘돌아 감기는 바람소리 사이
까마귀 울음소리 사이로
나무들아 돌들아 풀꽃들아 말해다오
말해다오 메아리가 되어
돌틈새 나무뿌리 사이로
복수초 그 끓는 피가
눈속을 뚫고 일어서리라고
우리는 싸움을 한번도 멈춘 적이
없었노라고
우린 여태 시퍼렇게 살아 있노라고


-『까마귀가 전하는 말』 김경훈 시집 / GAK / 2017년
올해는 제주 4·3항쟁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덕구는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출신으로 교토의 리쓰메이칸 대학(立命館大學) 경제학부 재학 중 1943년 학병으로 관동군에 입대했다. 1945년 귀향해서 신촌중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다가 한라산에 들어가 제주도 인민유격대 3·1지대장을 맡아 제주읍, 조천읍, 구좌읍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남로당 제주도위원회 군사부장과 제주도 인민유격대 사령관으로 1949년 6월 경찰과 교전하다 사망하였다. 이덕구 산전은 4·3항쟁 때 마을 주민들의 피난처였고, 이덕구 부대의 주둔지였으며 그가 죽은 장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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