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시작되는 지난 10월 22일 경기도 일산 KINTEX에서 대망의 2010 대한민국 건축사대회가 개최되었다. 지방에서 단체로 회원들이 타고 온 대형버스들이 행사장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으며, 넓은 CONVENTION HALL은 3년 만에 개최되는 건축사대회에 대한 기대와 함께 회원들의 열기로 한껏 고조되어 있었다.
행사지가 경기도인 만큼 경기도 지사를 비롯하여 잘 알려진 정치인 2인이 참석하여 나름대로 축사도 있었으며, 16개 시도대표가 입장할 때의 현란한 조명과 박진감 넘치는 동영상 등 집행부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인 대회였다고 생각되지만, 행사가 끝난 뒤 무언가 아쉬운 느낌이 드는 것도 솔직한 심정이다.
필자는 현재 대한건축사협회 수석부회장이라는 직함을 수행하고 있다. 때문에 이 같이 공식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것 자체가 일견 어색할 수도 있겠으나 한편 회원 대부분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며 또한 앞으로도 계속하여 건축사대회가 개최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보다 성숙되고 알찬 대회가 향후 협회 발전에 긴요하다는 취지에서 이와 같이 주관적인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건축사대회가 추구하는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근간 대부분의 회원들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같이 힘든 상황에서 굳이 엄청나게 많은 비용을 들여 건축사대회를 하는 근본적인 목적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하겠다.
그 목적과 의미가 뚜렷하지 않으면 우리의 건축사대회가 명분없이 의례적인 행사로 그칠 수 있고 모처럼 개최한 대회가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건축사대회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개인적인 소견으로 볼 때 궁극적으로 건축사대회는 회원의 자긍심 고취를 최대 가치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용기를 수반한 자기확신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회원들에게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계기를 만들어줌으로써 건축사대회 개최의 의미를 부여하여야 한다고 본다
회원의 자긍심 고취라는 가치기준으로 금번 대회를 조명해 본다.
정치인 3인..그들은 바쁜 시간을 할애하여 우리 대회에 참석해 주었다. 나름대로 우리에게 듣기 좋은 덕담을 하고서 그리고 행사 도중 훌쩍 가버렸다. 개최지가 경기도인 점을 감안할 때 경기지사의 참석은 명분상 흠이 될 수는 없었으나 다른 두 사람은 어땠을까. 그들이 우리의 자긍심을 높이려고 온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그들의 위상을 높여 주는 장을 만든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 향후 어떠한 생각으로 정치인을 초대해야 할지 기준이 될 수 있다 하겠다.
2부 행사에 보인 젊은 밴드와 가수
보통 대부분의 행사에는 여흥이 따르는 것이 공식화 되어 있다. 그런데 금번 동원된 밴드와 여흥이 우리들의 자긍심 고취에 어떤 의미가 있었는가 생각해 보자.
우리 모두는 ENTERTAINMENT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열린음악회, 무슨 무슨쇼 등 수많은 놀이문화에 젖어있다. 그런데 건축사대회에 까지 와서 똑같은 행태를 본다면 우리의 품격과 자긍심 고취에 어떠한 도움이 될까 생각해 본다.
우리 주위에 많은 우군이 있을 때 건축사의 위상은 자연적으로 상승 될 수 있다.
우리 주위에는 수많은 건축유관단체가 있다. 가까이 건축학회를 비롯하여 건축구조협회, 감리협회, 엔지니어링협회, 리모델링협회, 디자인협회, 실내건축협회, 건설관리학회 등 실로 헤아리기 힘든 수의 단체들이 있다. 또한 우리가 수없이 접촉해야 할 정부기관, 지자체 또는 공사 등의 건축기술 공무원들이 있다. 우리가 건축사만으로 홀로 존재할 때 남들이 결코 우리의 위상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한민국 건축사대회와 같은 특별한 행사에 그들을 초청하고 또 감사장을 수여하고 박수를 보낸다면 그들 또한 건축사협회를 다른 눈으로 보게 될 것이며 이들을 우리 협회의 가까운 우군으로 두게 될 때 우리의 자긍심, 위상은 자연스럽게 상승 될 것으로 생각된다.
외국 건축인을 초청할 때에는 G20 의장국이라는 국격이 참고 되었으면 한다.
GLOBAL 시대에서 외국과 교류하는 것은 우리의 생존과 발전을 위하여 불가피하게 개척해야 할 사항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 이 같은 점에서 외국 건축 단체와 교류하는 것은 우리 협회가 가야 할 필수코스라고 생각되나, 금번과 같은 건축사대회에 해외 건축인들을 초청할 때에는 G20 의장국으로서 G20 회원국 수와 비회원국 수간의 균형을 고려하는 것이 향후 성숙된 대한민국 건축사대회를 위하여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건축사대회와 대국민 홍보에 대하여
우리 건축사의 사회적 역할이 아무리 중요하고, 우리의 주장이 정당하다 해도 남들이 인정해주지 않으면 우리의 위상이 올라갈 리 없으며 자긍심 또한 생길 수가 없다. 그만큼 현대사회에 있어 언론을 통한 대 국민 홍보가 중요하다는 점 역시 누구나 알고 있다.
특별히 많은 비용, 시간, 정성을 기울여 건축사대회를 개최하는 상황에서 대국민 홍보에 전력을 기울여 효과를 극대화 한다면 우리의 위상과 자긍심 또한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된다.
복잡할수록 단순하게 처리하라는 말이 있다. 주제가 모호하고 지향하는 바가 여럿일 때 잘못하면 배가 산으로 올라갈 수가 있다. 우리의 건축사대회 역시 복잡하게 또는 외형적으로 생각할 것 없이 오로지 우리 회원들의 위상과 자긍심 제고에만 초점이 맞추어진다면 오히려 회원들의 마음 깊이 와 닿는 대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다시 한 번 보다 성숙된 건축사대회를 위하여 많은 회원님들의 건설적 의견 개진을 요망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