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주거 개발 양식의 변화와 새로운 시장

임동우l승인2018.07.0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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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새로운 남북관계가 정립되는 듯 하다. 이러한 분위기가 한 두번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번에는 무언가 다르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문재인 정권 초기에 이미 북한과의 미래를 위한 관계를 정립하였고, 역사상 최초로 북미회담이 개최됐다. 그리고 아직 젊은 북한의 지도자는 안정된 체제를 보장받으며 장기적인 발전모델을 개발하는 데에 관심이 많은 듯 하다. 숨 가쁘게 변화하는 정세 속에서 한국의 건축사들이 해야 할 일은 이 정세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차분히 거시적인 변화를 위한 준비를 시작하는 게 중요할 수도 있다. 정치라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다를 수 있지만, 건축은 더 큰 흐름을 읽어내고, 궁극적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미래의 가치가 무엇인지 판단하고 이를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조금은 늦은 듯 하지만, 지금이라도 북한의 건축과 도시에 대한 이해를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 동안 북한 건축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은 흔히 상징적인 건축물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인민대학습당이나 소년학생궁전, 개선문, 5.1 경기장, 류경호텔 등 수 많은 상징적인 건축물들의 양식을 논하는 것이 그 동안 가장 많이 이루어진 북한 건축에 대한 이해이다. 하지만 우리가 미래를 이야기하기 위한 준비를 하며 계속해서 건축의 양식에만 논의가 머무른다면 우리가 과연 그 사회를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이는 어느 사회를 이해하는데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사회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세종문화회관의 양식이나 예술의 전당의 양식을 들여다보는 것은 분명 의미는 있지만,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이해도를 넓혀가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오히려 한 사회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의 주거 문화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북한 역시 마찬가지이다. 북한의 주거문화가 그 동안 어떻게 발전해 왔으며, 또 어떻게 새롭게 바뀌고 있는지 살펴보면, 그 안에서 남북한의 유사성도 발견할 수 있고, 또 차이점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특히 평양은 1차적인 전후복구 과정이 끝난 후 1960년대부터는 주택소구역계획이라는 개념하에 주거단지를 조성하기 시작한다. 주택소구역계획은 러시아 말로는 Microrayon, 영어로는 Micro-district, 즉 최소의 주거단위를 의미하는 사회주의 도시계획의 개념이다. 이는 실제 적용상에서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3,000∼5,000 세대 정도의 단위를 도시를 형성하는 가장 작은 사회단위로 규정하고, 이를 위한 주거 단지를 계획하는 개념이다. 이는 미국의 교외지역에 주로 적용되었으나 한국에서는 도시의 아파트 단지를 구성할 때 차용하였던 개념인 페리의 근린주구이론과 비슷한 면이 많다. 주거 단지 안에 탁아소와 학교, 상점 등을 함께 계획하고, 단지 내 통과교통을 최소화하는 등 하나의 자생적인 생활권을 만들겠다고 하는 개념이다.
이는 1980년대 후반에 시작된 통일거리와 광복거리의 주거단지 개발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개념이었다. 건축의 형태는 30층이 넘는 초고층화되고, 평면은 바람개비형, 풍차형 등 여러 조형적인 요소가 새로 생겨나지만, 기본적인 단지를 구성하는 프로그램에는 큰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반세기 이상 유지하던 북한의 주거 단지 개발 개념이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최근 개발되어 북한에서 대대적인 선전을 하고 있는 미래과학자거리나 려명거리는 더 이상 주택소구역계획의 개념을 따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한국의 주상복합단지 개발과 같이 코어형 주거타워들이 주를 이루고, 저층부는 상점으로 채워졌으나, 주택소구역계획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던 학교시설이나, 녹지공간 등은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바야흐로 북한, 특히 평양에 부동산의 개념이 들어서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되는 대목이다.
 이러한 변화는 분명 한국의 건축사들에게는 좋은 호재다. 북한에는 없는 노하우를 우리는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새로 개발되고 있는 주상복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주의 국가였던 북한에는 상업시설, 업무시설이 발달하지를 못했으나, 앞으로 분명 새로이 필요한 시설들이다. 이러한 부분에서 한국의 건축사들이 주도적으로 북쪽에 필요한 건축유형들을 제안해줄 수 있다면, 남북의 건축 교류는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임동우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도시설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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