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공무한(碧空無限)
- 장이지

여동생은 사람이 싫은 토끼 변태,1)
나는 그냥 변태.

토끼성애자인 동생을 거리로 몰아내고
오늘도 나는 낙서를 한다.

“어떻게 하면 이 무한히 확장되어가는 죽음의 세계를 끝장낼 수 있을까.”

하늘성애자도 테러리스트도 아무것도
나는 아니지만.

숙취 다음날의 하늘은 코발트블루,
나는 인류에 속하고 싶지 않은 병맛.
어쩌면 그냥.


1) 데라야마 슈지(寺山修司)의 영화 <책을 버리고 서리로 나가자>(1971)>중


-『레몬옐로』장이지 시집 / 문학동네 /  2018년
백남준은 달을 가르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티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디 달 뿐인가? 하늘은 우리에게 이미 오래전부터 구름의 변화를 보며 이야기를 만들게 했고, 밤하늘의 별을 보며 지상의 일이 어떻게 하늘에 새겨져 있는가를 짐작하게 했다. 그 하늘을 보고 있는 동안 토끼 변태든, 테러리스트든 어떤 의미도 없을 것이다. 그저 그냥, “어쩌면 그냥.”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그냥이라는 말을 싫어하지만 하늘을 보고 앉아 있거나 걷거나 할 땐 그냥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