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구랑 결별하는지
누가 누구를 증오하는지
무엇이 무엇과 시한부인지

그래서 말 못 할 이유들로 마실 때 명징은 자유로운 자연 구역이 되는가 가장 쉽게 더러워질 오염 구역인가

은닉한 것은 재산 빼돌린 정신의 조각

원탁/회의

취급/태도

진흙발로 성큼 걸어와 문득 들어서는 것과
그리고 이후에 명징

나로부터 기도의 끝으로 모르고 가볼수록 가보면
고풍스러운 고독의 비밀 장소에 고풍스레 있는 누구

너를껴안고한참울었네많은것들이멸종하니까짐작하니까떠나고나서머무는것들을미리울었네

누가 누구랑 결별하는지
누가 누구를 증오하는지
무엇이 무엇과 시한부인지

밝고 맑다


-『나는 적극적으로 과거가 된다』 황혜경 시집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명징하지 않은 시다. 그런데 제목은 「명징」이다. 명징은 안과 밖이 다 밝고 맑아서 비치지 않는 부분이 없고 그림자가 없다는 말이다. 인간은 이런 상태에 오래 머물 수 없다. 아마 바보라면 모를까? 그래서 우리는 가장 혼란스럽고, 더 이상 내가 아는 어떤 방법으로도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 자포자기한 체념 상태에서 오히려 명징해진다. 당연히 우리는 명징한 상태가 어떤 것인지 모른다. 다만 그 극단의 혼란을 말 할 수 있을 뿐이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