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국회의원 특별강연 ‘한반도 냉전해체와 평화경제시대 개막 - 지정학의 비극에서, 지정학의 축복으로’

"북한을 새로 재건할 때
주거공간은 90% 다시 지어야
한반도 상황을 실사구시적 실용적으로 접근 필요
4대 강국으로 둘러싸인 한반도 지정학 운명의 비극을 축복으로 바꿔낼 수 있어"

▲ 5월 29일 2018년도 대한건축사협회 협회발전워크숍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 ‘정동영 국회의원’

“한국이 분단의 섬으로부터 북녘땅을 지나 도로로, 철도로 저 유라시아 대륙 끝 포르투갈 이베리아반도까지 일대일로를 따라 거대한 비전에 우리가 함께 해야 하며, 그런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정동영 국회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 미래일자리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70년 한반도를 얽어맸던 분단·대결구도가 이제 평화경제구도로 넘어가는 분기점에 와 있다고 진단하며, 건축사도 통일시대를 준비해야 함을 강조했다.
“북한은 철도, 도로, 주택, 발전소, 공항, 항만 등 거대한 인프라시장이다. 국가설계디자인을 새롭게 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건축사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5월 29일과 30일 양일간 열린 2018년도 대한건축사협회 협회발전워크숍에서 ‘한반도 냉전해체와 평화경제시대 개막 - 지정학의 비극에서, 지정학의 축복으로’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참여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그는 대표적인 남북문제 전문가로 통한다. 주요 강연내용을 일문일답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한다.

Q 작년 5월 대표발의 한 공공발주사업에 대한 건축사의 적정대가 지급 의무화를 골자로 한 ‘건축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중이다. 건축물 품질 향상과 안전성 제고차원에서 건축계에 파급효과가 크다.

제2롯데월드 현장을 방문해보니 외국사의 설계, 기술이 대부분이었다. 또 국내의 설계·감리대가가 선진 외국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프랑스는 전체 공사비의 8%, 미국은 6%인 반면, 우리는 실제 2.4%에 불과했다. 감리비도 공사비용의 3.1% 수준이다. 적정 대가인 6.2%의 절반인 셈이다. 대가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게 되면 당연히 부실한 설계·감리로 이어지는 것 아닌가. 법 발의부터 국회 통과까지 굉장히 순조롭게 처리됐다. 앞으로 석정훈 건축사협회 회장님과 협력해 오늘 감사패로 받은 징을 건축사 여러분께 시원하게 치는 역할을 해보겠다.

Q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한반도 내에 눈에 보이지 않지만, 거대한 운명의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분단 후 70년을 비정상으로 살다보니 이 비정상이 정상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전세계에서 지구상에 한쪽 눈을 감고 70년을 살아온 민족은 우리밖에 없다. 극단의 비정상에서 정상상태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 북한을 새로 재건할 때 주거공간은 거의 90% 이상 다시 짓게 될 거다. 문재인 정부가 탄생해 한반도에 운명의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는데, 정치적으로 각각의 다른 스펙트럼은 가질 수 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팩트다. 한반도 상황을 보고싶은 대로 봐선 안된다. 있는 그대로 보고 실사구시적 실용적 접근으로 가야 한다. 치열한 경쟁의 시대, 4대 강국으로 둘러싸인 지정학의 운명의 비극을 축복으로 바꿔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북한은 어느 길로 가기를 원하고 있고, 어디로 이끌어야 하나.

위성지도상 야간 한반도를 내려다보면, 남한은 환하게 빛나고 있지만, 만주와 남한 사이 북한은 까맣다. 북한의 전력생산량은 우리와 비교할 때 실제 1/40에 불과하다. 남한과 북한의 경제규모와 전기규모가 비슷하다. 이러한 현실을 바꿔보고자 하는 꿈이 다행히 북한지도자에게 생겼다.
1984년생, 34살에 불과한 김정은 위원장은 스위스 김나지움에서 5년 동안 유학생활로 서양문물을 보고, 익혔다. 독일어, 프랑스어, 이태리어를 익히고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그런 지도자를 북한이 갖게 된 거다.
북한은 베트남의 길을 가기를 원한다. 우리는 그들이 베트남의 길을 가도록 이끌어야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역시 궁극적 모델은 베트남 모델이다. 베트남과 북한은 유사성이 있다. 베트남은 미국과 15년 동안 전쟁을 하고, 전쟁 후 75년이 지나 미국과 관계정상화를 통해 그 과정에서 개혁개방정책을 폈다. 지금 미국과 베트남은 우방이다. 실제 한국 다음으로 미국내 유학생이 많은 나라가 베트남이다. 베트남 경제는 1년에 8%씩 성장했다. 그러나 정치는 베트남 공산당이 틀어쥐고 있다. 국가가 장악한 시장경제다. 김정은의 꿈은 북한 노동당이 김정은 체제가 권력을 장악하고 가더라도 경제는 시장개혁과 경제 도입을 통해서 베트남처럼 사회경제 부국의 길을 가고 싶어한다. 북한은 올 4월 20일 핵경제 병진노선을 종료하고, 노선을 경제건설 총력집중으로 바꿨다. 그 연장에서 남쪽에 손을 내밀고 정상회담 후 북미정상회담까지 왔다. 우리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그림이다.

Q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면서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북한 교통망은 과거 철저히 철도 위주였지만, 최근 전력 부족과 철도 설비 노후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에는 철도, 도로, 발전소, 공항, 항만, 주택 등 하나에서 전부 다 거대한 인프라 시장이다. 국가설계디자인을 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건축사 여러분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북한의 주택사정은 어떤가. 한국으로 치면 1950년대다. 대한건축사협회에서 본격적으로 관련 연구가 진행되면 좋겠다. TF를 만들던지 북한의 주거, 주택문제 등에 대한 자료와 체계적인 분석도 필요하지 않나 싶다.
중국 등소평이 개혁개발 첫 번째 조치로 토지분배를 한 것처럼 북한도 기업공장의 자율경영과 책임경영, 차등임금제 등을 펼치며, 김정일 시대에는 일상 생필품이 90%가 중국산이었으나 요즘은 80%가 메이드인 노스코리아라고 한다. 이것이 유통되는 전국 상설시장이 500개가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제재만 풀어주면 그들 스스로 경제를 건설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계획을 갖고 있다.
자본은 남한만 해도 투자를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정치다. 종전선언 등 평화구조가 정착되면 대기업이라고 북한에 진출하지 말하는 법이 없으니 이건 큰 기회고,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는 어느 시점에 아베와 김정은 회담이 기다리고 있을 거다.

Q 건축사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넘긴 USB 속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두 축이 경의선과 동해선이다. 남북 철도 연결은 물류비 절감과 시간 절약 등 상당한 경제적 효과가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중국대륙 관통철도(TC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등 극동에서 유럽까지 철의 실크로드로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세상은 거대한 규모로 움직이고 있다. 바야흐로 유라시아 시대다. 한국이 분단의 섬으로부터 북녘땅을 지나서 도로로, 철도로, 저 포르투갈까지 일대일로를 따라서 거대한 비전에 우리가 함께 해야 한다.
골드만삭스는 “자본주의 발달 역사에서 모든 국가가 산업화를 거치며 고성장, 중성장, 저성장의 길을 가는데, 최초의 예외국가로서 한국이 다시 8%, 9%, 10% 고도성장하는 국가로 떠오르게 되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자본주의 국가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런 시대를 준비해야 된다라는 말을 건축사 여러분께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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