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 네트워크<6> LH 토지주택연구원 박준영 연구실장

건축사 네트워크 _ 각계에서 활동하는 건축사를 소개합니다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이 ‘건축사 네트워크’를 연재합니다. 건축사로서 사회 각계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인사들을 소개합니다. 건축사로서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 이야기들을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여섯 번째 소개할 인사는 박준영 LH 토지주택연구원 실장입니다.
글 = 김혜민 기자, 사진 = 장영호 기자

▲ LH 토지주택연구원 박준영 실장

“건축사, 공간 창조해 행복한 삶의 터전 제공하는 전문가”

“청년·다음 세대에게 꿈과 희망 주는 공간을 창조하는 역할 기대”

“지속가능한 정주환경 구현하는 전문가로서 자긍심 잊지 않길”

“성숙사회에서 새로운 성장사회로의 도약을 위한 변곡점에서 건축사에게 가장 필요한 건 자아를 찾는 겁니다. 다양한 주거모델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기술 등을 알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건축사로서의 철학을 갖고 다양한 인적, 물적 인프라를 구축하며 협업해나가야 합니다.” 

박준영 LH 토지주택연구원 실장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국민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삶의 질을 높이는 건축사만의 철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21년 전 건축사시험에서 썼던 제도판을 볼 때마다 여전히 설렌다는 박 실장은 옛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노력으로 새로운 성장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장수명 공동주택 연구단장,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주택도시대학원 겸임교수 등으로도 활동하며 신한옥형 공공건축물 모델 개발 등 건축 다방면의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박준영 LH 토지주택연구원 실장을 만났다. 

 

Q. 건축사로서, 연구실장으로서 주력하는 것은?

A. 1992년에 건축사사무소를 뒤로하고 LH토지주택연구원에 첫 발을 내딛었다. 연구와 설계는 ‘창조’적이란 점에서 많은 것이 닮았다. 연구자와 건축사의 역할 또한 다르지 않다고 본다. 프로세스에 따라 건축사의 직감과 경험, 능력으로 지각하여 건축물을 만들 듯 연구자도 연구성과물을 만들어 낸다. 연구원은 ‘미래’라는 꿈을 먹는 과학자라고 생각한다. 사회 전반적으로 단기적, 가시적 성과만을 지향하는 현실에 직면할 때마다 고민과 번뇌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노력하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신념으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설계처럼 ‘창조’라는 과업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최대의 성과를 창조하기 위한 인패위성(因敗爲成)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장수명 공동주택 등 새로운 주거모델이 떠오르고 있다. 건축사들이 어떤 준비와 역량이 필요할까?

A. 국내 건축 환경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100년의 내구성과 가변성을 갖는 장수명 공동주택 등의 새로운 주거모델 개발과 실용화는 시대적 요구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건축사는 지속적으로 부상하는 다양한 주거모델 등에 대해 풍부한 지식과 요소기술 등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우선하여 건축사로서의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한다. 건축사에게는 국민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삶의 질을 높이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 건축사로서의 정체성, 차별성 및 개인 역량 등을 냉철하게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인적, 물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협업, 융합하며 여러 과업을 실천해나가야 할 것이다. 
건축사는 전기, 통신, 기계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인터페이스를 조율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야 하며, 이에 대한 제도적인 기반 마련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최근 LH에서 신진, 여성 건축사에게 설계공모 참여기회 폭을 넓히기 위해 신진건축사 쿼터제 등을 도입했다.

A. 지금까지 사회 전반적으로 신진, 여성 건축사를 양성하려는 많은 노력이 시도되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미흡했다고 본다. 이번 제도 도입을 계기로 신진, 여성 건축사의 참여기회를 넓힐 수 있도록 관심과 응원을 촉구한다. 작지만 청출어람(靑出於藍)의 장이 마련된 것을 계기로 단순한 지식만을 습득하기보다는 지식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체득해 열린 지혜로 전환시키려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Q. 도시재생사업에 적극적으로 건축사가 참여할 방안은?

A. 새 차에도 유지관리가 필요하듯 건물도 짓는 순간부터 유지관리가 필요하다. 도시재생은 노후도시를 재생하는 것만이 아니라 신도시를 만드는 순간부터 재생이 이뤄져야 한다. 이처럼 재생은 성능적인 측면에서 노후 건축물은 성능을 높이고, 신축건물은 그 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도시재생이라고 생각한다. 도시재생을 단편적, 일회성 사업으로 인식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건축사가 해당 지역만이 갖고 있는 정체성, 차별성의 인적, 물적 역사·문화자원 등을 총체적 차원에서 고려해야 하며, 주민과 인접지역과의 유기적인 연계성 확보도 필수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도시공간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지속적, 체계적으로 과업에 참여해야 하며 이해관계가 상충되거나 충돌할 수도 있는 다양한 분야와의 유기적, 협력적, 융합적 관계 개선 등의 노력도 병행해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해당 지역의 도시재생사업을 창조적으로 해석하고 지역만의 정체성, 차별성 및 지속가능성 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창조적 공간모델을 개발할 때 지역 주민과 인접지역민 등의 자발적인 참여와 지원 등을 이끌 수 있도록 분야 간 여럿이 모여서 다학제적으로 접근하는 등의 실천적 노력을 해야 한다. 
주거복지로드맵과 도시재생 뉴딜 등에는 실현가능한 공간, 꿈꿀 수 있는 공간 등에 대한 구체적인 것들이 다소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정체성과 철학을 가진 건축사가 역사·문화자원을 기반으로 그 공간을 채우며 창조해야 할 것이다.

▲ 박준영 LH 토지주택연구원 실장이 전통창호의 현대적인 개발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Q. 건축사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은.

A. 과거 우리나라는 성장을 통한 주택건설로서 양적 목표를 달성했다. 하지만 이제는 성숙을 통한 주거복지로서 삶의 질적 향상을 추구하고 있다. 더 나아가 성숙사회에서 새로운 성장사회로의 도약을 위한 변곡점에 서 있는 이 시점에 건축사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 
건축적 시각에서 도시공간을 바라보는 것과 도시적 시각에서 건축공간을 바라보는 것은 서로 분리되거나 별도의 것이 아닌, 상호 유기적으로 보완한다는 점에서 의미와 가치가 있다. 물론 공간은 느끼는 사람이 창조하도록 만들어주면 된다. 그것은 건축사만이 줄 수 있다.
언젠가 대한건축사협회 회관 1층에서 류춘수 건축사가 쓴 ‘건축사는 우리 삶을 디자인합니다’라는 글귀를 본 적 있다. 그 말처럼 건축사의 철학과 정신을 잊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건축사는 국가가 공인한 건축가다. 국가가 임명해준 그 직분, 자격을 ‘업자’처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옛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으로 나아간다면 세상은 보다 더 달라질 것이다.  
시인은 한글의 자음과 모음으로 무한한 세상을 꿈꾸게 하듯, 건축사는 과거, 현재, 미래를 위한 공간을 창조해 행복한 삶의 터전을 제공한다. 청년과 다음 세대에게도 꿈과 희망을 주는 공간을 창조하는 건축사로서 역할을 다하길 기대한다. 지속가능한 정주환경을 구현함과 동시에, 오천년의 유구한 역사와 건축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건축사로서의 책무와 권리를 갖는 전문가로서 자긍심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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