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의 정치적 참여는 반드시 필요하다. 건축사 행위 자체가 바로 국민 생활에 직결되고, 우리 도시의 경쟁력과 직결된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해외에서 건축사들이 사회적 인식이 좋음을 부러워한다.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것은 서구나 우리나 매 일반인데, 사회에서 건축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다르다. 직업에 대한 존경 또는 존중이 우리와 판이하게 다르다. 왜 그럴까? 그 이유를 자세히 모르면서 우리는 막연하게 그들을 부러워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반대일까?
그 이유는 무자격 업자들이 온갖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그들의 탐욕으로 건축이나 건설 전체가 욕먹는 것이 배경이 된다. 일반인들은 부정과 뇌물로 점철된 부패된 과거 관련 업계들의 일부 사례를 이미지화 했다. 그리고 자기 집에서 만나게 되는 온갖 부실시공을 보면서 관련 업계가 싸잡아서 욕을 먹었다. 건설과 건축사의 역할 이해 부족도 마찬가지다.
반면에 서구의 건축사 역사를 보면 이들은 항상 삶의 가치와 미래를 고민하고, 일반인들에게 미래를 제시했다. 치열한 고민으로 하나하나 완성된 건축에서 일반인들은 만족하고, 또한 생활했다.
르 코르뷔지에의 치열한 사회 참여에 대한 고민은 새로운 도시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알바 알토는 신생 독립국 핀란드의 자부심이 될 수 있는 국가적 이미지를 구축했고, 루이스 칸은 열악한 환경에도 방글라데시라는 가난한 나라를 위해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 국회의사당을 완성시켜 주었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아라타 이소자끼는 구마모토라는 지역을 위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공해서 발전의 도구로 활용하게 했다.
최근 건축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 상을 수상하는 건축사들을 보면 사회의 약자들을 위한 수많은 성과를 만들어 내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도록 했다. 어디 그뿐인가? 유명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비영리 단체 ‘권리 만들기 (Make it right)’는 세계적 건축사들과 협력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저비용 구조의 주택 작품들을 제공한다.
건축사들의 이런 사회 변화에 대한 참여와 노력은 그 사회에서 존경받는 직업인으로 이미지를 만든다. 우리의 경우 고아원 방문이나 수재현장 참여 수준의 개인화된 봉사는 많지만, 크게 가치를 인정받은 노력의 성과는 눈에 띄지 않는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종교적 선언을 지키기 때문인가?
이제 건축사들은 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하고, 사회적 어젠다(Agenda)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개인의 생계에만 몰두해서 건축사들에 대한 호응을 기대하기란 요원한 일이다. 개인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은 필연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전을 제시하고 리드하는 것은 최고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해야 하는 것이다.
6·13 지방선거는 건축사들의 사회적 참여를 위한 최고의 기회이다. 더구나 이권으로 참여하는 이들을 극복해야 한다. 건축사에겐 자기가 사는 지역을 위한 봉사를 넘어 능력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건축사들의 사회 참여는 다수의 국민과 시민이 행복해지는 일이다. 바르셀로나도 그렇고, 런던의 경우도 그렇다. 미국의 많은 도시들도 건축사들이 적극 개입해서 매력적인 도시가 된 경우도 상당하다.
이제 우리도 비전문가인 행정 관료나 정치가에게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건축사들이 적극 참여해서 이들을 코칭하거나 리드해서 국민이 행복한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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