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시대에 홀대 받는 ‘건축사 자격’

‘건축사 자격’ 처우, 위상 제대로 반영 못한 정책·제도 난무 장영호 기자l승인2018.05.0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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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제도·정책에 ‘건축’ 담아내는 게 숙제
법·제도상 모호한 ‘건축, 건축사 위상’ 제대로 짜야

최근 A건축사는 참 희한한 일을 마주했다.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다 C지역 교육청에 전문가공채로 공무원에 임용된 A건축사는 공무원이 받는 기술정보수당 대상에 건축사가 빠져있다는 걸 알게 된 것. 공무원의 경우 ‘지방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 제14조(특수업무수당)에 따라 기술사, 기능장·기사에게 기술정보수당이 지급되는데, 정작 ‘건축사 자격’은 제외돼 있다.
A건축사는 “건축사가 업무수행 때 기술사 자격을 가진 관계전문기술자들의 협력을 받아 기술업무를 총괄하지 않나. 그럼에도 왜 아직까지 공무원 기술정보수당 지급대상에 건축사가 포함돼 있지 않은지 희한할 뿐이다.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른 다른 자격증 소지자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고 있는 셈 아니냐. 관련 기준·내규가 없어 수당을 받지 못한다니 어이가 없어 웃는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 현행 건축사는 공무원 기술정보수당 대상에서 빠져 있어…
   건축사는 기술사 자격의 관계전문기술자 협력을 받아
   기술업무 총괄수행, 제도개선 시급

상식밖의 경우는 또 있다. 현 정부는 일자리정책에 초점을 둔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시행한다. 고용노동부에서 신규 채용·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게 재정 및 세제지원을 하는 것이 주요골자로 기업의 경우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하면 정부로부터 700만 원을 지원받는다. 5인 이상 기업, 업종에 관계없이 공제에 가입이 가능하고, 5인 미만의 경우에도 벤처기업, 지식서비스산업, 문화콘텐츠산업에 한해 가입할 수 있다. 지식서비스산업엔 소프트웨어개발 및 공급업, 법무관련 서비스업, 회계 및 세무 관련 서비스업, 건설기술·엔지니어링 및 관련 기술서비스업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정작 지식서비스산업 한 가운데 있어야 할 ‘건축설계’는 빠져 있다.

▲ 고용노동부의 청년내일채움공제 5인 미만 적용업종 중 ‘지식서비스산업’ 해당업종

청년내일채움공제 운영기관 관계자는 사유에 대해 “5인 미만 업종에서 건축설계가 왜 빠졌는지 모르겠다. 제도개선은 소관부처인 고용노동부 협의사항”이라고 답변했다.
B건축사는 “정부 각 부처별로 건축 관련 법령을 다루고 있어 정책 엇박자가 날 수 있다. 가령 옥외광고물 간판 관련 법규는 행자부에서, 건축 및 공공디자인은 문체부에서 다루는 등 부처간 운영중인 건축 관련 제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며, 건축사자격에 대한 국가의 처우와 대우도 그 위상·역할에 맞게 바로잡혀야 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희한한 일은 건축사업무환경에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공공발주사업에 대한 건축사의 업무범위와 대가기준’상 실비정액가산식에 따른 대가산정이다. 현행법상 대가산출은 요율방식과 실비정액가산식 두 가지인데, 실비정액가산식에서 건축사 및 건축사보의 직접인건비를 산정할 때 적용하는 노임단가는 건축이 아닌 ‘엔지니어링 노임단가’를 준용하게 돼 있다. 왜 일까? 이유는 현재 건축사업계에 실비정액가산방식에 적용할 노임단가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기준이 없다보니 엔지니어링 분야 기준을 끌어다 쓰고 있는 것. 이외에도 작년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가 수행한 ‘건축서비스 품질제고를 위한 공공건축 설계 대가기준 합리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건축사업무 중 설계의도 구현, 3D작업, BIM설계 및 심의대응업무의 경우 실비정액가산식을 적용토록 하고 있으나 인시간수와 같은 산정기준이 없어 실제로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 건축에 대한 위상정립이 아직까지 법적으로 미흡…
   건축을 담아내고 정립하는 제도 마련하고 개선하는데 관심 가져야

이 같은 사례는 건축서비스산업이 각종 지표가 높아져 산업위상은 커졌지만, 산업진흥을 위한 제반 여건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걸 보여준다. 국가건축 진흥을 위한 ‘건축기본법’ 제정에 이어 2013년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이 새로이 제정되며, 각종 산업 부문별 계획 및 지원역량 강화를 위한 정부 지원책이 이어지지만, 건축계 전반의 어려움은 여전한 가운데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걸 방증한다. 특히 업계관계자와 건축사들은 국내 건축 관련 각종 제도·정책이 건축의 속성과 특성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제반노력, 손질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D건축사는 “건축사가 법·제도에 관심을 가져야 되는 이유는 건축에 대한 위상 정립, 건축사의 위상제고와 역할이 아직까지 법적으로 미흡하기 때문이다”며 “건축 진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속속 갖춰졌지만, 상식 밖의 현상이 나오는 것은 제반 여건이 여전히 미흡하기 때문이며, 건축계 전반의 어려움은 여전해 건축을 담아내고 정립하는 제도 마련, 개선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 지적노동에 대한 새로운 대가산정 방식 또는 건축사에게 적용할 독립된 별도 인건비 산정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크다. 건축사보 역시 법규 해석이나 창의적 대안 제시를 하기 때문에 ‘등급+별도의 전문적 해석능력’을 산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E건축사는 “건축설계직에 대한 경제적 가치 기준을 세워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경영컨설팅처럼 컨설팅 성격의 전문성을 인정받는 인건비 기준 또는 학술연구 용역의 인건비 기준 형태도 하나의 방안일 수 있다”며 “준공검사 대행·자문·심사 등의 경우에도 자격에 대한 책임까지 포함돼 있고, 전문자격을 바탕으로 하는 지식경험을 근거로 진행하는 업무다. 최소한 ‘엔지니어링 특급 기술자+지식 노하우’가 반영된 인건비가 책정돼야 하고, 실비정액가산식에서 창작 및 기술료도 받게 돼 있지만 거의 제대로 못받고 있는 실정이라 있는 제도만이라도 제대로 실행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덧붙여 “건축에 대한 그릇된 통념과 몰이해로 생긴 제도, 관행들은 건축계 미래에 있어 분명한 적신호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충격이 있더라도 제도개선을 위한 관련 연구가 진행돼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영호 기자  yhduck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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