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호칭

최홍종l승인2018.04.16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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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전의 일이다. “소장님 전화 왔습니다. 설계의뢰인거 같은데 돌려드릴까요?”란 말에,  “어... 네, OOO건축사입니다.” 그날따라 난 수십년 불리어왔던 ‘소장’이라는 호칭대신 ‘건축사’라는 호칭으로 전화를 받았다. 그렇게 프로젝트는 시작됐고, 설계과정 내내 건축주는 날 ‘OOO건축사’라고 칭했다. 그러다보니 시공사 사장도, 시공현장에서 작업자들도 나를 ‘OOO건축사’라고 불렀다. “어이 O씨~ 아직 그거 하지마~ 건축사님 와서 확인한 후 해야혀~~” 내가 현장에 와 있는 줄 모르고 작업자들끼리 나누던 얘기였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우선 나에게 생긴 변화다. 재료, 디테일, 샾, 현장기술지도 등 예전에 가볍게 여기거나 귀찮아하던 일들을 더 많이 챙기게 되었다. 그리고 현장에서도 건축사의 감수 없이 시공하는 일도 없어졌을 뿐 아니라 규정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게 되었다. 수십 년간 아무 생각없이 써왔던 ‘소장’이라는 호칭을 버리고 전문가를 칭하는 ‘건축사’라는 호칭이 불러온 변화였다.
지난호에서 본지는 건축사 불법면허대여를 다뤘다. 소위 집장사라는 시공업자, 이들과 결탁한 면대소장들이 건축사 면허를 대여해 ‘설계무료’라는 말도 안되는 시장 시스템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었는데, 해외사례를 취재하던 중 그들의 한결같은 반응은 어떻게 전문가의 면허를 사고파는 일이 일어날 수 있냐면서 놀라는 것이었다. 물론 그들의 사회가 보다 안정되어 그런 반응을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전문가를 대하는 사회의 인식차이가 존재함을 느꼈을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건축사는 진짜 전문가인가라는 의구심도 생겼다.

우리 스스로
건축사 위상에 걸맞는 실력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직책이 사람을 바꾼다는 말이 있듯
작은 호칭변화에서부터
건축사의 위상도 바뀔 수 있어


건축사는 국가에서 인정한 전문가다. 국가에서 전문가라는 자격을 줄 때는 그 업역이 아무나 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 같은 경우 ‘OO설계사무소’ 소장으로 불릴 때는 건축사업무가 이렇게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 우연한 기회에 변화된 호칭이 더 전문가스러운(?) 나를 만들었던 것이다.
얼마 전 본지 기자가 건축과 학생들의 모임을 취재 나갔다가 취재거부를 당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건축사시험이 사법고시처럼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도구가 된다고 해도 그랬을까? 변호사, 의사, 약사가 되고자하는 예비 전문가 학생들도 그랬을까?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눈에는 건축사가 아직 전문가로 읽혀지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 스스로 반성하고 자문해야 할 부분이다. 앞서 내가 경험한 작은 호칭변화에서도 전문가의 위상은 많이 변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감리를 하는 전문가인 건축사가 있는 한 현장의 불법행위는 근절될 것이며, 법해석의 전문가인 건축사로 인해 설계한 건물의 인허가를 내주는 공무원의 자세가 바뀔 것이며, 설계의 전문가인 건축사의 위상이 바로설 때 설계한 재료의 변경을 마음대로 못할 것이며, 이렇게 되면 특히 우리 스스로도 전문가라는 위상에 맞게 행동할 것이다. 스스로의 위상에 걸맞는 실력을 갖추려고 노력한다는 뜻이다. 반성하건데 이 글을 쓰는 나도 건축사로서 전문가적 자부심을 그동안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었는지 자문해 본다. 솔직히 난 전문가 집단인 건축사협회에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부류였다. 협회가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한 게 뭐가 있느냐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고, 협회가 하는 일에 관심도 별로 없었다. 그러던 내가 협회에 들어와 보니 이들의 노력은 실로 눈물겹다는 것을 느꼈다. 무심코 버린 건축사 신문이 얼마나 많은 회의와 노력으로 탄생하는지... 발행된 건축사지에 얼마나 많은 찬반의 토론이 담겨 있는지...
2018년 새롭게 출범한 본회 집행부의 의지는 실로 강력하다. 많은 공약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건축사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다행히 의지만큼 강력한 실력과 노력들이 있어서 머지않아 우리 건축사의 위상은 한결 높아질 듯 보인다.
거기에 작은 노력이라도 할 것이다. 직책이 사람을 바꾼다는 말이 있듯이 작은 호칭변화에서부터 전문가의 실력을 갖춘 건축사의 위상도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최홍종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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