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자격대여’ 불법건축 주범…외국처럼 강력제재를

프랑스의 경우 자격대여시 허가취소, 공사중지, 준공 건물 철거 장영호 기자l승인2018.04.0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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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우 계약 시 건축사와 건축주간 면담의무로 자격대여 행위 감소
시장구조 왜곡 넘어 건축물품질·안전위협
무자격자(실장)·무자격 건축업자(집장사)·건축주까지 처벌 강화해야


#1 건축주 A씨는 B씨와 2015년 C지역에 건축물 축조를 위한 설계·공사감리, 시공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계약해지 후 법적분쟁과정에서 뜻밖에도 B씨가 건축사자격이 없는 무자격자임을 알게 됐다. 건축·대수선·용도변경 허가신청서의 설계자가 계약당사자인 B씨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계약해지 후 B씨가 발행한 디자인용역비 명목의 세금계산서에서도 건축사가 아닌 무자격자로 명기돼 그간 B씨가 건축사인양 행세를 한 것에 아연실색했다.

#2 집장사 A씨는 건축주 B로부터 건물 설계업무를 5천만 원에 계약체결하고, 다시 C건축사에게 4천 5백만 원에 하도급을 주어 설계도면을 제출받아 건축주 B에게 도면을 납품했다. 하지만 건축주 B씨는 공사진행 중 설계도면이 공사현장과 맞지 않아 집장사 A씨에게 설계변경을 요청, 이 과정에서 생긴 마찰로 공기지연, 하자피해까지 입었다. 건축 인·허가도 제대로 받지 못해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돼 재판까지 갔지만 결국 보상받지 못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건축사자격대여가 비정상적 수주영업을 하는 무자격 건축업자(일명 집장사), 건설업자 면허대여와 연결돼 공공연하게 이뤄지며 시장구조가 왜곡되고 각종 사회·경제적 문제를 낳고 있다. 불법건축물과 부실시공으로 건축물 안전사고는 물론, 건실한 건축사사무소에까지 큰 피해를 입혀 결국 전체 건축시장의 교란을 야기하고 있는 것. 또 설계비 덤핑처리의 바탕으로 작용해 ‘설계 부실→공사감리 무력화→부실·불법건축물 양산→사무소 경영수지 악화→업계 저임금 노동구조 형성→청년 신규인력 유입차단’ 흐름으로 이어져 그 피해는 고스란히 건축사업계는 물론 소비자(건축주 등 건축서비스 수요자)에게 영향이 미친다.
자격대여의 경우 암시장(black market)의 형태로 일어나 특성상 내부고발이 아니고서는 구체적인 증거확보가 어렵다. 그나마 법적 다툼 과정에서나 불법행위가 드러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단속, 적발도 쉽지 않다.
올 2월에는 수도권 일대에서 원룸이나 다세대를 지으려는 무자격 집장사들에게 건설업 등록증을 불법 대여해준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총책 윤모(47)씨와 알선브로커 강모(48)씨 등 총 5명을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무자격자(실장) 13명, 건설기술자 20명, 바지사장 9명 등 6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올 6월 27일부터는 건설업자 시공범위가 연면적 200제곱미터로 확대된다. 가뜩이나 횡행하는 건설업면허대여가 시장에서 더 기승을 부릴 공산이 커졌다. 연간 비상주 착공건수 20만 건중 건축주 직영시공 건축물이 16만 건임을 감안할 때 현재 12,000개 정도에 불과한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10만 건의 공사가 갑자기 늘어나기 때문이다.

◆ 자격대여 단속, 처벌에 국토부, 지자체 사실상 손 놓아…
   처벌 실효성 높이기 위한 제도개선 필요

불법 자격대여 폐단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이유는 개인의 부도덕성이 직접적 원인이지만, 외부 환경적인 요인과 처벌수위가 약한 점이 꼽힌다. 건축사자격대여의 경우 올해 자격대여자 또는 관련 제3자가 받은 금품, 이익을 몰수하도록 건축사법 개정이 이뤄졌다.
하지만 단속과 관련해서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단속 실무를 담당하는 지자체들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3월 20일 건축사등록원에 따르면 불법 명의대여 사유로 건축사 자격이 취소된 경우는 최근 8년간 7건에 불과했다.

관련 기준과 처벌규정 등 제도적 문제점도 크다. 현행 제도하에서는 건축사법 제11조(자격의 취소 등)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자기 성명을 사용하여 건축사업무를 수행하게 하거나 자격증을 빌려준 경우 자격이 취소되며, 또 건축사법 제39조의2(벌칙)에 따라 건축사가 아닌 자가 건축물의 설계 또는 공사감리를 하거나 자격증 또는 등록증을 빌려준 사람 및 그 상대방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다른 전문자격사의 경우는 어떨까. 변호사의 경우는 변호사가 아닌 자가 법률사무소를 개설·운영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 약사의 경우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의 벌금형이 내려진다. 시장을 흐리는 주범인 자격대여에 관한 한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
업계건축사들은 이처럼 타 전문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솜방망이 처벌과 정부와 지자체의 허술한 단속체계에 따른 낮은 경각심이 ‘학습효과’를 키워 불법을 키우는 토양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징계실효성과 직결된 자격대여 판단기준도 현재로선 없는 실정이다.

◆ 건축사협회 의무가입, 조사권·징계권 부여해 불법 막아야

A건축사는 “불법 자격대여는 자격취소와 함께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의 벌금형이 주어지는데, 이마저도 제대로 형을 받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며 “미약한 처벌이 강화돼야 하고, 일본의 경우 건축주와 건축사간에 면담의무가 있어 면담 후 각자 자필서명을 해서 제출해야 되기 때문에 자격대여행위가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건축사협회 회원인 경우 그나마 내부징계가 가능하지만, 비회원일 경우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현실적으로 국토부나 지자체에서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체계적인 자격대여·덤핑 등 비윤리적 행위 차단을 위해 건축사협회 의무가입과 조사권·징계권 부여를 통한 폐해를 막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건축사협회 건축연구원이 수행한 ‘허가대상에서 제외된 건축물의 관리 및 안전강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건축물의 안전확보 및 법질서 유지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으로 ▲ 신고건축물의 범위 축소 ▲ 무허가(신고) 건축물의 건축시공자 처벌 ▲ 무자격자, 자격대여 등에 대한 처벌기준 강화(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5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 벌금) ▲ 건축사 및 건축사사무소 유사명칭 사용자에 대한 벌칙 신설(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을 제안한 바 있다.
해외에서는 건축사 자격대여는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강한 처벌수위로 불법행위를 제재하고 있다. 건축사사무소 소속 직원의 경우 사무소 이외의 개인 프리랜서 업무를 할 수 없게 제도화돼 있고, Architect는 당연히 자격을 갖춘 건축사로 인식된다. 프랑스는 자격대여의 경우 허가취소, 공사중지, 심지어 준공된 건물을 다시 철거하는 처벌까지 내려진다.
프랑스에서 20년간 건축사로 활동하는 HJ Song은 “건축사 자격을 대여해 지은 건물에 문제가 생기면 보험에서도 해결을 안해줄 뿐만 아니라 자격대여 적발 시 허가취소, 건물철거까지 이뤄져 아무도 선뜻 자격을 빌려주지 않는다”고 전했다.

<해외 건축사제도 살펴보기>
결국 좋은 제도를 갖는 것이 국가, 공동체가 잘되는 길이다. 건축문화신문은 ‘불법 자격대여 근절’과 관련한 내용을 취재하며, 해외 건축사 인터뷰어 전언을 통한 각 국의 ‘건축사제도’를 개관한다. 프랑스는 2 Portzamparc에서 20년간 건축설계업무를 해온 프랑스건축사 ‘HJ Song’이, 미국은 LA 연방건축사 AIA인 ‘Daniel Kim’과 테네시주 내쉬빌 건축사 RA인 ‘TJ Ju’, 영국은 건축사사무소에서 근무하며 100여 개의 주택 리모델링 및 인허가를 진행한 ‘최형순’,  프랑스에서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김혜옥’님이 정보를 제공했다.

영국 _ 건축사 ‘Architect’라는 칭호 법으로 보호
영국 건축사제도는 1997년 건축사법을 기본으로 ‘1997년 건축사법 명령’, ‘2002년 건축사 자격 명령’, ‘2004년 수정명령’ 등에 의해 법제화돼 있다. 이 법에 따라 건축사 등록, 관리, 징계 등이 규정돼 있다. ‘건축사등록협회(Architects Registration Board, 이하 ARB)’는 우리나라로 치면 건축사등록원에 해당한다. 그리고 ‘왕립 영국건축사협회(The Royal Institute of British Architects, 이하 RIBA)’를 통해 보수교육이 이뤄진다. ARB는 해외건축사들도 EU국가라면 등록가능하다. RIBA는 오직 영국에서 학위를 받은 사람이나 해외 인증학교만 가입이 가능하다. 영국은 건축사를 법으로 프로페셔널한 직업으로 보호해주며, 건축사 ‘Architect’라는 칭호를 법으로 보호한다. Part 1, 2, 3 건축사 최소 연봉도 정해놓아서 과정을 이수한 사람에게 그 이하로는 고용을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 _ 계약 시 건축주-건축사간 직접 대면 면담의무
일본의 경우 국내와 달리 기술사제도를 운용하지 않는다. 구조를 전문으로 하든 설비를 전문으로 하든 이에 대한 기본자격이 ‘건축사’ 자격이다. 1급 건축사 자격을 취득한 후 전문 분야 활동을 일정 기간 수행한 후 1급 구조건축사가 될 수 있다. 일본은 계약체결 때 건축주와 건축사간 직접 대면을 해야 하는 면담의무가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면담 후 각자 자필서명을 하고, 제출해야 해서 자격대여가 많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_ Architect 호칭, ‘Licensed Professional’만 쓸 수 있어
미국은 건축사 자격시험을 주관하고 인증해주는 곳인 ‘NCARB(National Council of Architectural Registration Boards)’, '미국건축사협회, AIA (American Institute of Architects)'가  있다. AIA의 경우 자격이 있고, 연회비를 내면 AIA회원이 된다. AIA는 회비를 바탕으로 운영이 되며, 건축사들의 이익을 위해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표준계약서(건축주-건축사, 건축주-공사업체 등)를 만들며, 미국에서는 업계의 표준으로 사용된다.
미국의 경우 설계 결함으로 소송을 거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건축사 날인을 찍어준다는 것은 책임을 져야한다는 의미라서 어떻게 설계된 지도 모르는 도면에 함부로 날인을 하지 않는다. 자칫 소송을 당해 배상을 해주면 망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소송당할 위험을 대비해 프로페셔널 라이어빌러티 보험을 들고,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법적 환경하에 자격을 빌려준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다. 미국 각 주마다 건축사 자격증이 따로 있다. 계약은 건축사와 건축주가 직접 하며, 중간에 변호사가 개입하는 경우도 있다. 계약 땐 당연히 AIA가 만든 표준계약서(www.aiacontracts.org)를 사용한다. 설계비는 관공서 공사의 경우 일반적으로 공사비의 10% 정도를 잡는다. 프로젝트 복잡성에 따라 설계비가 그 이상 올라갈 때도 있다. 일반 건축설계비는 5∼8%정도 잡힌다. 무엇보다 정부 또는 일반의 경우 프로젝트를 발주할 땐 설계비를 따지지 않고 건축사사무소 선정에 심혈을 기울여 심사한다. 유사 프로젝트 경험, 설계팀 멤버 등을 참고한다. 미국의 경우 공사 중간 설계변경 시 공사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에 설계의 중요성을 알아 ‘돈을 더 주더라도 좋은 설계를 해야 한다’는 인식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 Architect라는 명칭은 오직 Licensed Professional에게만 쓸 수 있다. 자격이 없는 사람은 Associates, Designer 등으로 부른다.

프랑스 _ 자격대여 땐 ‘허가취소, 공사중지, 준공건물 철거’ 처벌
프랑스의 경우는 건축사조직이 하나다. ‘Ordre des architectes'는 대학을 졸업하고 디플롬을 취득하면 등록할 수 있다. 등록을 해야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할 수 있고, 허가도면에 날인이 가능해진다. 프랑스는 보통 사무소 Manager나 프리랜서들이 ‘Ordre des architectes'에 등록한다. 왜냐하면 사무소 이외의 자신의 개인일을 할 수 없게 법제화돼 있어서다. 계약서는 건축사와 건축주가 직접한다. ‘Ordre des architectes'가 몇 가지 타입의 기본계약서를 제공한다. 설계비는 총 공사비 비율에 따라 결정된다. 공공의 경우는 법적으로 단계별(기획업무, 계획설계, 감리 등)로 범위를 준다. 건축면적이 150제곱미터 이상인 경우는 건축사만이 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건축사는 허가를 낸 건물에 대해 10년간 책임을 져야 한다. 자격 없이 건축하는 사람을 부르는 단어는 없으며, Architecte라고 부르면 당연히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건축사는 설계한 건물을 10년 동안 책임을 져야 하며, 자격을 빌려주고 지은 건물에 문제가 생기면 보험사에서도 해결을 안해준다. 자격대여의 경우 허가취소, 공사중지, 준공건물 철거까지 처벌이 내려진다.
 


장영호 기자  yhduck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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