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건축사 면허 대여는
제도적으로 근절시켜야
건축사업무가 정상화 된다

이를 위해서
더 많은 건축사들의
의견개진과 참여가 필요


아마도 작년이후 적폐라는 말을 이렇게 많이 이야기 한 적이 없을 것이다. 적폐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관행, 부패, 비리 등의 폐단’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의 누적된 문제를 드러내고 전 방위 적 개조와 노력으로 좋아지게 하려는 것으로 ‘적폐청산’이 유행어처럼 사용되었다.
농담처럼 건축계의 적폐는 무엇인가라는 말을 종종 했다. 건축계의 적폐는 알게 모르게 수 십 년간 누적되어 왔다. 공기 중에 녹아내리는 얼음처럼 서서히 쌓여가는 사이 생존을 고민하는 건축사세계가 되었다. 물론 일부에게 상관없는 일이지만, 대학에서 가장 인기 좋았던 전공에서 기피하는 전공이 된지 오래다. 학생들의 선택은 항상 미래의 바로미터였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어찌 보면 건축계의 운명을 건축사들이 행사하지 못한 것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 정치가나 행정가들이 바라보는 건축사업무는 숫자와 생산성, 그리고 인기투표의 정책으로 전개되었고, 그 안에서 순종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우리를 옥죄어 오는 환경이 나빠지면서 건축사들이 문제를 느끼고 개선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기 시작했다. 문제 제기를 하고 발언하고, 수많은 건축계 선배들이 시도했지만, 원하는 성과만큼 도달하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건축사협회의 리더를 전 회원들의 강력한 열망으로 직접 선출하면서 이전보다 성과가 훨씬 빠르게 나타나기 시작한 점이다. 최초의 직선제 전임 조충기 회장의 노력은 이런 건축사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마련하는데 충분했다. 앞으로 이런 변화는 가속화 될 것 같다.

신임 석정훈 회장의 공약을 보면 우리 사회의 중요한 설계자인 건축사들을 위해, 역량과 역할 강화를 강조한 내용이 많다. 공약이 최대한 실현된다면 건축사라는 국가 자격의 자부심이 드러날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한 두 사람의 노력으로 될까?
건축계의 적폐중의 적폐는 ‘건축사’라는 자격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이다. 4월 기획 기사인 ‘건축사불법 면허대여’ 문제를 취재하던 중 인터뷰한 해외의 건축사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한국의 문제로 건축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지적한다. 취재원 대부분 국내에서 건축사사무소를 경험하고 유학 가서 그곳에서 건축사를 취득하고, 건축사사무소에 다니거나 사업을 하고 있는 이들의 발언이라 더욱 실감 났다.
바로 한국의 문제는 ‘건축사’라는 법적 지위에 대한 인식 부족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문제는 바로 이점에서 출발한다. 취재하면서 이들의 반문은 건축사 불법 면허 대여가 가능하냐는 질문이었다. 20년 넘게 프랑스의 대표적 건축사사무소 임원인 건축사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라고 했다. 영국도 미국도 마찬가지다. 불법 면허대여의 가장 큰 문제는 법적인 책임을 과연 누가 지느냐는 점이다. 프랑스의 경우 불법 면허 대여가 확인 되면, 기존 건물이라도 과감하게 건축 인허가가 취소되고 심지어 법원 명령에 의한 철거까지 진행된다고 한다. 근본적으로 강력한 제재가 불법 건축사 면허 대여를 제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과정을 보면 기술적 감리의 정확성과 기록, 그리고 권한의 중요함이 등장한다. 기술적 감리만큼 중요한 것은 건축사의 철학과 디자인의 실체가 중요해 진다. 건축사의 디자인이 시공자나 욕망에 충만한 건축주와 만나 좌초되고, 훼손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법에 없는 또는 법을 위반하는 내용을 건축사에게 요구하는 건축주들의 행태는 결국 불법 건축사 면허 대여가 가능한 원천이다.
비단 이런 상황뿐만 아니라 수많은 경우가 있다. 앞으로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을 통해서 이런 경우를 하나씩 취재하고 공론화 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보다 더 나은 환경으로 나아가는데 일조하려한다. 이런 시도들이 가능하려면 건축사 한명 한명의 참여와 노력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많은 건축사들의 참여가 절실한 순간으로 함께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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