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라는 제도가 시행된지 상당히 지났다. 이유가 어찌 되었건 산업화된 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은 매우 중요한 법적 정의가 요구된다. 많은 국가들이 산업화 과정에서 전통적 직업을 제도화 하면서 혼란과 논란의 과정을 거치면서 정착되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본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다.
건축사법 제2조 정의에서 ‘건축사’란 국토교통부장관이 시행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으로서 건축물의 설계와 공사감리등 제19조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더불어 건축사와 건축사보의 자격을 법령으로 정하고 있으며, 설계와 공사감리에 대한 명확한 정의 또한 법적으로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시행하는 어떤 면허나 자격보다도 혼란스러움은 여전하다. 그중 가장 적폐라 할 수 있는 것인 자격 대여이다. 건축사법 제10조는 ‘~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성명을 사용하여 제19조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게 하거나 자격증을 빌려주어서는 아니된다’라고 정의한다. 문제는 영업이다. 영업력이 있는 소위 집장사들이 영업력이 모자란 일부 극소수의 건축사들에게 비용을 지불하면서 건축사법 제10조를 위반하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법적 위반 행위를 금지하기 위해 많은 나라들이 강력한 법적 장치들을 확보하고 있다. 그중 압권은 프랑스의 경우다. 프랑스는 불법 자격대여로 진행된 건축설계의 경우, 이미 지어져 있는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건축인허가 자체를 취소하고 경우에 따라 철거까지 해버린다. 이런 강력한 조치는 현실적으로 불법 자격 대여를 할 수 없게 만든다. 건축사 자격 취득의 편이성은 별개 문제다. 이는 시장질서와 법적 책임과 관련한 부분이다.
집장사들의 이런 뿌리 깊은 불법행위는 여러가지 문제를 만들어 낸다. 부실시공, 불법 건축물 양산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시장구조의 왜곡 및 국가 경쟁력 악화의 주범이기도 하다. 더구나 건축사 업무 전반의 해악이다. 이는 설계비를 덤핑처리하는 바탕이며, 설계의 부실화를 만들어 낸다. 설계의 부실화는 집장사 주도인 시장상황에서 감리의 무의미를 이끌어 내고, 결국 형편없는 도시 환경을 양산한다. 이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법을 지키는 건축사와 우리 국민들이 지는 셈이다. 하나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 것이, 의미 없는 감리는 부실한 설계와 쌍을 이루면서 설계시장을 왜곡하고 덤핑시장으로 만들어 낸다. 덤핑 시장은 건축사들의 사업 수지 악화로 나타나 악순환의 구조를 형성하고, 저임금의 노동 착취로 이어진다. 이런 노동 시장은 결국 청년 건축사보들의 시장 참여를 못하게 하는 장벽이 되어 버리고, 전체 건축설계시장의 노동공급이 이루어지지 못해 인력난에 허덕이게 된다. 때문에 건축사 설계 의무와 이에 대한 건축사협회 발행의 필증 및 확인서 발급 과정 등 제안은 의미가 있다.
이런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다른 어떠한 정책과 전략도 성공하기 힘들다. 일거에 모든 것이 좋아지지 않지만, 국가 경쟁력과 미래 환경을 위한 노력의 시작은 불법 면허대여 근절에서 출발해서, 공정한 기술적 감리제도 구현, 건축사들의 설계구현을 위한 디자인 감리 정착, 생존이 문제되지 않는 설계비 확보, 사회의 전문가로서 건축사에 대한 직업 인식 개선 등이 확보되길 기대한다. 그리고 이런 모든 것은 건축사들의 적극적인 참여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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