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과 맞물려 지방분권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미래 경쟁력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지역의 특수성과 가치를 강화하고자 하는 시대의 진화에 대응하는 것이다. 그 방향은 지방정부의 자율성과 경쟁력을 유도하여 나라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지방분권이 구체화 될수록 기존 틀과 다른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는 준비가 지역 건축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근본적 질문일 수 있겠다. 대한민국에 ‘지역건축사’가 존재하는가? 사무실만 지역에 있을 뿐 지역을 대표하거나, 지역의 특수성과 가치를 고민하는 건축사 혹은 단체가 있는지 모르겠다. 해방과 정부 주도의 발전 전략에 의해 도시 간 차이와 특수성이 모호한 현실에 지역건축사란 개념이 있을 수 없다거나, 설계 집단의 쏠림에 의한 인재 부재 등의 원인으로 인한 실력차이를 간과할 수 없다는 현실적 반론이 있을 것이다.
지역의 대학을 나와 지역에서도 충분히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이 있다면 후배들의 수도권 쏠림은 완화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그러한 장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과 설계 환경, 선입견의 극복을 위해 지역 건축사들의 희생적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작년 겨울 젊은 부부가 설계의뢰를 위해 방문했다. 대지 조건에 대한 짧은 설명과 좋은 주택을 위해 설계과정부터 완공까지 건축사의 역할과 책임을 공유하고 만족해했다. 설계비의 질의와 답변이 오고 갔다. 부부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이 정도면 서울사무실과 같네요”라고 되물었다.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계획안이 없는 상태에서 하는 말은 구차한 변명일 것이다. 짧은 순간 걸음마 단계의 사무실 운영을 위해 비용을 낮추고, 계획안을 먼저 보고 결정하자고 설득해야 하나 고민했다. 우연히 지나는 길에 공사 중인 부부의 집을 볼 수 있었다. 지역의 다른 건축사에게 의뢰를 한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훌륭한 땅의 조건을 반영하지 못한 설계로 보였다. 지역에서도 좋은 건축물을 만들어 후배들을 모아 보자는 우리들의 목표가 우리들만의 이상적인 꿈이었는지 다시 생각했다.
단체의 목표는 설계집단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다만 그 이익을 조금 더 넓고, 멀리 보는 안목이 필요한 것 같다. 좋은 건축물은 그만한 비용이 든다는 것을 일반인들도 이제는 알고 있다. 현재는 그 비용과 거리를 감수하며 서울로 간다. 선입견을 극복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후배들과 한국 건축의 다양성을 위해서 문제를 공유하고, 준비해야 한다. 나 또한 실력으로 인정받는 ‘지역건축사’가 되기 위해 고민과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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