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시계 2
- 문태준


시들어가는 수풀에 갔네
수풀은 열한번째 달의 끝에 있네
나는 마지막 곡을 듣네
수풀은 건자두 같네
볼륨이 낮아요, 라고 나는 말하네
눈 좀 더 떠봐요, 라고 나는 말하네
시간의 불을 켜지 마세요, 라고
수풀은 말하네
나는 알람 시계를 주워 들었네
돌아온 새처럼 날개를 다 사용했군요
밤의 가지 위에 앉으세요
그래요, 여기에 함께 기다려요
나는 알람 시계의 전원을 꺼주었네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문태준 시집 / 문학동네 / 2018
이 시를 한 번 이렇게 어미만 읽어보자. 갔네, 있네, 듣네, 같네, 말하네, 말하네, 말하네, 들었네―이렇게. 그리고 다시 이어서 읽자. 사용했군요, 앉으세요, 기다려요, 꺼주었네―이렇게. 그래도 우리는 그 어미의 머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대충은 그려 볼 수 있다. 시들어 가는 수풀의 이야기가 있고, 낮은 음악(아마도 알람시계의 마지막 더듬대는)이 있고, 꺼져가는 알람의 태엽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다. 아마도 한국어만이 가질 수 있는 이런 독법을 이 시는 잘 드러내고 있다. 오늘은 어미 때문에 행복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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