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육아의 공통점은 끝없는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공부를 하여도 실제는 다르다. 설계를 잘 하여도 현장에서는 수많은 변수가 생기고, 아이들도 그렇다. 수많은 변수 속에서 또 많은 고민을 하고, 반성을 하고 피드백을 한다. 다음에는 더 잘해야지 결심도 하고, 이것보다 더 어떻게 잘하나 푸념도 한다.
그러나 건축과 육아 모두 어렵고 또 어렵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매력적이다. 어려운 수학문제를 비슷하게 풀어놓으면 보람을 느끼는 것처럼, 어려운 두 문제를 붙잡고 살아가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 역시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건축이란 끊임없는 투쟁이다”라고 말한 자하 하디드(Zaha Hadid). 하디드의 투쟁과 나의 투쟁은 다르겠지만, 나는 지금 투쟁(?)중이다. 나의 시간도 쪼개고 아이들의 시간도 쪼개어 쓰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느림의 미학을 알려줄 수 없는 엄마라 좀 아쉽다. 바쁜 나를 위해 아이들과 함께 하여주는 남편과 친정엄마에게도 미안하다. 그러나 아이들은 크면 다 이해해줄 거라 믿고, 열심히 사는 나를 응원하는 남편과 친정엄마와 우리를 위해 오늘도 열심히 다짐한다.
근래에 들은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었다. “건축은 행복산업이다”라는 말이다. 듣는 순간 너무나 멋진 말이어서 기억에 오래 남았다. ‘항상 해오던 일. 항상 하던 일’이라는 타성에 젖어 일하던 나에게 너무나도 설레이는 문구였다. 건축을 처음 접할 때의 두근거림이 다시 느껴졌다.
누군가 한번쯤은 자신만의 집을 상상한다. 그 상상은 기분 좋은 상상이다. 그 좋은 상상을 함께 하는 직업이라니 얼마나 멋진가? 물론 시작하면 예산, 법규적 제약, 현장의 여건 등으로 힘든 일들이 발생하지만 그 마저도 행복을 위한 과정이라 생각한다면 정말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될 거라 생각한다. 나이가 들고 아이를 낳고 아줌마가 되어서 좋은 점은 소통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건축주와 대화의 폭도 넓어졌다. 대화의 폭이 넓어지니 이해의 폭도 넓어지고 최종안 결정의 과정이 재미있어 진다. 이러한 프로젝트만 있다면 정말 즐겁겠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열심히 작업하던 프로젝트가 사라져 버리거나 다른데서는 더 저렴하게 해주는데 여기는 왜 그렇게 안해주냐고 말하던 건축주와 도면과 다르게 시공하는 소장님들을 만났을 경우에는 모든 것을 접어버리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오른다. 힘들고 어려운 설계이지만 합이 맞는 건축주와 소장님들을 만나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조금 더 나은 건축사가 되기 위해 해야할 것도 많고, 현실의 장벽에 잠깐의 좌절도 하지만, “나는 당신의 행복산업을 함께하는 긍적적인 건축사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오늘을 열심히 살아간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