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오사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충청남도건축사회에서 계획한 일본건축기행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일본 간사이지방의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 주된 답사코스였다. 그중 가장 기대했던 코스는 예술의 섬 나오시마의 미술관 및 아트프로젝트 답사 일정이었다.
일반적으로 미술관이라 하면 접근의 편리성이 관람객 수로 나타나고 운영의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오시마는 섬이기 때문에 교통편이 매우 불편했다. 여행사 투어 버스를타고, 근처항구에서 페리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야 했다. 때문에 이전에 아내와의 여행을 계획하면서 꼭 가보고 싶었던 코스였으나 포기해야 했던 아쉬운 기억이 있다. 개인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그 섬에 들어가기는 어려워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렇게 격리된 환경이야 말로 현대미술을 감상하는 장으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또한 무엇보다도 그곳에서 보이는 바다의 아름다운 풍경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해치지 않고 건축을 대지에 묻어 건축이 보이지 않도록 한 미술관은 사람들이 자연, 예술, 건축이 한 몸이 되어 다가오는 환경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건축, 그곳에서의 공간 체험만이 기억되는 건축이었다.
미술관에서 예술은 단순히 전시실 속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경계를 넘어 밖으로 뛰쳐나간다. 온화한 바다 풍경 속에 불쑥 출연하는 난해한 현대미술, 그 자극적인 조합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그들을 상상의 세계로 이끄는 것이다.
나오시마를 찾아와 아름다운 바다를 배경으로 매력적인 작품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현대미술이라는 것이 참으로 풍요로운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현대미술은 난해한 것도 있고 한참 바라봐도 의미하는 바를 알 수 없는 것도 많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되는데, 바로 거기에 현대미술의 재미와 풍요로움이 있다.
또한 나오시마섬의 오래된 마을의 민가를 개조해 현대미술 작품으로 바꾸는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주인이 떠난 전통 가옥에 현대미술을 들여놓아 재생시키고자 하기 위함이다. 이 오래된 마을에 현대미술 네트워크를 만들어 넣는 시도는 단순한 아트 프로젝트라는 의미를 넘어 지역을 활성화시키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냈다.
기존 미술관 개념을 넘어 섬 전체가 인간과 자연, 인간과 예술이 대화라는 장으로 존재하는 나오시마, 이곳에서 나 자신을 포함한 많은 분들이 생각의 재미와 어려움 그리고 소중함을 깨닫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의 자유를 배우고 새로운 자신과 만나는 계기를 발견하기를 기대한다.
또한 바쁜 여행일정동안 선배 건축사님들과 함께 나눈 대화들, 경험들, 격려 섞인 조언들은 새내기 건축사인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 이 기회를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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