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문에 월 매출 200만원이 안 되는 건축사의 비율이 27.4%라는 기사가 났다. 수입이 아닌 매출액이므로 아마도 수입은 훨씬 더 적으리라 생각된다. 이 통계는 건축사가 탈세를 목적으로 매출액을 줄인 결과가 아닌 현재의 건축사가 처한 실제의 모습임을 우리가 잘 안다. 주변은 온통 위기의 소리뿐이다. 단지 수입이 줄어드는 수준이 아닌, 점점 말라가는 연못에서 지느러미를 내놓고 있는 물고기와 같이 생존의 기로로 내몰리고 있다.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선진국이 되어가면서 국민소득대비 건축 산업의 비중이 줄어들기 때문이라 말하기도하고, 혹자는 옛날과 같이 높은 설계비를 강제할 수 있는 카르텔이 와해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일견 맞는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8∼90년대에는 그 역할이 미미했던 도시계획 분야나, 환경, 감리, 건축물  지관리,  기, 구조분야   우리의 영향력 아래에 있던 많은 분야들이 그 시장과 영향력을 엄청나게 확대시켜나간 현실을 보면 우리는 무엇인가 시대적인 상황을 잘 헤쳐나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는 연관단체들이 시장을 개척하고 키워나간 예가 얼마든지 있다.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해결 방법은 여러 법과 제도를 우리에게 유리하게 바꾸는 방법이다. 예전과 같이 건축사의 독점적인 지위를 더욱 강화하고 설계비  을 규정에 의하여 강제로 정하는 등의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는 지나갔다. 이  대의 패러다임은 자유경쟁에 입각한 시장경제체제이다. 제도와 법과 같은 하드파워가 힘을 발휘하는 시대에서 시장과 소비자를 설득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소프트파워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국가를 포함한 어느 누구도 이러한 하드파워에 의존한 이익집단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시장과 국민을 설득하여, 건축사의 업무와 사회에 대한 기여도를 높이 평가받고 문화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높은 지위와 보상을 받는 방향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다.
  재래시장의 만 원짜리 가방도 존재하지만 예술과 문화의 이미지로 소비자를 설득하여 판매되는 몇 백만원짜리 명품가방도 존재한다. 설계업무가 단지 기술적으로 평가 받을 때 인정받는 부가가치보다 문화와 환경, 예술적인 가치로 인정받을 때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평가받는다.
 중요한 협회의 역할중 하나는 이렇게 개인이나 개별회사가 진행하기 힘든 건축사와 건축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를 높이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문화적인 브랜드파워를 지속적으로 구축하는 것이다.
 
 작년 ‘제1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를 개최하였다. 건축이 단지 기술이 아닌 우리 국민모두가 함께 키워 나아가야하는 문화이며 예술임을 주장하는 행사였다. 이 영화제는 패널과 모형전시로 대표되는 건축계의 일반적인 홍보방식을 탈피하여, 대중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영화라는 매체를 이용하여 건축을 알리는 전략을 구사하였다.   
 작년 영화제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4대주요 일간지를 포함한 31개 언론매체가 우리협회의 영화제를 비중 있게 다루었으며, 전국의 수 천개 극장 중 주말 예매율 10위, 주말 연속매진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이는 대중적인 코드를 이용하여 건축이 문화임을 표방하였을 때 국민이 반응하는 강도와 호응이 어떠한 수준인지를 나타내는 증거이며, 건축의 고부가가치화를 지향하는 협회의 장기적인 대국민 홍보방향을 제시해준다. 
 이제는 소프트파워의 시대이다. 국민들이 건축과 건축사의 역할에 대하여 지지와 동의를 해줄 때 우리가 원하는 영향력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하여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홍보하는 작업을 해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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