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I 연구보고서 정책제안 살펴보기 ①

‘건축기획 업무범위 및 대가기준 개선 방안’ 연구보고서
 
건축기획 업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관련 제도가 명확히 마련되지 않아 건축기획의 개념과 범위조차 모호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기획 업무 범위와 대가기준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본지는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지난 12월 말 발행한 ‘건축기획 업무범위 및 대가기준 개선 방안 연구’를 살펴본다.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던 것에서 소비자에게 상품 선택을 제안하는 시대로 변화하는 가운데, 건축서비스산업 분야에서도 기획 업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설계 변경을 최소화하고 준공 후 사용성을 높여 비용 절감과 품질 제고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획업무의 가치는 높아지고 있지만, ‘건축 기획’의 개념과 범위가 모호하고 특히, 소규모 공공건축사업에 대한 건축기획 관련 규정도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행법상 건축기획의 개념을 정의하고 있는 법률은 ‘건축사법’으로, 제19조3의 ‘공공발주사업에 대한 건축사의 업무범위와 대가기준’ 제11조의 기획업무에 해당한다. 건설기술진흥법과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 등에도 ‘기획업무’라는 명확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건축기획과 관련된 업무는 산재되어 있다. ‘건설기술 진흥법’의 건설공사에 대한 계획·조사업무(건설기술)의 일환으로는 기본구상, 건설공사의 타당성 조사, 건설공사의 기본계획수립 업무가 있으며,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의 건축물 등의 조성을 위한 건축서비스업무의 일환으로 사업계획사전검토를 위한 사업계획서 작성 업무가 있다. 
하지만 현행 법제도는 과거 ‘건설=건축’이란 인식 하에 ‘건축기획=건설공사를 위한 기술(조사·계획)’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AURI가 지난 12월 말에 발행한 ‘건축기획 업무범위 및 대가기준 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주요 건축서비스업무인 설계(건축사법에 따른 설계)가 건설기술에서 제외됐지만, 설계에 앞서 수행해야 하는 기획업무는 여전히 건설기술진흥법의 ‘건설기술’에 남아있어 설계업무의 연속성이 확보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은희 AURI 부연구위원은 “기획-계획 및 설계-시공 유지관리의 건축물 조성 절차를 고려한 ‘건축기획’ 개념 정의조차도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전체 공공발주사업의 95%를 차지하는 소규모 공공건축사업에 대해 건축기획 관련 규정이 미비해 사업기획 없이 기본구상 수준에서 설계지침을 작성한 후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으로, 건축기획 업무범위와 대가기준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공공건축의 설계비는 건축기획을 통해 결정되어야 하지만, 설계비가 먼저 정해진 후 기획업무 대가를 산정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  
 
◆ 건축물 조성 절차 고려한
   ‘건축기획’ 개념조차 없어
   서비스산업으로서 제도적 기반 미흡
   업무범위·대가기준도 불명확
 
또, 예산 수립의 근거인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세부지침’에 설계대가 편성의 근거를 담고 있으나 건축기획 업무는 제외되어 있다고도 꼬집었다.
대한건축사협회도 ‘기획재정부의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세부지침’에서 건축설계업무를 2단계(기본설계와 실시설계)로 구분하고 있는 것을 ‘공공발주사업에 대한 건축사의 업무범위와 대가기준(이하 건축사업무대가)’에서 정한 설계업무단계(기획업무, 계획설계, 중간설계, 실시설계)로 개정, 운영해줄 것을 건의한 바 있다. 기재부의 예산편성 지침에서는 건축설계업무를 2단계(기본조사설계와 실시설계)로만 구분하고 있어, 건축사 업무대가 상의 기획업무 관련 예산항목 자체가 없다. 사협은 기획단계에서 적정한 프로그램과 프로젝트별 특성에 따른 공사비를 명확하게 기획하고 조사하기 위한 예산항목이 없어 적정한 안전, 품질을 확보해야 하는 건축물에 대한 대가를 부당하게 낮춰 공공건축물의 부실을 조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AURI는 보고서에서 “사업규모에 따라 건축기획 실행범위를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면서 “2014년 기준 공공발주사업의 80% 이상이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는 사례가 많고, 실제 소규모 설계 시장에서도 건축기획 업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에서 예산을 통한 사업규모는 크게 500억 원 이상(대규모), 40억 원 이상(중규모), 설계비 2,1억 원 이상으로 구분하고 있다. 사업비 40억 원 이상 중 중대규모 사업의 경우 건축기획 업무단계를 관련 법제도를 통해 규정하여 시행하고 있으나 사업비 40억 원 미만 사업은 건축기획업무의 관련 법제도적 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AURI가 건축기획 용역을 수행한 경험이 있는 건축사사무소를 대상으로 건축기획 업무 실태 및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행 건축기획 용역의 평균 용역비는 2천만 원으로, 이는 설계비의 약 8.9%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설계용역비에 포함해 별도의 기획용역비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규모 건축물은 설계용역비 최고 1억 원에서 최저 2천만 원, 기획용역비는 평균 770만 원으로, 설계대가의 약 1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규모 건축물은 설계용역비 최고 34억 원에서 최저 2.3억 원으로 분포됐으며, 기획용역비는 평균 3,700만원으로 설계비의 3% 수준으로 집계됐다.
 
 
◆ 업무범위 및 대가 산정 포함한
   ‘건축기획’ 제도화 필요
 
연구보고서에서는 건축기획 업무를 제도화하는 방안으로 크게 ‘건축기획 업무 용어정의와 적용대상 및 절차 개선’, ‘건축기획 업무 범위 및 대가산정 관련 규정 개정’, ‘예산수립 및 집행근거 마련’ 등이 제시됐다. 
선행연구와 법제도의 건축기획 관련 개념정의를 토대로 건축기획을 ‘건축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기본방향을 정하고 설계 및 공사 사후유지관리를 위한 사전전략을 수립하는 건축행위’로 정의하며, ‘사업기획’과 ‘설계기획’으로 구분했다. ‘사업기획’은 사업의 전반적인 기본방향을 정하고 사업추진 전략을 수립하는 업무로 사업의 일반적인 개요에서 현황 분석, 건축물 규모 분석, 예산, 사업관리, 운영계획 등을 분석적이고 창의적으로 수행하는 종합적 활동으로 정의했다. ‘설계기획’은 사업기획을 토대로 건축사업에 있어 건축물 디자인 방향을 구체적이고 전략적으로 설정하는 업무로, 대지 및 건축의 세부적인 설계조건을 구상하는 활동으로 정의했다. 
또,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의 ‘건축서비스’에 관한 용어 정의와 연계해 ‘건축기획’을 추가함으로써 서비스업무로서 기획업무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확대하고 실행 근거를 마련하며, 현행 건축사법 제2조의3호(정의) 설계 정의에 명시된 세부항목 중 기획업무(기획하는 행위)를 삭제하고 별도로 규정함으로써 건축사 업무도 설계와 건축기획 업무로 분리해 수행할 수 있는 근거가 확보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건설기술진흥법의 ‘건설기술’에서는 건축기획 업무를 제외토록 했다. 건설기술진흥법 제2조의 ‘건설기술’ 정의에서는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에 따른 ‘건축기획’을 제외토록 해 모든 공공건축사업에 건축기획이 적용되도록 법적 적합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건축기획 업무의 법제화와 기획업무 대가산정 기준 개정, 용역발주를 위한 예산수립의 근거 마련 등을 제안했다. 현행 국가예산편성의 지침인 기획재정부의 ‘예산안 편성 및 기금 운용계획안 작성 세부지침’ 규정에서 기획설계비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으며, ‘공공발주사업에 대한 건축사의 업무범위 및 대가기준’ 제11조에서 업무범위와 난이도 등에 따라 가중치를 산정하고 각 항목별 가중치의 곱을 실비정액가산식에 적용할 때 추가할 것을 제안한다고 전했다.

<해외 사례>

1. 지원 조직 체계를 통한 건축기획 업무 고도화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건축기획 업무와 건축사의 역할을 문서로 제도화하고 사업 특성에 따라 세분화된 건축기획 업무범위를 구성하고 있으며, 단계별 건축기획 업무 범위를 구분하고 기본업무와 추가업무로 업무범위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독일은 위임자의 요구사항과 현장시찰 등 전체적인 업무를 파악하기 위한 기초조사와 사업준비 및 계획준비를 위한 예비단계로 기획업무를 포함하고 도시적, 조형적, 기능적, 기술적, 생태적, 경제적, 건축 환경, 에너지 경제 등 관련 조건과 지침을 준비하는 것이 특징이다. 
프랑스, 미국 등에서는 공공기관의 별도조직을 설립해 기획업무를 지원하고 별도 프로그램 운영, 전문가 활용을 통해 기획업무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공공건축을 지원하는 독립적인 조직을 갖춘 프랑스는 외부전문가를 활용할 수 있는 업무를 지원하는 코디네이터형 조직을 운영하며, 미국은 연방 조달청 내 디자인 품질관리를 위한 자문에서 자산관리까지 담당하는 대규모 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연방 조달청 내 별도 프로그램을 운영해 예비기획단계, 타당성 조사, 프로그램 개발 계획안 작성으로 기획업무를 구분하고 지역포트폴리오 계획, 자산사업계획, 빌딩보존계획 등과 같은 계획업무를 포함해 사업성을 제고하고 있다. 

 

2. 건축사업 특성 고려한 대가산정 기준 운영

독일과 프랑스는 건축기획 업무에 대한 대가를 건축사의 기본업무에 대한 보수를 규정하고, 공사비요율방식을 적용하고 있으며, 미국은 대가 규정 없이 계약자간의 자유로운 합의로 대가를 결정하고 있다. 
해외 건축기획 업무를 사업기획과 설계기획으로 구분해 분류하면, 사업기획은 공공건축물 조성 사업부, 설계기획은 공공 및 민간에 적용 가능한 업무범위로 구성된다. 사업기획은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관점에서 수행하는 사업을 말하며, 설계기획은 설계적 측면에서 건축업무의 초기단계로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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