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목재로는 철근콘크리트처럼 고층빌딩을 지을 수 없을까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목재는 철강 제품보다 안전성이나 신뢰성이 낮은 재료다. 즉 목재의 강도 성능의 편차가 크고, 계산되지 않은 강도에 대해서는 보증할 수 없다는 큰 단점이 고층빌딩의 재료가 될 수 없는 원인이다. 최근 이러한 단점이 극복되고 있다. 인공적으로 목재를 만들 수 있다는 발상이 필자의 상상을 넘어 점차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목재의 주 구성성분인 셀룰로오스와 헤미셀룰로오스, 리그닌은 모든 식물체가 갖고 있는 공합성의 성분이다. 어떤 식물은 그 섬유가 부드러워 동물의 소화흡수가 용이하여 식료로 이용되는 것도 있고, 결합이 단단하여 건축 재료로 이용되는 것도 있다. 다만 그 구성성분 비율과 화학적으로 결합력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인데, 최근 과학은 식물 재료로부터 그 구성성분을 따로 분리시키고, 이를 나노입자 상태로 재구성해서 목재로 만들 수 있는 수준에 근접해 있다. 다시 말해 식물체에서 추출한 섬유소의 구성성분을 섬유공장에서 옷감을 짜듯이 인공목재의 탄생이 가까워지고 있다.
목재의 주성분을 철근콘크리트 건물로 비교하면, 셀룰로오스는 철근콘크리트 건축물에서 철근과 같이 휨에 대한 전단력과 탄성력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리그닌은 시멘트와 같이 압축에 대한 강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또한 헤미셀룰로오스는 철근과 콘크리트를 연결하는 철사(반생)와 같다고 한다. 식물 셀룰로오스를 나노입자로 분쇄하면 그 강도가 크게 증강된다. 방탄 소재와 같은 특수 강도를 원하는 섬유 제조분야에 이미 적용되고 있다. 또한 건축분야에서는 나노 입자화한 셀룰로오스를 콘크리트에 배합하면 고강도 콘크리트가 되며, 초고층 빌딩에서 이미 적용하고 있다. 나노셀룰로오스의 초미립자는 3D프린트의 잉크 원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멀지 않은 미래의 공상 과학과 같은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최근 조물주의 능력에 비견되는 3D프린트를 이용하면 인공합성 목재 생산이 가능하다.
이탈리아에서는 진흙이나 점토로 집을 만드는 말벌이 모티브가 되어 10×10×10미터 대형 3D프린트로 직접 건축물을 만드는 시연을 한 바 있다. 만약 이 기술들을 조합한다면 고강도의 목질 빌딩이 만들어 질 수 있다.
일본에서는 대나무 죽순을 모방하여 293미터 72층의 목조빌딩을 2093년에 축조하겠다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발상의 전환이 미래의 도시는 철근콘크리트가 아닌 인공목재로 될 가능성을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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