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 네트워크<3> 이병호 교육시설재난공제회 안전관리부·공제사업부 부장

건축사 네트워크 _ 각계에서 활동하는 건축사를 소개합니다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이 ‘건축사 네트워크’를 연재합니다. 건축사로서 사회 각계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인사들을 소개합니다. 건축사로서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 이야기들을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세 번째 소개할 인사는 이병호 교육시설재난공제회 안전관리부·공제사업부 부장입니다. (대담 = 김명근 편집위원, 글 = 김혜민 기자, 사진 = 장영호 기자)

▲ 이병호 교육시설재난공제회 안전관리부·공제사업부 부장

“사용자가 보다 관리하기 쉽고, 만족할 수 있는 학교 건축물을 위해 공간 활용성과 기능을 확충한 설계가이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설계 가이드를 대한건축사협회와 함께 만들고 활용한다면 우리나라 학교 건축물이 한층 선진화되고 사용자 중심의 내진보강에 가까워 질 것입니다.”
이병호 교육시설재난공제회(이하 공제회) 안전관리부 부장은 지난달 교육연구시설과 건축물의 안전에 힘쓰기로 대한건축사협회(이하 사협)와 체결한 업무협약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경북 포항 지진으로 학교시설 내진설계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가운데, ‘학교시설 내진설계기준’이 올 1월 고시됐다. 공제회에서 ‘학교시설 내진설계기준’ 개발을 추진해온 이병호 부장은 내진보강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안전과 쾌적한 교육환경을 위해 학교시설의 각 요소들을 안전하게 건축하고 효율적으로 유지관리하는데 필요한 설계 가이드도 사협과 함께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제회에서 20년 가까이 안전하고 쾌적한 교육환경 조성을 위한 여러 사업을 추진해온 이병호 부장을 만났다.

“학교, 안심하고 머무르는 배움 공간으로 탈바꿈돼야”

“재난도 학교폭력도...설계로 사회문제 풀어갈 수 있어”

“대한건축사협회와 내진 설계 가이드 만들어 활용한다면
 우리나라 학교 건축물 한층 선진화되고 사용자 중심 내진보강 될 것”

-교육시설재난공제회가 올해 추진하는 역점 사업은.

A. 공제회는 학교 경영자가 중심이 되어 설립한 비영리기관으로, 올해로 설립 70주년이 됐다. 설립 당시에는 공립학교의 각종 재난복구비를 주로 지원했으나, 현재는 모든 학교에 대해 피해복구를 지원하고 있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전국 학교의 99%가 회원학교다.
화재나 풍수해 등 재난으로 연간 수천 건이 넘는 학교시설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피해복구 지원뿐 아니라, 학교시설로 인한 제3자의 피해에 대한 보상사업까지 확대됐으며, 재난 예방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공제회 안전관리부서는 교육환경을 보다 안전하고 쾌적하게 조성하고자 학교시설 안전관리를 위한 연구개발, 점검·평가, 교육홍보와 환경안전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올 1월 1일 고시한 ‘학교시설 내진설계기준’도 안전관리부 연구개발팀에서 추진했으며, 최근에는 학교시설의 자연재해 안전가이드라인을 건축사들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올해는 학교 내진보강 사업의 안정적인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내진성능평가, 내진설계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긴급대피시설로 사용되는 학교시설의 비구조요소에 대한 내진설계 가이드라인도 개발할 예정이다. 자연재해로 인해 학교에 주로 발생하는 피해 형태를 분석했으며, 이를 설계에 반영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2월 말쯤 개발을 완료해 3월에 배포할 예정이다.

-최근 MOU를 체결한 대한건축사협회와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은.

A. 학교는 전국의 학생과 교직원 총 1천여 명이 매일 이용하는 공간이다. 국민 5명 중 한명은 매일 학교를 이용하는 셈이다. 특히, 성장 단계에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자아와 인성을 갖추는 곳이다.
이번 MOU를 통해 학생의 안전과 쾌적한 교육환경 조성에 반드시 필요한 건축 관련 교육, 기술, 연구개발 등을 사협과 지속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지진에 안전한 건축물에 구조안전은 필수 요소지만, 사용자가 보다 관리하기 쉽고, 만족할 수 있는 학교 건축물을 위해 공간 활용성과 기능을 확충한 전반적인 설계가이드가 필요하다. 이러한 설계 가이드를 대한건축사협회와 함께 만들고 활용한다면 우리나라 학교 건축물이 한층 선진화되고 사용자 중심의 내진보강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진보강 사업들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데, 설계,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사례들을 사협과 함께 만들고 소개하려고 한다. 사협과 건축 내진보강 설계 가이드를 마련한 후 교육이나 워크숍 등으로 널리 알리려고 하며, 구체적인 방안은 사협과의 논의 후 하반기쯤에 진행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사협과 학교시설의 각 요소들을 안전하게 건축하고 효율적으로 유지관리하는데 필요한 설계 가이드를 개발할 계획이다.

-교육시설재난공제회에서 활동하시게 된 계기와 건축사 경력이 업무에 주는 영향은.

A. 재난을 입은 학교시설의 정상화를 지원하는 공제회의 공익적 업무에 관심을 가지면서 공제회와의 인연이 됐다. 여러 NGO와 학회 활동을 하면서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고 교육제도가 선진국과 견줄만한 반면, 교육시설 환경은 열악한 수준이란 걸 느꼈다. 최근 일부 학교시설은 디자인 요소만 강조되고 학교 본연의 공간과 기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건축물 이용자인 학생과 교직원의 불만을 초래하기도 했다.
학교는 더 이상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교육훈련을 하는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과 지역주민이 가고 싶고, 머무르고 싶은 배움의 공간으로 탈바꿈되어야 한다. 인성과 사회성을 터득하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이면서 안전하고, 학부모가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오히려 집보다 더 안심할 수 있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학교시설이 조성되고 철거되기까지의 생애주기를 관리하고 사고 책임규명과 같은 법리해석까지 담당하고 있다. 건축물을 건축할 때 다양한 기술적 요소와 사회문화적 환경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건축물을 탄생시키는 건축사 업무와도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건축사이기에 이러한 역할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난 ‘학교시설 내진설계기준 전부개정안’ 공청회에서 학교시설 내진설계 기준 개정 및 보강매뉴얼 내 책임기술자로부터 제외됐던 건축사의 협력부분이 필요한 점을 공감하신 바 있다.

A. 학교는 교육 장소이자 지역주민의 커뮤니티 공간이며, 대규모 재난 시 긴급대피시설이다. 이러한 요소를 모두 반영하고 쾌적한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특정 한 분야에 국한된 설계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지진으로 인한 인접 국가의 피해를 살펴보면, 건축물의 붕괴로 피해가 발생함을 알 수 있지만, 지진으로 인한 화재, 폭발사고로 상당한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빈번하고, 전기·통신, 급수, 냉난방 시설의 피해로 제대로 치료와 구호를 받지 못해 사망하거나 부상이 악화되는 사례를 종종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구조보강을 하고 이를 마무리 하는 과정에서 석면자재 제거, 단열성능 유지, 누수방지, 채광 및 환기, 정서적 디자인 고려 등 여러 기능적 요소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내진보강 사업의 책임기술자는 한 분야의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관계 전문가가 각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 보다 안전하고 좋은 학교시설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앞으로 학교시설 내진설계 기준 개정 및 보강 매뉴얼의 개발 방향은 관계 기준을 표준화시키고 학교시설 특성을 고려해야 할 부분을 반영하는 것이다. 학교시설 내진설계기준도 건축과 대수선 행위의 일환이다. 따라서 건축법에서 정한 구조기준과 통일성을 갖도록 건축구조기준 개정에 부합되게 학교시설 내진설계 기준을 개정하고, 현재 개발된 매뉴얼의 적용실태를 현장적용 사례를 면밀하게 조사·분석해 국내 학교 현장에 적합한 모델로 개선하고자 한다.
특히, 작년에는 한정된 기간 내에 설계기준을 전면개정하고 새로운 내진성능평가 매뉴얼을 개발했는데, 처음 접해보는 것이 많아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올해는 학교 현장에 적용하기 쉽고 효율적이며, 건축물 사용자가 만족할 수 있도록 관련 기준과 매뉴얼을 개선하고자 한다.

-건축사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A. 건축사 1만 4천명 시대에 이제는 각 분야별로 더욱 전문성을 가진 건축사가 많아졌으면 한다. 특히 학교 안전 분야는 사회적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고 그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단순한 건축물 붕괴 등에 대한 물리적 안전은 물론, 편리하고 쾌적하며 ‘안심’할 수 있는 공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선제적으로 학교 공간을 안전하게 만들 수 있도록 예방 안전에 대해서도 건축사들이 더욱 관심을 갖고 참여하길 바란다. 예를 들어, 학교폭력이 자주 일어나는 곳은 공간적으로도 공통점을 갖고 있듯 건축 설계로 해결해나갈 수 있는 사회 문제가 많다. 생활 안전 분야에서도 전문가로 활동하는 건축사가 보다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건축사교육원 등을 통한 건축사 대상 내진설계 교육도 더욱 강화되길 바란다.

▲ 대한건축사협회와 교육시설재난공제회가 1월 10일 건축사회관에서 안전한 교육시설·건축물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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