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구조계산 인력 증대 <2> 공사 감리 독립성 확보 <3> 내진 교육 강화

윤관석 의원·국토교통부 주최, ‘시민안전을 위한 건축물 내진설계·시공제도 개선 토론회'

내진설계 대상 건물이 늘어났지만 건축사가 협력을 받아야 하는 건축구조기술사(이하 구조기술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이 안전한 내진설계·시공을 위해서는 건축구조 계산을 할 수 있는 인력을 시장 상황에 맞게 확보하고 건축주·시공자로부터 공사감리의 독립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윤관석 의원과 국토교통부 주최로 1월 24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시민안전을 위한 건축물 내진설계·시공제도 개선토론회’에서 박준승 건축사는 ‘건축물 시공과정의 내실화 제고방안’ 주제발표를 통해 “내진설계 의무 대상 건축물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협력을 받아야하는 구조기술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며 “건축구조 계산을 할 수 있는 인력을 시장 상황에 맞게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축법 시행령 제32조(구조 안전의 확인)에 따르면 2층 이상, 연면적 200제곱미터 이상인 건축물의 건축주는 해당 건축물의 설계자로부터 구조 안전의 확인 서류를 받아 착공신고 시 그 확인서류를 허가권자에게 제출해야 한다.
현행 건축법에 따르면 건물 설계는 건축사만 할 수 있다. 관련 법령에 따라 건축사는 관계전문기술자(구조, 전기, 기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구조계산 등을 할 구조기술사 수가 절대적으로 적어 내진설계에 협력을 받기가 어렵다는 건축사업계 지적이 제기돼왔다.

◆ 구조기술사 절대 부족... “국민 안전 담보할 수 없어”
   ‘구조인정기술사제도’ 도입· ‘구조계산 프로그램’ 상용화 필요
   현장에 구조기술사 대신 직원 오는 현실...자격 대여 해결해야

박 건축사에 따르면 전국 건축사사무소 수(2016년 기준)는 9,099개이며, 건축구조기술사사무소는 396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으로 갈수록 건축사 대비 관계전문기술자의 비중이 불균형적으로 나타나 제주에는 한 곳, 세종시에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박준승 건축사는 “기술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면 도장만 찍는 등 업무가 형식적일 수밖에 없어 국민 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되는 실정”이라면서 “건축구조 계산을 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 학·경력을 갖춘 사람에게 구조인정기술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인정기술사제도’를 도입하고, 정부 주도 하에 건축구조계산 프로그램을 상용화하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 건축사사무소, 구조기술사사무소 비교> 자료: 대한건축사협회(2016년 기준)

백민석 대한건축사협회 법제전문위원도 관계전문기술자가 매우 부족하다는 데 공감하며 “소규모 건축물에 대해서도 구조계산을 웬만하면 구조기술사에게 맡기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는 대부분 구조기술사 대신 사무소 직원들이 나오는 게 현실”이라면서 “자격 대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건축사법 제2조에 따라 설계, 공사감리 업무가 보조자의 도움을 받는 것을 포함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기술사법엔 보조인력 도움에 대한 근거규정이 없다. 때문에 구조기술사 대신 보조인력인 사무소 직원이 구조기술사 대신 업무를 수행한다면 엄연한 자격대여 행위이자 위법행위다.
반면, 국민 안전을 위한 대책을 제시하기보다는 건축구조기술사의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 없는 발언들이 나오기도 했다. 이상구 (사)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이하 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은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으로 (구조)공학이 설계 밑에 있다. 건축설계와 구조는 분리돼야 한다”면서 “앞으로 건설기술도 4차 산업으로 가야 하는데 이래서는 절대 발전할 수 없다. 구조전문가의 구조설계 및 구조감리를 의무화해야 한다”면서 “건축법 개정을 통해 구조기술사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외국처럼 시공현장과 준공표지판에 구조기술사가 누군지도 기재하도록 하고 노동부, 과학기술부, 국토부로 나뉘어 관리되고 있는 구조기술사 제도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구 지진공학회 교수도 “구조기술사에게는 밥그릇이 없다. 건축구조가 독자적인 공학 분야로 자리 잡았는데, 우리나라만 유독 설계 밑에 하청으로 있으라고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면서 “(구조기술사) 밥그릇을 조그만 것이라도 준다면 구조기술사 수는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포항 지진 시 구조기술사가 관여한 6층 이상 건물은 손상이 없었으므로 내진설계 대상 건물의 구조설계와 구조감리를 구조전문가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건축주·시공자로부터 감리 독립성 확보돼야
   건축사·구조기술자·시공자 교육 강화 필요
  “구조기술사 측 발표, 포항지진 현장과 달라” 지적받기도

플로어에서는 건축을 밥그릇 대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비판과 국민 안전을 위한 제도 개선안이 제시됐다. 박준승 건축사는 “우리 모두는 건물 사용자 안전의 책임자”라면서 “재난이 났을 때 피난거리, 시간, 방향, 장소 등 어떻게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지 총괄적인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형 포항지역건축사회 회장은 ‘구조기술사가 관여한 6층 이상 건물은 손상이 없었다’는 지진공학회 김진구 교수의 주장이 실제 포항지진 현장과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6층 이상 건물은 물론 항만과 그 근처 공장, 아파트까지도 피해를 입었다”면서 “구조기술사가 직접 날인하는 구조안전확인서와 구조계산서가 관에 첨부되며, 언론에 자주 언급됐던 포항지진 피해 건축물의 구조계산도 구조기술사가 했다. 오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건축사와 구조기술자, 시공자의 내진관련 교육 강화와 건축주와 시공자로부터 감리의 독립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영훈 사협 법제위원장은 “외국 구조기술사가 국내 진출할 정도로 국내 구조기술사의 국제적 경쟁력이 떨어진 실정”이라며 “건축사가 해외 수주와 공모 등으로 노력하듯 구조기술사도 전문화된 능력을 배양하는 게 중요하다. 건축사와 구조기술사의 내진 관련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형 회장도 “감리 현장에서 감리자(건축사)가 기술자들을 일일이 가르쳐야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시공기술자의 교육이 필요하며, 건축주와 시공자로부터 감리의 독립성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자재 공장에서 건축자재의 품질을 관리감독하는 방안 ▲건축종사자 실명제 도입으로 책임 강화하는 방안 등도 제시했다. 구조기술사로 30여 년 일한 후 건축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A 건축사는 “구조기술사가 구조설계, 감리를 하게 되면 사고가 엄청 늘어날 것이다. 구조기술사가 이 업무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 지적하며 “턱없이 부족한 구조기술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윤관석 의원, 조정식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 우원식 의원, 소병훈 의원을 비롯해 손병석 국토부 제1차관, 조충기 대한건축사협회장 등 정계와 민·관·학 관계자들이 참석해 내진설계와 시공제도 개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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