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과 지느러미
- 신영배

입은 흔드는 것인데

그 저녁엔 입을 너무 많이 써서 가슴이 다 닳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날 때

그 말은 흔들어야 했는데

보내고

흔들리는 방

이 물속에선 지느러미를 쓴다


-『그 숲에서 당신을 만날까』신영배 시집 / 문학과 지성사 / 2017
그래야 했는데, 그때, 그러지 못한 일들이 있다. 우리는 쉽게 이것을 ‘후회’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시는 후회하는 시는 아니다. 어찌보면 후회 그 이전이거나, 후회를 대체한다. 그렇게 입과 지느러미는 서로 다르게 쓰여서 대체된다. 흔드는 것과 쓰는 것이 때에 적절하지 못해서 그 쓰임이 바뀌어버렸다. “입은 흔드는 것인데” “너무 많이 써”버려서, “그 말은 흔들어야 했”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방이 흔들린다. 출렁거려서 흔들리는 것인지 흔들려서 출렁거리는 것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 방에선 지느러미를 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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