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 유지관리점검 중요성 여실히 드러난 人災”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열리지 않는 자동문, 대피로는 창고로 방치 김혜민 기자l승인2018.01.0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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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21일 충북 제천시 9층 규모의 다중이용건축물에서 불이 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자료 : 대한건축사협회 충청북도건축사회)

열리지 않는 자동문, 대피로는 창고로 방치...
사용승인 이후 건물 유지관리점검 강화해야

29명의 생명을 앗아간 충북 제천시의 다중이용건축물 화재는 출입문과 비상구가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방치돼 있어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건축 전문가들은 이 같은 비극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건축물 사용승인 이후의 유지관리를 근본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건축허가와 사용검사 이후에 건축주가 인테리어를 임의로 바꾸거나 피난시설을 창고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철저한 관리감독이 선제돼야 문제점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불이 난 제천 ‘두손스포리움’은 지하 1층, 지상 9층, 연면적 3,813제곱미터 규모의 복합상가로, 사우나와 헬스장 등이 있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2017년 12월 21일 오후 3시 50분경 1층 필로티 주차장에서 화재가 시작됐다. 2층 여자 목욕탕에서 상당수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며, 이들 대부분이 자동문에 갇혀 유독가스에 질식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 건축사 등 전문가 활용한 건물 유지관리점검 중요성 부각
   형식적인 안전점검서 탈피, 장기적인 세부 로드맵 마련해야

제천 화재현장을 찾은 김성진 충북건축사회 회장은 “2층 여성사우나 자동문이 열리지 않았고 피난구가 창고로 이용되고 있어 대피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용승인 후 건축물 유지관리의 중요성이 여실히 드러난 참극이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건축허가가 나고 사용검사한 후 건축주 등이 인테리어를 바꾸거나 피난시설을 창고로 사용해도 강력한 관리감독이 전무한 실정”이라며 “제천 스포츠센터처럼 유지·관리의 허점을 드러내는 건물이 한둘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형식적인 안전점검에서 탈피해 불법증축 등 정기 점검 시 건축사 등 전문 인력들을 활용한 철저하고 제대로 된 유지 관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 말했다.
대한건축사협회(이하 사협) 김영훈 법제위원장도 “기계·전기·소방 안전점검을 철저히 하고 문제가 확인되면 강력히 시정조치토록 지속적으로 관리·감독해야 한다”면서 “이번에 화재가 난 다중이용 복합건물만 점검 대상으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다세대·다가구 건물 등 전반적으로 건축자재, 유지관리, 소방설비 등에 대한 장기적이고 세부적인 로드맵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건축시기·면적 따라 다른 법 적용... 유지관리 점검이 대책

현행 건축법상 6층 이상 건축물 등에는 외벽 마감재로 불에 잘 타지 않는 건축자재를 써야 한다. 제천 스포츠센터는 이 규정이 시행된 2010년 12월 이전에 준공돼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협 류치열 제2처장은 “변화하는 법제도에 맞게 건물이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현재에 맞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지속적인 건축물 유지 관리점검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 건물 내 대피로 확보, 안전관리 시스템 갖춰야
   ‘대피용 창문표시’ 의무화 제기

일부 언론사에서 화재 확산 원인으로 가연성 외단열재나 필로티 구조 때문이라 주장한 것에 대해 건축 전문가들은 침소봉대라고 일축했다. 무엇보다 건물 안에서 대피로를 확보하고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는 한 제2의 제천화재는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사협 김영훈 위원장은 “필로티 있는 건물이 한두 곳이 아닌데, 이번 화재로 일반화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필로티 구조 때문이라고 무작정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드라이비트공법 자체를 두고 화재안전의 취약성을 논하기보다는 내부에 들어가는 단열재나 소화성 기능, 차단 기능 등을 갖추도록 관련 규제를 강화해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진 회장도 “가연성 외단열재가 화재를 급속히 확산시킨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부차적일 뿐, 이번 참사에는 건물 내부에 문제가 더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긴급 상황 시 신속한 구조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일본의 ‘대피용 창문표시’ 의무화도 제기됐다.
김영훈 위원장은 “일본은 긴급 상황 시 구조대가 신속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탈출용 유리창’을 지정해 빨간 역삼각형으로 표시한다”면서 “표시된 탈출용 창문 쪽으로 사람들이 대피하고, 소방차 사다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그 아래에 주차를 금지토록 하는 등 우리나라도 건물 안전제도를 전반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혜민 기자  8691m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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