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산업대전을 준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재업체와 만나는 일이 많이 생긴다. 주로 전시참여를 협의하기 위한 매우 사무적인 만남이지만, 그 만남이 때로는 사무실로 찾아와서, 또 때로는 밖에서 아주 사적으로 만나는 일도 있다. 그리고 그들과의 만남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의 대부분은 ‘건축사에게 재료선택권이 있는가?’로 이어진다. 자재영업을 위해 전시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부분임에 틀림없다. 물론 그때 나의 대답은 건축사에게 재료선택권이 있다는 것이지만, 그들의 생각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을 보게 된다. 자재업체의 입장에서 건축사사무소를 대상으로 어렵게 영업하여 도면에 스펙-인(Spec-In)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결과들은 거의 미미할 정도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반면 시공사를 대상으로 영업하였을 경우는 그 결과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즉, 실질적인 재료선택권이 건축사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시공사에게 있다는 것이며, 그러한 판단의 결과 건축사들이 주요 관람객 층을 형성하는 전시회에 참여하는 것은 생각보다 효과가 크지 않다는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

그럼 과연 그들의 말처럼 건축사에게 재료선택권이 없는 것일까? 만일 재료선택권이 없다면 우리들이 그동안 작업해 왔던 건축설계는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의 건축작업을 잠시 돌아 볼 필요가 있다. 그냥 불특정 자재를 지칭하는 보통명사로서만 자재를 선택할 뿐 특정자재를 직접 선택하는 행위를 거의 하지 않는 그동안의 작업내용들을 볼 때, 우리가 과연 의미있는 건축행위들을 해왔었던가에 대한 의문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왜 우리는 보통명사로서만 건축재료를 선택하는 것일까? 특정재료를 언급하며 건축도면에 긴장감을 불어 넣는 방법은 없었던 것일까? 만일 우리에게 재료선택권이 있다는 것이 공공연하게 인정되고 있다면, 우리들의 건축산업대전 참가업체 유치 과정이 지금과 같은 고단한 과정으로 반복될 이유가 없다. 물론 한국건축산업대전이 단순히 건축자재만 전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전시구성요소임에는 틀림없고, 전시구성요소를 떠나 우리의 건축작업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부분임을 인정하는 차원에서 ‘재료선택권’을 언급해 보는 것이다. 즉, 건축산업대전만이 아니라 우리의 업무행태 및 새로운 업무영역 개척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언급해 보는 것이다.

자재업체를 상대로 한 나의 주장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건축사에게 재료선택권이 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최초 선택은 물론 최종 선택에 이르기까지 의미있는 제품에 대해서 건축사의 선택의지가 지속되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건축사들이 제품을 선택하고 그 의지를 지속할 만한 충분한 정보가 주어지고 있는가? 건축사들이 그 의지를 지속할 만큼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는가?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건축사만큼 재료선택의 우선권을 갖고 있는 사람이 누가 또 있겠는가?”

한국건축산업대전이 올해로 5회째를 맞고 있다. 그동안 건축과 건축사 그리고 협회를 대외적으로 홍보한 내용만 하더라도 엄청난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또한 건축관련업체는 물론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여러 단체들과의 교류에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해 온 것은 커다란 성과 중의 하나임이 분명하다. 올해부터 시작한 신인건축사 작품전을 비롯한 다양한 행사들을 담으며 우리들의 만남의 장, 축제의 장을 만들고 있는 것은 자랑거리이다. 거기에 하나 더 보태고 싶은 것이 바로 앞에서 언급한 건축자재업체들을 비롯한 다양한 건축관련업체들과 우리 건축사들과의 접목을 시도하는 것이다. 업무를 같이 할 수도 있고 또는 자문역을 맡을 수도 있으며 때로는 함께 새로운 사업영역 개척을 위한 공동작업을 시도해 볼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생각하는 것이 가칭 ‘전문가 매칭 프로그램’이다. 아직은 준비가 부족하여 본격적으로 공개하진 못하였으나 산업대전 전시위원회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검토하고 있는 내용이다. 과연 건축과 회원의 발전을 위해서 좋은 것인가? 긍정적인 효과를 내기 위한 방법들은 무엇인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어떻게 준비, 진행하면 좋을 것인가? 많은 부분을 생각하고 준비하여 건축사들에게 유익한 내용을 찾으려 하고 있다. 회원분들의 많은 조언이 필요한 부분이다.

한국건축산업대전은 단순한 형식적인 연례행사가 아니다. 대형전시기획사들이 진행하는 전시회에 비하면 규모면에서 턱없이 부족한 전시회에 불과하지만 아무리 큰 전시회라 한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매우 큰 가치가 있는 행사이다. 최고의 건축전문가인 우리가 만들어, 우리가 주최․주관을 하며, 우리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바로 우리들의 전시회이기 때문이다. 해를 거듭하면서 다양한 사연들을 만들어 가고 있는 한국건축산업대전이 10월20일(수)부터 24일(일)까지 경기도 일산 킨텍스 전시장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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