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의 끝
- 송종찬


강 건너가 그립더니
건너갈 수 없는 심연이 그리워지더니
사나흘 귓불을 스치던 북풍에 강이 얼고
그대를 찾아 얼어붙은 강을 건너갔더니

눈보라에 거세게 흩날리더니
폭설은 돌아갈 길마저 지워버리더니
벌판 끝 성당의 불빛만 희미하게 반짝이고
프레스코화 속 성모는 근심에 젖어 있더니

다시 강 건너가 그리워지더니
털모자를 쓰고 집을 나서던 날들이 그립더니
잠에서 깬 햇살에 강이 녹기 시작하고
그 강을 건너올 수 없더니


-『첫눈은 혁명처럼』 송종찬 시집 / 문예중앙시선 / 2017
그리운 것들은 늘 멀리에 있다. 산 너머에 있거나, 바다 저쪽에, 아스라한 구름이 있는 곳에, 강 건너에 있다. 많은 이들은 그저 먼 곳을 바라보며 그리워 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그리운 것들을 직접 찾아 나서기로 한다. 강이 얼어서 건너 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니면 어떤 인연 때문이기도 한다. 그럴 때 우리는 더러, 다시는 돌아 올 수 없을 것이란 예감을 하기도 한다. 그런 예감은 틀림없다. 우리가 그리운 것들을 찾아 나설 때 그리운 것들은 늘 더 멀리에 있다. 그럴 때 가장 그리운 것들은 언제나 떠나 온 자리다. 다시는 돌아 가지 못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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