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판단을 가로막는
온갖 편견을 걷어내고
회장선거가 멋과 여유가 있는 축제로


이제 우리나라 겨울은 삼한사온(三寒四溫)이 없다.
계속해서 따뜻하거나 계속해서 춥다. 요즈음 한파가 기승을 부린다. 한파라 해도 나 어릴 적 보다는 덜 춥다. 그 때는 먹는 것, 입는 것이 부실해서 추위를 더 느꼈겠지만 내가 살았던 충청내륙은 추웠다하면 보통 영하 15도에서 20도였다. 밖에서 세수를 하고 문고리를 잡으면 손이 쩍쩍 달라붙었고 숨을 쉬면 콧물이 얼어서 콧속에서 분리되는 느낌이었다.
이런 추위 속에서도 우리협회 제32대 회장선거토론회가 회원들의 관망 속에 열리고 있다.
충청권에서는 지난 14일 대전에서 열렸는데 우리 지역은 대형 버스를 준비해서 나도 회원들과 다녀왔다. 3년 전 회장 직선제가 처음 시행되면서 전국 권역별 순회토론회를 한 차례 거쳐서인지 이번 토론회는 별 탈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다만 적은 인원 앞에서 짧은 시간 토론하고 횟수를 10회로 제한한 SNS로 자신의 역량과 식견을 인정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일찍이 주역(周易)에서 ‘글은 말을 다 표현하지 못하고, 말은 뜻을 다 드러낼 수 없다’(書不盡言, 言不盡意)라 하여 글과 말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의 한계를 지적했는지도 모른다.
말은 말하는 사람의 태도와 행동까지 파악할 수 있기에 글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으나 말 역시 전달에 한계가 있고 글이나 말에 함몰되면 자칫 오류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글과 말이 아니라면 마음으로 전해지는 이심전심의 경지로 후보자의 ‘진정성’이 우리의 마음에 와 닿아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다.
그나마 토론회에 직접 참석하거나 SNS, 토론회 동영상을 관심 있게 들여다본다면 후보자의 자질을 판단할 수 있는 작은 실마리라도 찾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전해 주는 사람들의 말을 직접 듣거나 떠도는 풍문으로 짐작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제3자가 전달해 주거나 풍문으로 떠도는 말은 편견이나 모함의 위험에 노출 될 수 있다. 편견이나 모함은 그 폐해가 큰 것이, 한 번 잘못 입력된 정보나 생각을 없애기가 쉽지 않고 또 그것이 확대 재생산 되어 전염병처럼 확산되고 올바른 판단을 가로 막는다.
우리 주변에 잘못 알려진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일례로 살모사(殺母蛇)는 ‘어미를 잡아먹는 뱀’이라는 뜻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살모사는 난태생(卵胎生)이기 때문에 새끼가 어미 뱃속에서 부화한 다음 나오는데, 이 때 새끼를 낳고 지쳐 쓰러진 어미 뱀을 보고 새끼가 어미를 죽이는 것으로 잘못 전해져 살모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것이다.
초의선사가 일지암에서 도를 닦으며 지으셨다는 선시(禪詩)가 있다.
‘눈앞을 가리는 꽃나무 잘라 없애니 아름다운 저녁노을 아래 먼 데 산이 병풍처럼 펼쳐지네’ 시야를 가리는 꽃나무를 버리면 꽃(편견)에 갇혀 보지 못했던 더 큰 세상을 보게 된다는 말이다.
우리의 올바른 판단을 가로막는 온갖 편견을 걷어내고 우리의 이익을 창출하고 대변할 회장으로 누가 적임자인지 분별하여 회장선거가 멋과 여유가 있는 축제로 승화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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