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은 내 인생에 중요한 전환점의 시기였다. 흔한 말로 철밥통이라 부르는 공무원을 그만 두고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기 때문이다.
처음 건축사 자격증을 준비할 때는 이렇게 직업을 바꾸겠다는 심정으로 시작하지는 않았다.
출발은 40살이 될 때쯤 무언가 이루어 놓고 불혹을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4년 동안의 준비 과정은 정말 만만치가 않았다. 하지만 2년쯤 지났을까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건축사란 직업에 대한 매력을 조금씩 느끼게 됐고, 자격증을 취득한다면 한 번 도전해 보는건 어떨가 하는 생각을 문득 가지게 됐다.
물론 공직의 틀에 박힌 업무와 민원을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작용한 점도 없지 않아 있지만...
결국 나는 자격증 취득 이후 내가 생각한 대로 행동하기로 결심하고 짧지도 길지도 않은 12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건축사로서의 새로운 삶을 선택했다. 하지만 내가 공직에 근무하며 바라봤던 건축사님들의 생활들은 정말 한 단면 뿐이었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
건축사의 광범위한 업무영역과 책임, 사람과의 관계 형성 등 건축사란 직업이 가지는 무게감과 책임감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이었다.
내가 안에 있으면서 건축사의 보이는 한 단면만을 보고 판단했듯, 나와서 보니 우리 건축사도 공직사회의 한 단면만을 보고 그 사람, 그 조직을 판단하는 경우를 종종 보아 왔다.
공직이 수직화된 조직사회이고, 조직내에서도 여러 부서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보니 우리 건축사들이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도 종종 있다.
그래서 나는 공무원들이 내부의 시각에서 건축사를 바라보고 오해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우리 입장을 충분히 이해시키려고 노력하고, 반대로 우리 건축사님들의 오해 또한 들어보고 업무 매커니즘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싶으면 대신해 이해를 구하기도 한다.
지난 달 우리 울산광역시건축사회와 울산광역시가 공동으로 주최하여 제1회 울산건축문화제를 개최했는데 우리집 그리기, 건축문화투어 등을 통해 전문적인 분야로만 인식되어 어렵게 생각하는 건축이 시민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를 보면 우리 건축사와 공무원은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라, 한 도시, 한 지역의 건축문화를 이끌어가고 만들어가는 팀메이트로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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