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구조기술사, 포항지진 두고 “건축사 폄훼” 언론인터뷰 파문

업계건축사들 “업역이기주의 빠져 업계 현실 너무 모르고 함부로 말한다” 등 비판

건축구조기술사(이하 구조기술사)가 11월 15일 오후 2시 발생한 포항지진 관련 언론인터뷰를 하면서 건축사 폄훼성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업역이기주의에 매몰돼 전문가적 양식(良識)마저 실종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구조기술사 또는 건축구조기술사 자격을 갖추거나 대학에서 건축구조를 전공한 학계 교수 인터뷰를 언론사들도 그대로 받아 실으면서 사고원인의 근원적 해법을 찾기 보다 구조기술사의 업역확대를 위한 밥그릇 챙기기에만 열심이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지진이 별로 없던 시기 도시화가 된 국내현실, 현장기능공의 부족 등 업계의 상황, 교육제도 실정, 절대적으로 부족한 구조기술사 숫자, 건축제도 맥락을 생각한다면 함부로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A건축사는 “전국 구조기술사사무소가 약 391곳에 불과하고 건축사사무소는 1만 4천 곳이라는 불균형적 업계현실은 무시한 채 구조기술사측에서 건축사를 싸잡아 폄하하는 건 온당하지도, 적절하지도 못하고 황당하다”며 “5년제 건축대학 졸업 후 3년간의 실무수련, 건축사자격시험 합격까지 20년 가까이 건축을 천직으로 업을 해온 입장에서 억장이 무너진다”고 전했다.
이어 A건축사는 “업계에 만연한 구조기술사 도장대여에 대한 자정노력이나 전국 구조기술사 사무소의 절대적 부족(제주·세종은 한 곳도 없고, 문제가 된 경북도 5곳이 전부)은 눈 감은 채, ‘구조안전확인 대상을 6층에서 3층 혹은 모든 건축물로 확대해달라’ ‘구조기술사가 공사감리에 참여토록 해달라’는 밥그릇 타령에 누가 진정성을 알아주겠나”라며 “업역이기주의 주장을 강조하려고 다른 전문가를 원색적으로 비난·폄훼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사실왜곡을 한 발언도 전문가적 양식의 문제다. 구조기술사 스스로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11월 20일자 서울신문에는 “6층 이상 건축물에서만 구조기술사가 내진설계를 검토하게 돼 있는 것을 모든 건축물로 확대해야 한다.”, “현재 건축사는 전공을 하지 않아 내진설계에 무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진설계를 비전문가가 수행하고 법적 책임까지 지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지진 안전을 책임질 수 없는 이들이 건물 내진 설계를 맡고 있다” 등의 구조기술사측 언론인터뷰가 게재됐다.
B건축사는 “현행법상 6층 이상은 건축사와 협력하는 관계전문기술자인 ‘구조기술사’가 의무적으로 구조안전확인을 하도록 돼 있는데 반해, 5층 이하는 건축사와 더불어 구조기술사도 할 수 있다”며 “구조기술사 주장에서 5층 이하 구조안전확인을 건축사가 필히 의무적으로 하고 있다는 말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구조분야 경우 기술사사무소
   보조인력이 구조계산 프로그램 통해 
   구조계산서 작성, 구조기술사는 검토·승인업무만
   수행하는 현실 … 일종의 기술자격 대여!”

구조기술사가 밥그릇 챙기기에만 혈안이 돼 상대를 힐난하기에 앞서 구조기술사업계 스스로의 ‘자성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C건축사는 “대부분의 구조기술사가 건축 디테일·상세를 모르거나, 건축에 대한 리스트 하나도 못 보는 업계현실은 외면한 채 구조설계, 구조감리를 하겠다는 주장도 지진 때마다 나오는 반복된 패턴의 수사”라며 “구조분야서 기술사사무소 보조인력이 구조계산 프로그램으로 작성한 구조계산서를 기술사가 검토·승인하는 업무만 수행하는 현실도 일종의 ‘기술자격 대여’ 아니냐. 오죽하면 업계에서 구조계산은 대부분 구조기술사가 아니라 구조계산 프로그램 운용자가 한다는 웃픈 말까지 오간다. 구조기술사는 엄연히 구조계산을 하는 것이지 건물을 철골·철근·조적으로 할지 또는 각 기둥·원형기둥을 쓸지에 대한 구조설계는 건축사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술사 자격’이 능력인정형 인증으로서 능숙한 기술자임을 증명하는 기술자격이라면, 건축사는 구조, 기계, 전기, 설비 등 광범위한 관련분야 지식을 갖고 의사국가고시처럼 건축사자격시험을 통과해 자격을 취득한다. 자격에도 위계가 있는 것인데, 업무독점형 국가전문자격으로서 건축전반을 아우르는 면허 성격을 가진 ‘건축사’를 비전문가로 모는 건 밥그릇 지키기에만 골몰하는 집단이기주의 발로가 아니냐”고 강조했다.
전문자격인 의사·변호사처럼 건축사는 건축사법 제2조에 따라 설계, 공사감리 업무가 보조인력 도움을 받는 것을 포함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기술사법엔 보조인력 도움에 대한 근거규정이 없다. 작년 서울시건축사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조사무소 40%가 보조인력이 프로그램으로 구조안전확인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축법에 따라 구조, 기계, 전기, 소방, 설비, 기타 협력업체를 총괄조정해 건물을 완성하는 건축사는 관계법령에 따라 구조기술사, 건축기계설비기술사, 가스기술사, 건축전기설비기술사 등 관계전문기술자와 협력을 하게 된다. 의사가 관계자들과 협력하여 수술을 집도하는 것처럼 건축이 협력업체와 유기적 관계아래 건축사도 건물완성을 위해 엔지니어링 분야 기술사와 협업을 하고 전적인 책임을 진다. 공사감리 과정에서도 올해 2월 4일 개정된 건축공사 감리세부기준에 따른 감리보고서상에 관계전문기술자의 확인을 받아 건축사가 허가권자에게 제출토록 돼 있다.

◆ “매스컴 오보 없도록 팩트여부
    확인 철저히 해야” 지적

현행법상 건축사와 구조기술사의 위계와 역할이 다르고, 같이 협력할 파트너임에도 언론으로 보도된 내용은 국민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건축사들은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게다가 대한건축사협회 포항지진조사단 조사에 따르면 언론에서 타깃이 된 건물이 ‘구조기술사’에게 구조계산을 의뢰한 것으로 나타나 이 또한 구조기술사측의 전문가적 ‘양심에 눈 감기’로 ‘나만 해야 안전하다’는 논리라는 해석이다.
D건축사는 “건축사업계에서는 문제가 된 필로티가 단지 건축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문제·서민주택 문제로 주거복지·도시재생 차원에서 총체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언론기고를 통해 의견을 내고 있는 와중에 최근 구조기술사는 다세대 등 필로티 구조보강도 구조기술사로만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언론도 사실이 왜곡되는 보도가 없도록 팩트여부를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전했다.
이번 포항지진에 대한 구조기술사측 주장을 두고 현행 대학 건축학·건축공학 교육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내 건축학 교육제도는 2002년부터 건축사교육체제라 할 건축설계 중심의 ‘5년제 건축학과’와 공학중심의 ‘4년제 건축공학과’가 분리돼 운영중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구조, 기계, 전기 등 건축일반교육 영역이 붕괴되고 있으며, 계획·설계분야 전공과 공학분야 전공의 인적·학문적 교류가 단절된 곳이 많다. 건축학 교육에 필요한 기술교육, 건축공학교육에 필요한 계획·설계분야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 업계건축사들
  “현행 대학 건축학·건축공학 교육제도 개편 필요하다” 의견…
   5년제 건축학과, 4년제 건축공학과
   분리운영 후 상호간 약점 노출돼

대학 겸임교수로 활동하는 C건축사는 “작금 국내 건축교육은 5년제 건축학과와 4년제 건축공학으로 분리되면서 건축학과에서는 기술분야 대응이 어렵고, 공학쪽은 건축설계의 기초지식과 도면읽기, 재료와 구법(構法), 견적, 시공관리 등에 약점이 노출돼 있다”며 “건축학 교과목에서 건축공학 통합적 고려가 강화돼 건축학과 건축공학이 연계된 융통적인 통합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며, 1∼2학년까지 공통과목을 이수 후 분리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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