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건축물 지진대비책 있다, 없다?…현장에 답이 있다

‘정당한 보수 없는 책임 강요’는 하늘이 두쪽 나도 해결 안돼

“지진대비 신축건물에서 문제가 되는 중소형 건축물, 다세대·다가구 등은 현실적으로 설계비, 공사비, 감리비가 턱 없이 부족하다. 현실을 타개하지 않고 무조건 법을 지키라고 한다면, 지켜질 수도 없고, 지켜진다 해도 흉내만 낼 뿐이다. 결국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는 대가범위 안에서 역할을 하지 않겠나. 싸고 좋은 건축물, 튼튼한 건축물은 실현 불가능한 욕심일 뿐이다. 필로티가 엿가락처럼 휘어진 포항의 건물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최근 윤혁경 국가건축정책위윈회 위원이 SNS를 통해 포항지진 신축건물 대책을 두고 한 발언이다.
업계건축사들은 “포항지진 피해건축물 현장조사 결과 원인은 단순히 내진보강의 문제가 아니라 감리·시공, 지반문제 등 복합적 원인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향후 여러 전문가를 통한 법·제도 및 제반규정 보완이 필요하겠지만, 근본적으로 건축물 수준향상을 위한 ‘제값 받고 제대로 설계·시공·감리하기’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발주처, 건축주가 적정한 비용을 지불하려고 하지 않는 상황에서 ‘적정대가 지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으면 건축서비스산업 선진화는커녕 상처가 언제든 곪아 터질 수 밖에 없다는 것.
A건축사는 “포항지진을 보면서 건축사로서 할 얘기가 많지만, 적정설계비·감리비 및 대가현실화가 제도화되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며 “아무리 일해도 현재 민간에선 대가기준 없이 지급받는 설계·감리비로는 건축사사무소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사무소를 유지하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또 다른 설계를 수주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데, 발주기관들도 싼 값에 양질의 설계·감리, 그리고 건축물을 얻으려는 욕심을 버리고 적정대가를 지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법·제도적 문제는 없을까? 하지만 업계건축사들은 하나같이 현행 건축법상 법·제도 및 제반규정은 흠잡을 데 없다고 입을 모은다. 건축공사감리세부기준도 올 2월 4일 전부 개정되다시피 해 감리종류에 따른 업무범위 구체화, 실효성 있는 감리업무 수행을 위한 단계별 체크리스트, 공종별 체크리스트 등 감리자의 감리일지가 강화됐으며, 내년 4월부터는 건축사·건축구조기술사 등을 채용해 지역별로 구축될 지역건축안전센터도 설립돼 설계도서, 구조계산서, 사용승인 점검 등 건축물 안전과 관련된 부실 설계·시공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 업계 건축사들
  “지진에 견딜 건축물 목적 위해
   현장 의견에 귀 기울여야” 의견

B건축사는 “지금처럼 당장 누군가에 책임을 묻는 데에만 신경쓰면 정작 중요한 문제를 놓치게 된다”며 “상주감리가 아닌 이상 비상주감리에서 현실적으로 부실시공을 완벽히 차단하기란 어렵다.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튼튼하고 좋은 건축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현장 의견에 귀를 기울여 근본원인과 정확한 배경을 짚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