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난 포항지진 기화로
구조기술사 행태 가슴 아파
둘은 콩과 콩깍지 사이
기술사가 건축사 될 수 없어
지휘자와 연주자의 본분 지켜야


작년 말에 출간한 졸저 “한옥 건축학개론과 시로 지은 집”의 여파로 요즈음엔 강연요청이 가끔 들어온다. 많게는 300여 명부터 작게는 20여 명에 이르기까지 청중도 차이가 많지만 한옥과 시 이외에 ‘소통’ ‘사랑’ ‘경영’ 등 방점을 찍어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강의 시간도 60분, 90분, 120분으로 각기 다르다. 이러한 조건들에 맞춰 강의안을 짜면서 잊지 않는 것이 건축과 건축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제고시키는 것이다. 작게는 2∼3분, 많게는 10여 분을 예술로서의 건축과 예술가로서의 건축사를 각인하려 애쓰고 있다. 그러다 보면 괴테가 말한 ‘건축은 동결된 음악이다’란 말을 인용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건축과 음악의 원리인 반복, 대조, 점이, 대칭 등에 대하여 언급하기도 한다.
건축이나 음악이나 종이에 그려진 도서와 악보는 의미가 없다. 그것이 건축물로 지어지고 악기로 연주되어, 보여 지고 들려지게 될 때 생명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음악의 꽃인 교향곡을 감상하다보면 관악기의 웅장한 소리는 건축의 구조, 기계, 전기 등에 해당되는 것 같고, 섬세한 현악기는 내외장재를 떠올리게 한다. 결혼식장에서 가끔 보는 금관5중주는 건축의 골격인 구조를 상상하게 된다.
보름 전 발생한 포항지진은 1년 전 경주지진과 달리 매우 큰 피해를 가져왔다. 수직운동 성분이 더 큰 역단층성 지진이기에 피해규모가 크다고 한다. 완파 375동 부분피해 3만 여동의 건축물이 피해를 봤다. 참담한 천재지변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런데 작년 경주지진 때와 같이 건축사가 구조에 무지하여 피해가 생겼다는 식으로 매도되고 있다.
매스컴들은 콘크리트 덩어리가 떨어지고 철근이 엿가락처럼 휘어진 기둥의 철근을 보여주며 대근의 간격 등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부실시공과 함께 감리의 책임이 거론되었다. 이러한 부실의 한축에 건축사가 있다는 점을 건축사들은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원인을 살펴보면 억울한 점이 하나 둘이 아니다. 그간 건축사들은 건축주에게 매이는 문제 때문에 비상주감리범위에서 설계 감리 분리를 주장해 왔으나 금년에서야 비로소 법제화되어 시행되고 있다. 그간 감리는 감리비를 못 받는 현실에서 사각지대에 있었다. 그런데 ‘때리는 시어미 보다 말라는 시누이가 밉다’고 매스컴의 질타보다 참을 수 없는 것이 콩과 콩깍지 관계인 구조기술사들의 언론 인터뷰 행태이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각 악기의 주자보다 연주를 더 잘 할 수 없다. 그러나 악기의 특성을 잘 알고 있기에 하모니를 이루는 지휘를 한다. 건축에서 건축사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이다. 기계 전기 토목 구조의 기술사들은 각 해당 악기의 연주자로서 협력해야 한다. 구조기술사가 건축사를 폄훼한다고 건축사가 되는 것이 아님을 그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소탐대실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제 송년음악회와 신년음악회가 연속되는 연말연시의 계절이다. 대한건축사협회에서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구조기술사들을 초대하여 같이 감상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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