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나체
- 최지인
네가 너를 익명이라 소개했다
뭐라고 불러야 할까
이럴 때 과일은 노골적이다
좋아하는 색깔을 묻는다면
폭력적인 사람
너와 관련된 것은 개인적이다
세상에서 가장 야한 사진을 요구하고 싶지만
너는 나를 바라보며 자세를 잡고
단호하게
난간에 올라서며
뭐라고 불러야 할까
이럴 때 꽃은 상투적이다
신체의 일부는 아쉽고
그렇다고 전신은 부족한데
익명의 네가 단단해진다
은유는 실패하고
나는 너에게 다정해졌다
-『나는 벽에 붙어 잤다』 최지인 시집 / 민음사 / 2017
연금술사들의 오래 된 경구 중에 ‘모호한 것은 모호한 것으로, 애매한 것은 애매한 것으로’ 설명하는 방식이 있다. 모르는 것을 설명 할 수는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모르기 때문이다.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입을 다무는 것이 맞다. 그러나 때로 우리는 모르는 것을 설명하고 싶어 한다. 그럴 때 그것은 이미 우리 안에 들어 와 있다. 모르지만 우리 안에 있는 것. 그것을 설명하는 단 하나의 방법은 모르는 것을 모르는대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그런대로 다정해지는 일이다.
함성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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