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건축사이기도 하지만, 세 아이의 엄마이다. 학부모 연수나 강연회에 가면 요즘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가 적어도 20년 내에 현재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직업의 대부분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생활에 필요가 없어서 사라지기보다는 인공지능의 로봇이나 컴퓨터들이 그 일을 대신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보다 먼저 들었던 생각이 과연 건축가, 건축사라는 직업은 미래에 존재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의문을 느끼고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저장된 데이터, 통계 등 자료화 할 수 있는 곳에서 특정한 정보를 검색하고, 그 곳에서 연결고리를 만들어 내는 직업군과 단순작업의 반복을 요하는 직업군(텔레마케터, 시계수선공, 회계, 감사 등)들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반면, 사람의 감정을 읽고, 서로 얼굴을 맞대야 하는 직업군(교사, 학자, 영양사, 사회복지사, 디자이너 등)들은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건축가’라고 명시는 되어있지 않았지만, 인테리어, 패션, 무대 디자이너 등 무언가 창조적이며 사람들의 사고가 많이 들어가는 직업군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했다. 비슷한 부류인 ‘나의 직업’ 역시 사라질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되어 다행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계획설계 전 검토안 무료배포(?) 및 설계비 덤핑 등의 행위 때문에 건축설계 시장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크게 다를 바 없다. 밤낮없이 고민하고 배우며 대학을 나와, 낮은 연봉에 퇴근조차 쉽지 않은 실무기간을 거쳐서, 매년 합격률 10%로도 되지 않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보기 힘든 어려운 시험을 통과하여 우리는 건축사가 되었다. 남들보다 적지 않은 노력을 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건축사가 된 지금 많은 고민과 핵심 아이디어가 들어가 있는 검토안을 앞으로의 예비 건축주 두 손에 쥐어주면서 설계비까지 그들의 머릿속 계산에 맞춰서 깎아주곤 한다.
저장된 데이터를 이용하고, 자료화 하며 적용하는 일은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뛰어나다고 하지 않았던가? 법규와 합리적인 계획안 검토, 대지의 사업성분석 등. 아마도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빠르며 정확할 것이다. 낮은 설계비로 수준 낮은 부실한 설계만을 한다면 머지않아 인공지능에게 우리들의 할 일도 빼앗기지 않을까? 건축사가 할 수 있는 일, 해야만 하는 일. 우리가 무엇보다도 잘 알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대신할 수 없는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자. 그리고 지식서비스의 대가기준을 전체적으로 명확히 정리해야만 할 것이다.
첫째 아들의 꿈은 엄마, 아빠와 같이 건축가가 되는 것이다. 아이가 직업을 가질만한 나이가 되었을 때 사라질 직업에 대한 꿈을 꾸게 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 설자리를 좁히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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