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발표에 따르면 국내 지난 해 말 공공건축물, 도로 등 기존 공공시설물에 대한 내진율은 43.7%다. 기존 공공시설물 내진보강사업은 2045년까지 내진율 100%를 목표로 현재 2단계 사업이 추진 중에 있다. 이중에서 학교시설의 내진성능 확보율은 25.2%이며, 내진보강을 완료하는데 유·초·중등학교는 4.5조 원, 국립대학은 0.5조 원, 총 5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연초 교육부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안전하고 쾌적한 학교환경 조성차원에서 내진보강 예산을 예년보다 확대 투입하고, 유·초중등학교에 연 2,500억 원, 국립대 연 25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학교시설 내진보강을 위한 기준이 정비되지 않은 탓에 현재 교육부는 행정안전부와 함께 2009년 고시된 ‘학교시설 내진설계기준’에 2016년 5월 개정된 ‘건축구조기준’을 반영하고, 학교시설 특성에 적합한 내진공법 선정·설계·시공 감독 등에 대한 체계적인 매뉴얼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학교시설의 내진보강을 위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지만, 사업체계가 정립돼 있지 않아 이를 위한 매뉴얼을 만들고, 최신 ‘건축구조기준’을 토대로 한 ‘학교시설 내진설계 기준’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교육부에서 추진중인 ‘학교시설 안전강화 사업’의 일환인 ‘학교시설 내진설계 기준’에서 내진설계 책임구조기술자를 건축구조기술사로만 한정하는 것으로 초안이 마련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학교 건축물 내진보강을 기술적으로만 접근하고, 건축물의 공간 안전과 가치를 전혀 고려치 않은 본말이 전도된 사고방식으로 문제가 크다. 학교 내진설계 기준상 책임구조기술자는 내진구조성능 확보를 위한 설계, 시공, 감리, 안전진단 등 관련업무를 책임지고 수행하게 된다. 내진보강 때엔 여러 변수들이 작용해 건축적으로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한 경우가 많고, 특히 학생활동을 위한 공간 안전과 미래 교육환경에 대비한 적합한 공간 재배치 등에 대한 전문가의 자문과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학교 건물 내진보강 사업은 엄연히 건축법상 허가사항인 대수선에 해당한다. 내진보강 시 건축물의 기둥, 보, 내력벽, 주계단 등의 구조나 외부형태를 수선·변경하거나 증설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학교 내진보강을 대수선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이것은 건축물의 안전을 위해 내진보강을 한다면서도 오히려 건축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야기하는 처사다.
진짜 문제는 문제 자체가 아니라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있다. 학교 건물을 내진보강 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분야가 유기적으로 통합조정되는 건축의 특성, 건축사의 역할이 배제된 채로 단순 구조보강에만 집착하여 건축물의 가치, 안전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내진보강 사업 실효성을 잠식할 뿐 아니라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는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내진보강사업의 궁극적 목표는 내진안전성 확보를 통한 건축물 안전확보 및 쾌적한 최적의 학교환경 구축이라는 점부터 되새겨야 한다. 첫 단추를 잘 끼우지 않으면 마지막 단추는 끼울 자리가 없다는 것을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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