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명절이라 많은 분들이 고향집에 다녀왔을 거라 생각한다. 필자도 큰집이 있는, 공기 맑고 물 좋고 전경이 멋진, 촌(?)에 다녀오며, 다시 느끼게 된 농촌의 문제점을 얘기해보고자 한다.
어릴 적부터 봐온 이 촌 동네는 점점 생기를 잃어 가고 있는 듯하다. 명절이면 골목골목 시끌벅적하고 활기가 넘치던 촌의 모습이 사라지고, 이제는 길이나 성묘가서 마주치면 인사정도 나누고 마을은 조용하다. 성묘를 다녀오면서 마을의 전경을 내려다보니 새로 지은 집들은 마을 외곽, 전망이 좋은 곳에만 지어져 있고, 그마저 대부분 타지 사람이라고 들었다. 기존의 마을의 모습과 융화되지 못하고, 같은 마을에 선이 그어져 있는 느낌이어서 서글프기도 했다. 쇠퇴하고 있는 마을에 경계만 넓어져 봐야 한쪽이 괴사하면 전체가 죽듯이 좋을 것 없는 이러한 농촌의 모습은 단연 이곳뿐만이 아닐 것이다.
70~80년대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로 베이비붐세대의 이촌 향도 현상을 지나, 이제는 그 세대들의 정년퇴직에 맞춰 많은 사람들이 치열했던 도시를 떠나 다시 촌으로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대부분은 고향이 아닌 기존생활권역 내의 마을이거나 새로이 개발하는 타운하우스, 살고 싶던 마을로 정착하고 있기에 위와 같은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기존 공동체의 텃세와 융화의 어려움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신 타운의 건설만으로는 농촌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없다.
농촌의 쇠퇴 원인도 이에 대한 문제점도 도시와 상이하다. 노후화되고 부족한 시설로 인해 쇠퇴하는 도시보다 농촌의 인프라는 더욱 열악하다. 우리나라의 쇠퇴된 도시의 대부분은 재개발을 통한 인프라개선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지만, 농촌은 이러한 방법으로 해결 할 수 없다. 도시재생은 많은 연구와 경험으로 인한 문제점도 알고 있지만, 농촌재생은 아직 걸음마 단계도 못가고 있다. 농촌지역의 전반적인 재정상황은 도시지역에 비해 크게 열악한 수준이기에 문제의 해결이 더욱 어렵게 느껴진다. 최근에 들어서 농촌의 초고령화와 빈집, 시설 노후화로 인한 주거환경의 문제점 등으로 조금씩 이슈가 되어 경상남도 함안의 ‘아라농촌마을 재생사업’등 농촌주거환경개선사업을 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를 이슈로 좀 더 적극적인 제도개선과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여 진다.
이전까지의 시대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농촌 인구도 줄어, 마을의 활력이 저하됐지만, 농촌이 지닌 가치와 잠재력은 여전히 풍부하다. 앞으로 다가오게 될, 아니면 이미 시작된 4차 산업혁명은 농촌의 또 다른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생각되어진다. 이전시대보다 더 더욱 물리적 공간의 한계와 제약이 줄어들고 있어, 도시재생과 같은 거점성장에 치우치기보다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국토 전체의 발전을 꾀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을 위해서 이제는 정말 농촌재생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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