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밖
- 이 원

의자의 편에서는 솟았다
땅속에서 스스로를 뽑아 올리는 무처럼

마주해 있던 편에서는
의자가 수직으로 날아올랐다
그림자의 편에서는 벽으로 끌어 올려졌다

벽의 편에서는 영문도 모르고 긁혔다
얼른 감춰야 했다

의자는 날았다 그림자는 매달렸다
속은 알 수 없었다

그림자는 옆을 본 채 벽에
의자는 앞을 본 채 허공에 정지했다

의자와 그림자는 모양이 달랐다
의자의 다리 하나와 그림자의 다리 하나를
닿게 한 것은 벽이었다

의자와 그림자의 사태를 벽은 알 수 없었다


-『사랑은 탄생하라』이원 시집 / 문학과지성사 / 2017
만약에 3차원 공간에 4차원의 존재가 나타난다면 3차원 공간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 그를 알아 볼 수 있을까? 다행히 3차원 공간에 시간의 차원이 더해진 덕분에 우리는 그의 출현을 신비, 불가사의, 초자연이라는 말로 알아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마 영원히 모를 수 있다. 그것을 ‘솟았다’, ‘날아올랐다’, ‘긁혔다’로 표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같은 차원의 공간에서도 모두의 바깥에서는 모든 것이 다 이상하게 보인다. 그것은 심지어 서로 다르게 보인다. 그 모든 것이 하나라고 말 할 수 없는 지점에서 이 시는 태어난다.
<함성호·시인>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