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나 시골이나 평 슬래브 지붕
조경, 텃밭, 마당, 건조장으로
옥상에서 말린 어머니 정성
귀성길에 자식들 가져오겠지


지난 3년간 준공건축물에 대한 특검을 하면서 평 슬래브 지붕의 다양한 용도에 기분 좋을 때가 많았다. 옥상조경은 전부터 있어왔지만 세대별로 텃밭을 만든 다세대주택도 있고 운동시설과 큰 비치파라솔을 가져다놓은 다중주택도 있었다. 이런 것들 중 대부분은 해당 자치구의 조례에 의해 의무적으로 조성한 것이지만 개중에는 건축사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도 있었다. 강남의 한 다가구주택의 경우, 사선제한으로 생긴 평지붕을 모두 조경 하였고 최상층은 부분적으로 건물 대신 빈 공간을 두어 마당과 정원이 있는 집을 만들었다. 세대별로 조경된 마당을 갖는다는 것은 삶의 질을 높이고 집값도 올릴 수 있는 일거양득이 된다.

지붕의 사전적 의미는 ‘집의 맨 꼭대기 부분을 덮어씌우는 덮개’이다. 우리네는 이런 지붕을 볏짚과 기와로 덮었다. 반세기 전 새마을운동으로 초가지붕이 슬레이트지붕으로 바뀌기 전만해도 시골마을의 대부분은 초가였고, 기와지붕은 가뭄에 콩 나듯 하였다. 하지만 지금 한옥하면 모두 기와지붕을 떠 올린다. 이는 한옥체험, 고택탐방이 양반촌 등 기와집 위주로 진행되고 국토부의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도 지붕은 기와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를 막기는 어렵겠지만 옛날을 돌아보면 창덕궁 후원에도, 강릉 선교장 안에도 초가가 있다. 둥그스름한 모습이 고향의 산들을 닮은 초가는 예부터 흥하는 집의 형태라 하였고, 희디흰 박꽃과 보름달 같은 박, 그리고 가끔은 수탉의 멋진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러함에도 한옥의 지붕재료를 기와로 정의하는 것에 대하여 불만은 없다. 이는 추녀에서 추녀로 이어지는 기와지붕 처마선의 매력과 용마루 끝의 살짝 솟아오른 곡선의 아름다움 때문이다.

“하늘로 날을 듯이 길게 뽑은 부연 끝 풍경이 운다 / 처마 끝 곱게 늘이운 주렴에 반월이 숨어 / 아른 아른 봄밤이 두견이 소리처럼 깊어가는 밤 / 곱와라 고와라 진정 아름다운지고”
조지훈 시인의 ‘고풍의상’이다. 많은 이들이 한복의 소매 선과 기와지붕의 처마선이 한국미를 대표한다지만, 우리가 배우고 외웠던 이 시보다 완벽한 표현은 없는 듯하다.

중국의 전통건축에서 지붕의 형태나 재료는 한국이 따라갈 수 없는 다양함이 있다. 금金 수水 목木 화火 등 오행사상에 맞춘 지붕형태가 있는가 하면 기와도 조개껍질을 갈아 만든 반투명의 명와明瓦가 있어 실내를 밝게 만들기도 하고 물고기비늘형태의 어린와魚鱗瓦도 있다. 그러함에도 북경 자금성의 수평적인 처마와 용마루 선에서 장중함이 아닌 둔중함과 경직성을 보고, 남방의 높이 솟아오른 추녀 선은 경쾌함보다 경박함을 느끼게 된다. 중국건축사는 조선족 기와가 자기네 것 보다 크고 용마루 끝에 기왓장을 더 쌓아 높임으로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 특성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동북공정과는 사뭇 다르다.

열흘간의 긴 추석연휴가 시작된다. 고향집도 변하여 평 슬래브 양옥이 되었고, 볕 좋은 그 옥상에서 말린 고추와 무말랭이 산나물로 채워진 어머니의 한보따리 정성을 자식들은 이번에도 가져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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