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칭 ‘건축물관리법(이하 관리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이면 30년 이상 경과한 건축물 비율이 5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현행 건축법,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등에서 건축물의 유지관리를 규정하고 있지만 미적용 건축물 수가 98%에 이르고 있어 정부가 나서 건축물의 신축에서 리모델링, 증축, 대수선 등 건축물 유지관리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다. 여기에 건축물 안전관리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의도도 법 제정배경에 깔려 있다. 관리법 마련을 위해 연구용역을 추진중인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에 따르면 건축물의 예방보전적 관리 체계의 틀을 구축하기 위해 연면적 합계가 500제곱미터 이상 건축물을 대상으로 ‘건축물 관리계획’ 도입, 연면적 1만제곱미터 이상이면서 구분소유권 50 이상 건축물에 대해 ‘운영관리’ 규정을 도입한다. 또 건축물 해체 허가제도, 지자체장의 해체공사 감리자 지정을 골자로 한 건축물 해체 감리제도를 도입한다. 건축물의 노후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집합건축물 관리에 대한 공적개입 필요성, 최근 건축물 해체 및 철거공사에서 안전사고가 다수 발생되어 이에 대한 국가의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법 제정과정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상당하다.
가장 먼저 법체계에 대한 문제다. 국토부는 모든 건축물 관리를 총괄하는 법령 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인데, 이미 타법에서 건축물의 유지관리 내용을 규정하고 있어 법 제정 시 유지관리 사항이 건축물관리법으로 넘어오게 되면 기존 법에 흠결이 발생될 여지가 크다. 또 향후 관계 법률간의 관계정립이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법이 제정되면 시장 혼란이 심화될 우려도 있다. 건축법의 경우도 제35조에서 건축물의 유지·관리를 규정하고 있다. 유지관리 과정 중 발생되는 용도변경, 대수선 행위가 포함돼 있는 상황에서 건축물관리법으로 별도 규정될 경우 건축법 개정은 불가피하다. 건축법상 유지관리 관련 조항만 빠져 관리법에서 규정되어 제정될 때 현행 건축법을 유지하는 상황에선 법체계상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또 유지관리는 사업구상 및 타당성조사, 설계, 시공과정 데이터가 온전하게 유지관리 단계로 연결이 될 때 효율성이 담보된다. 하지만 현실은 유지관리 단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설계도서가 제대로 없는 실정이다. 특히 건축물관리법을 통해 해체감리를 도입한다지만, 건물이 20~30년 지난 건물은 해체감리를 위한 설계도서가 없어 새로 도서를 작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건축물 관리에 유리하도록 건축물 완성 시 건축사협회가 연구중인 가칭 ‘내집사용 설명서’ 작성을 의무화해 건축물의 생성이력을 알 수 있도록 하거나 ‘건축물의 생애주기 관리’ 법적 용어정의와 함께 정보시스템을 구축하여 데이터관리가 가능하도록 ‘세움터’를 활용하는 방안도 바람직하다. 이외에도 기존 건축물 적용방안, 예산문제 등 난제가 예상된다.
건축물관리법 제정은 시대적 변화에 따라 보다 큰 틀에서 관련 검토사항을 면밀히 살펴보고 산업적 차원에서도 합목적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건축물이 최초 설계자의 의도대로 유지관리되고, 건축물의 생성에서 멸실까지 안전이 담보될 수 있도록 입법과정에서 충분히 토론하면서 폭넓게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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