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건축사가 없네?

정익현 건축사l승인2017.09.1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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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그 단체의 자존감의 발로요,
정체성(正體性)의 상징이다.


가을은 ‘행사’로 시작하여 행사로 끝난다 할 정도로 행사가 많다. 올 가을의 첫 행사는 ‘UIA 2017 SEOUL' 대회였다. 아침 일찍 서둘러 출발했지만 서울의 교통사정으로 우리지역 건축사들은 10시가 훌쩍 넘어서야 입장했다. 3천명을 수용한다는 무역센터 D홀에서 서울시장의 기조연설이 진행되고 있었다. 곧 개막식이 끝나고 우리들은 우르르 홀 밖으로 나와 C홀 전시장을 둘러본 후  단체로 ‘북촌한옥마을’을 답사하고 내려 왔다.
예상은 하였지만 대회에 녹아들지 못하고 손님처럼 겉돌다 온 느낌이었다. 2011년 대회 유치 이후 대회명칭, 예산 등 논란 속에 우리협회는 어정쩡한 자세를 취해 왔다. 그러다 금년 2월 총회에서 그동안 예산을 아껴서 모아 놓은 임의적립금 2억 원을 대회참가 지원금 명목으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여기에다 각 지역건축사회별로 수 천만 원의 예산편성, 개인 후원금 등 직, 간접 금액을 합치면 대한건축사협회가 사용한 돈은 무려 10억 원에 육박할 것이다. 그런데 어디에도 ‘건축사’는 없었다. UIA의 우리말은 분명 ‘세계건축사연맹’이다.
D홀 입구에 도열한 축하 화환 리본도 제각각이었다. ‘~건축사 대회’, ‘~건축대회’였다. 대회 공식명칭은 ‘~건축대회’인데 우리 협회 자체 제작 포스터에는 ‘~건축사 대회’로 하였으니 이것을 바라보는 회원들의 마음은 참담했으리라. 또한 입장 시 배포한 프로그램 안내 책자에도 건축사는 자취를 감춰 각 국의 ‘건축사협회'가 '건축협회'로 버젓이 인쇄되어 우리를 비웃는 듯 했다. 생물체 Architect(건축사)가 우리나라에서 무생물인  ‘건축’이 되어버렸다.
1998년, 내가 사는 지역의 ‘ㅊ’일보 문체부장인 ‘ㅇ’기자는 ‘건축이 문화가 아니라는데..’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건축이 문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피력하면서 느닷없이 ‘실용적인 건물을 짓는 것은 건축사협회 소속이고, 문화적이요 예술적인 건축물을 짓는 쪽은 건축가협회 소속이다’라고 했다. 더 나아가 건축가협회 소속 전 회원들은 모두 1급 건축사요 설계사무실을 운영하면서 대학에서 건축학을 강의하는 사람이라며 이미 없어진 1,2급 건축사를 거론하여 사실을 왜곡했다. 나는 몇몇 건축사와 함께 신문사로 찾아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설명하고 우리 단체의 명예훼손에 대해 항의하며 그 기자에게 정정 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한 적이 있었다.
그로부터 벌써 2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예나 지금이나 일반 국민들 머릿속에 ‘건축가’는 폼 나는 이름으로 남아있다. 이쯤에서 우리의 자성(自省)도 필요하다. 우리를 그 흔한 ‘설계사’라 하지 않고 ‘건축사’라 칭하는, 그 속에 담긴 의미를 곱씹어 봐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이름을 찾아 널리 알리고 이름에 걸  맞는 역량강화를 해야 한다. 물론 이름에 지나치게 집착해서는 안 되겠지만 적어도 이름은 그 단체의 자존감의 발로요, 정체성(正體性)의 상징이다.
이번 UIA 서울 대회의 성과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여 우리가 없었으면 이 대회를 치러 낼 수 없었다느니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우리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식의 자화자찬은 왠지 민망하다.
이번 대회를 거울삼아 우리는 이름뿐인 한국건축단체연합(FIKA)이 과연 필요한지를 생각해 보아야 하고 국토교통부는 건축정책의 협의 상대가 등록한 건축사(Registered Architect) 단체임을 알아야 한다.


정익현 건축사  jih281@hanmail.net 예전 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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