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대행제도에 대한 짧은 개인적 소회와 바람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한다.
업무대행이란 건축허가나 사용승인 시 건축담당공무원이 처리하던 행정처리 업무 중 일정 범위의 조사 및 확인업무를 건축사에게 위임한 제도다. 1975년도에 불법건축물에 대한 건축담당공무원의 엄격한 규제행정의 효율성 제고를 목적으로 처음 시범 실시된 후 몇 번의 법률(法律)개정을 통해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그러나 터무니없이 낮은 대행수수료와 대행의 범위 및 책임소재의 모호성 등 현실적 문제점 또한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외에 동료건축사간 기본적 신뢰문제는 또 어떠한가?
얼마 전의 이야기이다. 자체 상주감리 대상 건축물에 대한 업무대행자로 지정이 되었다. 구(舊)도심 내 극장용도로 쓰이던 건축물로서 15년 전 허가를 득하여 신축공사가 진행되던 중 유치권 등 복잡한 내부사정속에 최근에야 사용승인을 신청한 건축물이다. 일단 동료 건축사와 현장을 방문하여 검측해본 결과 각종 서류는 차치하더라도 도면과 현장상황이 상이하고 의도적이든 실수로든 세움터 상 도면과도 일정 부분 일치하지 않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허위보고라는 의심마저 들었다. 일단 도면수정과 함께 10여개의 위법요소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고 공사완료 후 재 검측 하는 선에서 마무리를 지었다.
모두들 그렇듯 업무대행 시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동료건축사를 많이 만나게 된다. 비록 바닷가 모래알 같은 건축계 풍토라 할지라도 업무처리의 마디마디마다 동료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연륜이 느껴지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먼 타지에서 굳이 수고스러움을 마다하지 않고 직접 모든 서류와 도면을 꼼꼼히 챙겨 오시면서 일처리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그런 동료 건축사와의 만남은 항상 유쾌하게 마무리된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 곤혹스러움을 넘어 사람을 지치고 피곤하게 한다. 여기에 사돈에 팔촌은 양념이다. “너는 뭐가 그리 고상하냐!”라는 핀잔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업무대행은 건축사에게 위임된 하나의 권한이자 제도이기 이전에 동료 건축사간 신뢰(信賴)의 문제이며 배려(配慮)이자 예의(禮儀)의 문제라 생각한다. 가장 기본적인 형식과 요건조차 갖추지 않은 채 막무가내(莫無可奈)식 업무대행 신청은 같은 동료건축사를 우롱하는 행위이자 동업자 의식이 결여된 극단적 이기주의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간혹 업무대행 시 위법사항을 묵인해주고 징계를 받은 동료 건축사들의 이야기가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때마다 나는 작금(昨今)의 업무대행제도가 마치 러시안 룰렛(Russian Roulette)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차라리 건축사가 소속된 별도의 민간전문기관(일정한 요건과 자격을 갖춘)이 업무대행을 수행한다면 건축행정의 전문성 및 신뢰성 제고와 더불어 업무대행제도의 도입 취지에 좀 더 부합하는 방법이 아닐까?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